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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덜라이언을 봤더니 웃음 뒤에 미련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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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덜라이언을 봤더니 웃음 뒤에 미련이 남았다

요즘은 한 회만 더 보자며 틀었다가 새벽까지 붙잡히는 작품이 많다. 댄덜라이언은 그 반대쪽에 가까웠다. 총 7화라 부담 없이 시작했는데, 보고 나면 다음 화의 사건보다 방금 만난 영혼의 사연을 잠깐 곱씹게 된다. 천사가 떠도는 영혼을 저승으로 안내한다는 설정만 들으면 무거울 것 같지만, 두 주인공이 주고받는 엉뚱한 대화 덕분에 웃을 틈도 넉넉하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이고, 원작은 은혼을 만든 소라치 히데아키의 데뷔 단편이다. 다만 은혼의 소란스러운 웃음만 기대하고 재생하면 온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댄덜라이언의 관심은 누가 더 강한가보다 누가 끝까지 남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가에 쏠려 있다. 아래 이야기는 인물과 초반 설정 정도만 건드린다. 각 화의 사연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는 남겨 두겠다.

영혼을 보내는 일에도 할당량이 있다니

배경은 일본 천사 연맹의 송영부다. 이곳 천사들은 지상에 남은 영혼을 찾아 떠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런데 이 일에도 처리해야 할 수가 있다는 게 재밌다. 다른 반이 실적을 채우느라 바쁠 때, 민들레반의 탄바 테츠오와 쿠로가네 미사키는 유난히 느긋하다. 효율만 따지면 답답한 팀인데, 왜 늦는지 지켜보면 조금씩 마음이 바뀐다.

첫 화에서 두 사람이 쫓는 건 아내에게 사과하기 전까지는 떠날 수 없다는 노인의 영혼이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이 작품이 어떤 질문을 품었는지 감이 온다. 영혼을 빨리 보내는 게 중요한지, 남아 있는 말을 듣는 게 중요한지. 판타지 설정을 길게 설명하지 않고 일상의 후회로 곧장 들어가서 초반 진입도 편하다. 첫 화가 약 30분이라 작품의 분위기를 가늠하기에도 적당하다.

한편 소재가 죽음과 이별인 만큼 모든 이야기가 가볍게 지나가지는 않는다. 웃다가도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에게 미뤄 둔 말을 떠올리게 하는 순간이 있다. 그런 감정의 급회전을 좋아한다면 장점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편하게 웃고 싶은 날에는 조금 묵직할 수 있다.

테츠오와 미사키를 계속 보게 되는 이유

테츠오는 험상궂은 얼굴에 말투도 곱지 않다. 그런데 영혼 앞에서는 서둘러 답을 내리기보다 말을 듣는다. 겉모습과 행동의 간격이 이 캐릭터의 재미다. 미사키는 어려 보이는 외모와 달리 민들레반을 이끄는 실력자다. 둘을 나란히 놓으면 한쪽이 다른 쪽의 부족한 점을 채워 주는 단순한 짝꿍처럼 보이지만, 실제 관전 포인트는 서로의 속도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있다.

둘의 티격태격은 장면을 가볍게 만들고, 영혼을 대하는 태도는 이야기의 중심을 잡는다. 농담이 끝나자마자 진지한 말이 나와도 인물이 갑자기 달라진 듯하지 않은 이유다. 나는 이 균형이 마음에 들었다. 천사라는 말에 기대하게 되는 완벽하고 근엄한 모습보다, 실수도 하고 딴소리도 하면서 끝내 상대 곁에 남는 모습이 더 친근하다.

원작이 짧은 단편인 만큼 애니메이션에는 두 사람의 과거를 비롯한 새로운 이야기도 담겼다. 그래서 초반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만 따라가기보다, 이들이 어쩌다 한 팀이 됐는지 눈여겨보면 뒤로 갈수록 감정선이 잘 이어진다. 관계의 이유를 한 번에 설명하지 않고 회차를 지나며 보여 주는 편이라, 연속해서 볼 때 얻는 재미도 있다.

웃기다가 먹먹해지는 리듬은 취향을 탄다

댄덜라이언은 사건 하나를 발판 삼아 영혼마다 다른 미련을 보여 준다. 사과하고 싶은 마음, 누군가에게 전하지 못한 말처럼 출발점은 알아듣기 쉽다. 그 사이에 천사 조직의 업무 방식이나 엉뚱한 인물들이 끼어들면서 분위기가 너무 오래 가라앉지 않는다. 한 회 안에서 농담과 애틋함이 번갈아 오는 흐름이 이 작품의 색깔이다.

솔직히 호불호가 갈릴 지점도 여기다. 감정에 막 들어가려는데 농담이 튀어나오면 몰입이 끊긴다고 느낄 수 있다. 반대로 무거운 사연만 이어졌다면 7화를 달리기 버거웠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은혼 특유의 말장난과 과장된 반응을 좋아한다면 반가운 순간이 있겠지만, 댄덜라이언을 같은 강도의 코미디로 기대하기보다는 웃음이 섞인 판타지 드라마로 받아들이는 편이 맞겠다.

후반으로 갈수록 민들레반 밖의 인물과 조직 이야기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진다. 초반의 한 사람, 한 사연에 집중한 분위기가 좋았다면 변화가 빠르다고 느낄 수도 있다. 나는 그 확장 덕분에 두 천사의 방식이 왜 남다른지 더 또렷하게 보였다. 다만 잔잔한 단편들의 묶음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이 부분은 취향을 탈 듯하다.

7화를 다 보고 남는 건 거창한 기적보다 한마디

각 화는 약 23분에서 38분 사이이고, 전체가 7화다. 주말에 몰아보기 좋은 길이지만 빠르게 넘기기만 하기엔 아까운 대목이 있다. 특히 영혼의 사연이 시작될 때는 그 사람이 무엇을 못 놓는지 먼저 짐작해 보는 재미가 있다. 정답을 맞히는 이야기는 아니다. 같은 행동도 사정을 듣고 나면 다르게 보인다는 데 힘이 있다.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 코미디와 먹먹한 이야기가 한 작품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화려한 세계관 설명보다 인물 사이의 대화를 더 오래 기억하는 사람이다. 반면 매 화 시원한 액션이나 빠른 사건 전개를 기대한다면 천사들의 느긋한 걸음이 답답할 수 있다. 죽음을 다루는 사연에 마음이 쉽게 무거워지는 사람도 그날의 기분을 보고 고르면 좋겠다.

보고 나서 이상하게 남는 건 저승의 규칙보다 살아 있을 때 건넬 수 있는 말이다. 테츠오와 미사키가 영혼 앞에서 잠시 멈추는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누군가의 이야기를 너무 빨리 끝내려 했던 건 아닌가 싶어진다. 댄덜라이언의 장난스러운 얼굴 뒤에 있는 다정함이 오래 기억나는 이유다.

댄덜라이언을 봤더니 웃음 뒤에 미련이 남았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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