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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 산뜻 단발 변신 보고 다시 드라마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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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 산뜻 단발 변신 보고 다시 드라마를 켰다

얼마 전 이세영의 단발 사진을 보고 잠깐 멈춰 섰다. 긴 머리일 때 익숙했던 차분한 분위기가 남아 있는데, 머리끝이 턱선에서 가볍게 멈추니 표정까지 한층 경쾌해 보였다. 드라마를 정주행하다 보면 같은 배우의 새로운 사진 한 장이 지난 배역을 다시 떠올리게 할 때가 있다. 이번 단발이 내겐 딱 그랬다.

턱선에서 달라진 분위기

이세영은 지난 3월 공개한 사진에서 긴 머리를 자르고 턱선에 닿는 단발을 선보였다. 4월 사진에서는 붉은빛이 감도는 머리색도 눈에 띄었다. 확 달라 보이지만 낯설지는 않다. 길이가 짧아지면서 얼굴 주변이 시원하게 드러나고, 웃을 때의 생기가 더 또렷하게 보이는 쪽이다.

내 취향을 솔직히 말하면 이런 단발이 좋다. 머리 모양이 먼저 눈에 들어오다가도 금세 사람의 표정으로 시선이 옮겨가기 때문이다. 특히 이세영은 눈빛과 입가의 작은 변화로 감정을 전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 배우라, 얼굴을 감싸던 긴 머리가 사라진 모습이 더 새롭게 느껴졌다. 물론 긴 머리의 단정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좋아했다면 이번 스타일이 조금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 호불호까지 포함해 이미지 변화가 꽤 재미있다.

단발 사진을 보니 떠오른 두 배역

사진을 본 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옷소매 붉은 끝동’의 성덕임이었다. 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순간에도 표정 하나로 많은 말을 하던 인물. 그래서 나는 이세영에게 조용하고 단단한 이미지가 오래 남아 있었다. 이번 단발은 그 기억 위에 훨씬 밝고 편안한 얼굴을 겹쳐 놓는다. 같은 배우인데도 어느 장면을 떠올리느냐에 따라 인상이 이렇게 달라지는 게 정주행의 묘미다.

‘모텔 캘리포니아’의 지강희를 떠올려도 재미있다. 강희는 고향을 떠났다가 돌아온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익숙한 사람들 앞에서조차 마음을 쉽게 풀어놓지 못한다. 작품은 첫사랑과의 재회만큼이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과 다시 마주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이세영은 그 복잡한 마음을 밝은 로맨스 한 가지 색으로만 밀어붙이지 않았다. 그래서 단발 사진 속 가벼운 미소를 보고 있으면, 묵직한 장면을 끌고 가던 배우에게 이렇게 산뜻한 얼굴도 있었지 싶어진다.

두 작품은 취향도 갈릴 만하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인물 사이에 쌓이는 감정과 시대극 특유의 여운을 좋아할 때 잘 맞는다. 반면 ‘모텔 캘리포니아’는 고향과 첫사랑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통해 인물이 품은 상처를 천천히 들여다보는 편이다. 나는 감정이 오래 남는 이야기를 좋아해서 전자에 조금 더 마음이 가지만, 강희처럼 자기 삶을 직접 선택하려는 인물에게 끌리는 사람이라면 후자가 더 가까울 수 있다. 중요한 장면의 내용은 여기서 아껴 두겠다.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표정을 보여줄까

이세영은 ‘재혼황후’에도 출연한다. 디즈니+가 소개한 이야기는 황후 나비에와 황제 소비에슈, 라스타의 관계에서 출발한다. 이세영이 맡은 라스타는 기존에 내가 즐겨 봤던 배역들과는 또 다른 결의 인물로 보인다. 그래서 기대하는 건 단발이 화면에 어떻게 등장할지보다, 이세영이 이 인물을 어떤 눈빛과 말투로 채울지다. 공개된 일상 사진의 스타일을 극 중 캐릭터 모습과 곧장 연결할 수는 없으니까.

원작을 이미 아는 시청자와 처음 만나는 시청자가 라스타를 받아들이는 방식도 다를 듯하다. 누군가는 인물 관계의 긴장을 기다릴 테고, 누군가는 배우가 복잡한 감정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지 볼 것이다. 나는 후자에 가깝다. 이세영의 연기를 볼 때는 대사가 없는 잠깐의 표정이 다음 장면을 궁금하게 만든 적이 많았다. 새 작품에서도 그런 순간을 만나고 싶다.

사진 한 장이 만든 재시청 욕구

헤어스타일 하나로 작품 취향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래도 이번 변신은 이세영을 내가 너무 한 가지 분위기로만 기억하고 있었나 돌아보게 했다. 3월의 턱선 단발과 4월의 붉은빛 단발, 이후 공개된 편안한 캐주얼 사진까지 나란히 떠올리면 같은 길이의 머리도 표정과 옷차림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산뜻하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이유도 머리 길이 자체보다 그 자연스러운 변화에 있는 것 같다.

주말에 이세영의 출연작을 다시 고른다면 나는 ‘옷소매 붉은 끝동’의 초반부터 켤 것 같다. 이미 아는 이야기인데도 처음 만나는 표정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단발 사진을 보고 시작된 관심이 결국 연기로 돌아오는 걸 보면, 내가 좋아하는 건 이세영이 새로운 모습으로 보여줄 다음 장면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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