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철 작가, 유퀴즈 후 별세 소식을 보고 다시 떠올린 장면들

얼마 전 유퀴즈를 보다가 유난히 오래 멈춰 있던 회차가 있었습니다. 유명 배우나 감독의 화려한 토크도 좋았지만, 전경철 작가가 아들 이야기를 꺼내던 순간에는 예능 특유의 리듬이 잠깐 느려지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방송 이후 24일 만에 별세 소식이 전해졌다는 기사를 보고, 그 장면들이 다시 다르게 보였습니다.
전경철 작가는 중증 자폐가 있는 아들을 20년 넘게 홀로 돌봐온 아버지로 알려졌습니다. 2026년 8월 12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355회 ‘꿈은 힘이 세다’ 특집에 출연했고, 2026년 9월 5일 저녁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향년 63세였고, 생전 뜻에 따라 별도의 빈소 없이 장례가 진행됐다고 알려졌습니다.
유퀴즈가 담아낸 건 사연보다 사람이었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자칫하면 ‘눈물 버튼’처럼 소비되기 쉽습니다. 누군가의 고통이 방송의 감정 장치가 되어버리는 순간, 보는 사람도 불편해지거든요. 그런데 유퀴즈 속 전경철 작가의 출연분은 조금 달랐습니다. 슬픔을 앞세우기보다, 한 사람이 자기 삶을 어떻게 버티고 설명해왔는지에 더 가까웠습니다.
그는 27세 아들을 돌봐온 시간을 말했습니다. 아들은 성인이지만 정신 연령은 어린아이에 가깝고, 몸은 커졌지만 돌봄의 밀도는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방송에서는 ‘피터팬 아빠’라는 별칭이 따라붙었지만, 그 단어 뒤에는 귀엽고 낭만적인 이미지보다 훨씬 무거운 현실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자라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돌봄이 끝나지 않는다는 말에 가까웠으니까요.
유퀴즈 후 별세, 24일이라는 시간이 남긴 먹먹함
전경철 작가의 별세 소식이 더 크게 다가온 이유는 방송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8월 12일 방송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었는데, 9월 5일 밤 부고가 전해졌습니다. 날짜로 보면 24일입니다. 예능에서 만난 인물이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고인이 됐다는 사실이, 시청자 입장에서는 화면과 현실 사이의 거리를 순식간에 무너뜨렸습니다.
그는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뒤, 자신이 떠난 후 아들이 지낼 곳을 찾기 위해 전국 시설의 문을 두드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도에서는 1000여 곳에 문의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졌습니다. 이 숫자가 무서운 건 ‘많이 노력했다’는 감동 포인트 때문만은 아닙니다. 한 명의 아버지가 그만큼 움직여야 겨우 다음 단계를 기대할 수 있었다는 현실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 방송 출연: 2026년 8월 12일 유퀴즈 355회
- 별세 시점: 2026년 9월 5일 저녁
- 알려진 사연: 중증 자폐 아들을 20년 넘게 홀로 돌봄
- 남긴 움직임: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돌봄 공간과 재단 논의
예능 리뷰로 다시 보면, 유재석의 침묵도 컸다
이 회차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MC들의 리액션이 과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유재석은 원래도 사연자의 말을 끊지 않고 기다리는 진행에 능한 편인데, 전경철 작가 편에서는 그 장점이 특히 크게 보였습니다. 말로 위로를 많이 얹기보다, 말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비워주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예능에서 침묵은 은근히 어렵습니다. 화면이 비면 제작진은 자막을 넣고 싶고, MC는 리액션을 해야 할 것 같고, 시청자는 다음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이 사연은 빈틈이 필요했습니다. 웃음이 빠진 자리에 불편함이 남는 게 아니라, 우리가 평소 잘 보지 않았던 돌봄의 무게가 놓였습니다.
물론 호불호가 갈릴 지점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무거운 사연이 예능 안에 들어오는 것을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유퀴즈가 예전보다 휴먼 다큐에 가까워졌다는 반응도 종종 나오고요. 저도 그 의견을 어느 정도 이해합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유명인의 성공담 사이에 한 가족의 돌봄 현실을 배치한 선택이 꽤 의미 있었다고 봅니다.
전경철 작가가 남긴 이야기는 방송 밖으로 이어진다
전경철 작가는 에세이 ‘안녕, 피터팬’을 통해 자신의 시간을 기록했고, 방송을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습니다. 그의 이야기가 퍼진 뒤 응원 댓글과 후원이 이어졌고, 아들이 지낼 공동체와 성인 중증 자폐인을 위한 재단 논의도 함께 주목받았습니다. 이 부분은 단순한 미담으로만 소비하기에는 아깝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남은 건 ‘아빠가 사라진 뒤에도 아이가 살아갈 수 있는 세계’를 만들려 했다는 점입니다. 부모가 모든 것을 책임지는 구조에서는, 부모의 건강이 무너지면 아이의 삶도 함께 흔들립니다. 전경철 작가의 사연이 많은 사람을 울린 건 부성애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외면해온 질문을 너무 선명하게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다시 보고 싶은 관전 포인트
- 전경철 작가가 감정을 크게 포장하지 않고 말하는 방식
- 유재석과 조세호가 사연을 다루는 거리감
- ‘피터팬’이라는 표현이 따뜻함과 현실의 무게를 동시에 담는 지점
- 방송 이후 실제 사회적 관심으로 이어진 흐름
스포를 조심해야 하는 드라마 리뷰와 달리, 이 이야기는 이미 끝을 알고 다시 보게 되는 예능 회차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더 아픕니다. 처음 볼 때는 한 아버지의 간절한 부탁처럼 들렸던 말들이, 별세 소식 이후에는 남겨진 사람들에게 건네는 마지막 숙제처럼 들리거든요.
전경철 작가의 유퀴즈 출연분은 눈물 나는 회차로만 기억되기보다는, 돌봄을 개인의 사정으로만 밀어두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보여준 기록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저는 다시 그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예능이 가끔은 웃기기보다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쪽으로도 충분히 제 몫을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