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 레이 검색하다가 《히즈 올 댓》까지 달린 솔직 후기

얼마 전 숏폼에서 익숙한 얼굴을 보다가 에디슨 레이를 다시 검색했는데, 사실 국내 표기로는 애디슨 레이에 더 가깝다. 틱톡 스타로 먼저 뜬 인물이 영화 주연까지 맡았다는 흐름이 꽤 흥미로워서, 넷플릭스 영화 《히즈 올 댓》을 중심으로 가볍게 달려봤다.
스포는 최대한 피해서 말하자면, 이 작품은 1999년 영화 《쉬즈 올 댓》을 성별 구도만 바꿔 다시 만든 하이틴 로맨틱 코미디다. 인기 인플루언서 패짓이 이미지 회복을 위해 학교에서 주목받지 못하던 남학생 캐머런을 프롬 킹 후보로 만들어보겠다는 내기에 올라타면서 이야기가 굴러간다. 설정만 들으면 딱 예상되는 맛이 있는데, 그 예상 가능한 맛을 얼마나 기분 좋게 소화하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틱톡 스타가 주연이 됐을 때 생기는 묘한 긴장감
애디슨 레이는 2019년 이후 틱톡에서 폭발적으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넷플릭스가 2021년에 밝힌 소개 기준으로는 당시 틱톡 팔로워가 8,400만 명 수준이었고, 소셜미디어 전체 영향력도 이미 웬만한 신인 배우의 체급을 훌쩍 넘었다. 그래서 《히즈 올 댓》을 볼 때는 단순히 신인 배우의 데뷔작이라기보다, 플랫폼 스타가 기존 영상 산업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게 장점이자 약점이다. 패짓이라는 캐릭터가 인플루언서라서 애디슨 레이의 실제 이미지와 잘 붙는다. 카메라 앞에서 늘 밝고, 예쁘게 보이는 법을 알고, 팔로워 반응에 예민한 인물이라는 점이 어색하지 않다. 반대로 감정이 깊게 꺾이는 장면에서는 아직 인물보다 스타 이미지가 먼저 보일 때가 있다. 솔직히 이 부분은 호불호가 꽤 갈릴 수 있다.
줄거리는 익숙하지만 속도감은 괜찮다
이 영화는 장르 문법을 숨기지 않는다. 인기 많은 주인공, 내기, 변신 프로젝트, 학교 행사, 오해와 화해의 흐름까지 하이틴 로코에서 기대하는 장면들이 차례로 나온다. 그래서 반전을 기대하고 보면 심심할 수 있지만, 가볍게 틀어두고 보기에는 속도가 나쁘지 않다.
특히 러닝타임이 길게 늘어지지 않는 편이라 주말 저녁에 부담 없이 보기 좋다. 인물 관계도 복잡하지 않고, 악역이나 갈등도 깊게 파고들기보다 장면 전환을 위한 장치에 가깝다. 드라마처럼 회차별 감정선을 따라가는 재미보다는, 예능 클립 보듯 캐릭터의 표정과 분위기를 훑는 쪽에 가깝다.
스포 없이 보는 관전 포인트
- 패짓이 완벽한 이미지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장면에서 인플루언서 세계의 피로감이 살짝 드러난다.
- 캐머런은 전형적인 아웃사이더 남주처럼 시작하지만, 사진과 가족 이야기가 더해지며 의외로 부드러운 매력이 생긴다.
- 학교 파티와 프롬 장면은 현실성보다 판타지 톤이 강해서, 하이틴 장르의 반짝이는 맛을 좋아하면 편하게 볼 수 있다.
- 원작 《쉬즈 올 댓》을 봤다면 인물 구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예능처럼 보면 더 잘 맞는 작품
나는 이 작품을 정통 로맨스 영화로 기대하기보다, 셀럽 리얼리티와 하이틴 드라마 사이 어딘가로 보면 훨씬 편했다. 애디슨 레이라는 인물이 왜 캐스팅됐는지, 제작사가 어떤 시청층을 보고 움직였는지, 그런 계산이 화면 밖으로 살짝살짝 보인다. 그게 거슬릴 수도 있지만, 요즘 콘텐츠 산업을 보는 재미로는 꽤 흥미롭다.
예능 리뷰어의 눈으로 보면 패짓은 완성형 주인공이라기보다 관찰 대상에 가깝다. 팔로워 수, 협찬, 라이브 방송, 이미지 관리가 일상인 캐릭터가 로맨스 서사 안으로 들어왔을 때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보는 맛이 있다. 사실 요즘 10대·20대 대상 콘텐츠에서 SNS는 배경이 아니라 거의 세계관이다. 《히즈 올 댓》은 그걸 아주 깊게 파지는 않지만, 적어도 장식으로만 쓰지는 않는다.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도 분명하다
가장 큰 아쉬움은 감정의 깊이다. 두 주인공이 가까워지는 과정은 귀엽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장면이 너무 빠르게 넘어간다는 느낌이 있다. 갈등도 진하게 남기보다 다음 이벤트로 넘어가기 위한 계단처럼 쓰인다. 드라마식으로 인물의 상처와 변화를 촘촘하게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
또 하나는 대사의 온도다. 하이틴 로코 특유의 과장된 말투와 상황이 계속 나오는데, 이걸 장르의 맛으로 받아들이면 괜찮고 현실 대화처럼 들으려 하면 손발이 살짝 오그라든다. 근데 이 장르는 원래 그런 면이 있다. 《키싱 부스》나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시리즈를 가볍게 본 사람이라면 적응이 빠를 가능성이 높다.
애디슨 레이의 연기도 같은 선상에 있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장면에서는 캐릭터와 잘 맞지만, 극적인 감정 장면에서는 아직 힘이 고르게 전달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첫 주연작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완전히 무너지는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스타성으로 빈틈을 덮는 순간들이 있어서, 이 인물이 왜 영상 플랫폼에서 강했는지는 꽤 잘 보인다.
이런 취향이면 잘 맞는다
- 무거운 드라마보다 가벼운 하이틴 로코를 좋아한다.
- 인플루언서 문화가 영화 안에서 어떻게 소비되는지 궁금하다.
- 예상 가능한 전개라도 배우 케미와 분위기를 즐기는 편이다.
- 원작 리메이크를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를 좋아한다.
반대로 서사가 촘촘하고 감정선이 섬세한 작품을 원한다면 기대치를 낮추는 편이 낫다. 《히즈 올 댓》은 명작을 노리는 작품이라기보다, 당대의 유명 얼굴과 익숙한 로코 공식을 빠르게 섞은 팝콘 콘텐츠에 가깝다. 나는 엄청 몰입해서 봤다기보다는, 애디슨 레이라는 인물이 배우로 확장되는 첫 장면을 구경하는 기분으로 봤다. 그래서 에디슨 레이를 검색하다 여기까지 온 사람이라면 작품성 점수보다 시대 분위기를 보는 쪽으로 접근하는 게 더 재미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