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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 최가온 경기 몰아봤더니, 이건 거의 성장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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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 최가온 경기 몰아봤더니, 이건 거의 성장 드라마였다

처음엔 이름만 알았는데, 경기 흐름이 너무 드라마 같았다

얼마 전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영상을 몰아서 봤는데, 최가온 선수는 기록만 보면 그냥 ‘천재 등장’처럼 보이지만 경기들을 이어서 보면 느낌이 조금 다르더라고요. 어린 나이에 갑자기 세계 무대에 올라간 선수의 이야기라기보다, 넘어지고 쉬고 다시 올라오는 장면이 또렷해서 거의 스포츠 성장 드라마 한 편을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최가온은 2008년생, 서울 출신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선수입니다. 하프파이프는 반원통 모양 코스를 좌우로 오가며 점프와 회전, 착지 완성도를 겨루는 종목인데요. 겉으로는 짧은 몇십 초 경기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속도 조절과 공중 동작, 착지 안정감이 한 번에 맞아야 합니다. 그래서 한 번 삐끗하면 점수뿐 아니라 몸에도 큰 부담이 가는 종목이죠.

14살 X게임 우승, 이 장면은 확실히 첫 회 엔딩감

최가온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장면은 2023년 X게임 애스펀 여자 슈퍼파이프 금메달입니다. 당시 만 14세였고, X게임 자료 기준으로 여자 슈퍼파이프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습니다. 더 눈에 띄는 건 한국 선수 최초의 X게임 금메달리스트라는 점이었어요.

이 대목이 흥미로운 건 단순히 ‘어린 선수가 이겼다’가 아니라, 이미 주니어 무대에서 흐름이 만들어져 있었다는 점입니다. FIS 기록을 보면 2022년 주니어 세계선수권 하프파이프 우승, 북미권 대회 우승들이 이어져 있었고, 2023년 12월 코퍼마운틴 월드컵에서도 첫 월드컵 출전 우승을 찍었습니다. 그러니까 갑툭튀 캐릭터가 아니라, 화면 밖에서 꽤 오래 빌드업된 주인공이었던 셈입니다.

  • 2008년생, 하프파이프 전문 선수
  • 2022년 주니어 세계선수권 하프파이프 우승
  • 2023년 X게임 애스펀 여자 슈퍼파이프 금메달
  • 2023년 12월 코퍼마운틴 월드컵 우승

근데 이 이야기가 편하게만 흘러가진 않았다

사실 최가온 서사에서 가장 마음이 걸리는 부분은 부상입니다. 2024년 스위스 락스 훈련 중 큰 부상을 당했고, 허리 골절과 수술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스포츠 기사나 FIS 인터뷰에서 이 시기를 다룬 내용을 보면, 단순히 ‘잠깐 쉬었다 복귀’ 정도로 넘기기 어려운 시간이었다는 게 느껴집니다.

이런 배경을 알고 2025년 복귀 흐름을 보면 경기 보는 맛이 확 달라집니다. 2025년 1월 락스 월드컵 3위, 2월 애스펀 월드컵 2위는 숫자로만 보면 아쉽다고 할 수도 있는데, 부상 이후 다시 월드컵 포디움에 선 과정으로 보면 꽤 묵직합니다. 세계선수권에서는 12위에 머물렀지만, 저는 오히려 이 지점이 캐릭터를 더 입체적으로 만든다고 봤어요. 늘 이기는 천재보다, 흔들린 뒤 다시 조립되는 선수가 훨씬 오래 기억에 남거든요.

2025-26 시즌은 거의 몰아치기 전개였다

2025-26 시즌부터는 분위기가 확 바뀝니다. FIS 기록 기준으로 2025년 12월 중국 시크릿가든 월드컵 우승, 같은 달 미국 코퍼 월드컵 우승, 2026년 1월 스위스 락스 월드컵 우승까지 이어졌습니다. 부상 장소였던 락스에서 다시 우승했다는 점도 그냥 성적 이상의 의미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2026년 2월 12일, 리비뇨에서 열린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FIS 결과표 기준 1위 기록이고, 공개된 경기 결과에서는 최가온 90.25점, 클로이 김 88.00점, 오노 미쓰키 85.00점 순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클로이 김은 최가온이 영향을 받았다고 자주 언급되는 선수라, 이 구도가 꽤 상징적으로 보였어요. 멘토처럼 보이던 세계 최강자를 넘는 장면은 스포츠가 줄 수 있는 가장 강한 서사 중 하나니까요.

관전 포인트는 기술보다 ‘착지 후 표정’에 있다

물론 프런트사이드 1080, 백사이드 900 같은 기술 이름을 알고 보면 더 재밌습니다. 그런데 초심자 입장에서는 기술명보다 높이, 리듬, 착지 후 흐름을 보는 편이 더 직관적입니다. 최가온의 경기에서 인상적인 건 큰 기술을 넣고도 다음 동작으로 이어가는 속도가 생각보다 자연스럽다는 점입니다. 하프파이프는 한 번 멋진 점프를 했다고 끝나는 종목이 아니라, 그 다음 벽으로 넘어가는 연결이 살아 있어야 점수가 따라오거든요.

그리고 솔직히 저는 착지 후 표정을 자꾸 보게 됩니다. 큰 대회일수록 선수들이 감정을 숨기기 어려운데, 최가온은 성공했을 때의 안도감과 믿기지 않는 듯한 반응이 꽤 선명합니다. 이건 예능식 리액션과는 다르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강하게 들어옵니다. 대본 없는 순간이라 그렇죠.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지점도 있다

다만 최가온 이야기가 너무 ‘천재 소녀’ 프레임으로만 소비되는 건 조금 조심스럽습니다. 어린 나이에 큰 성적을 낸 선수에게 기대가 몰리는 건 자연스럽지만, 하프파이프는 부상 위험이 큰 종목이고 시즌마다 컨디션 변수가 큽니다. 그래서 매 대회 금메달을 당연하게 보는 분위기는 선수에게도, 보는 쪽에도 피로할 수 있어요.

저는 최가온의 매력을 성적표보다 리듬에서 찾는 편입니다. 2023년의 충격적인 등장, 2024년의 부상, 2025년의 복귀, 2026년의 올림픽 금메달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너무 또렷해서요. 드라마로 치면 주인공이 재능 하나로만 밀어붙이는 타입이 아니라, 한 번 크게 꺾인 뒤 자기 방식으로 다시 속도를 찾는 타입입니다.

스노보드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최가온 경기는 한 번쯤 이어서 볼 만합니다. 기술을 다 몰라도 ‘왜 이 선수가 특별하게 보이는지’는 꽤 빨리 느껴집니다. 저는 앞으로의 관심 포인트가 메달 개수보다, 부상 없이 오래 타면서 어떤 스타일의 선수로 더 바뀌어 갈지에 있다고 봅니다. 이미 한 번의 큰 장면은 만들었고, 이제는 그 다음 시즌들이 이 이야기의 진짜 재미를 만들 차례 같아요.

스노보드 최가온 경기 몰아봤더니, 이건 거의 성장 드라마였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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