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링크서울 2026을 드라마처럼 돌아봤더니

드라마를 정주행하고 나면 줄거리보다 오래 남는 장면이 있잖아요. 드링크서울 2026의 개최 결과를 보면서도 그랬습니다. 숫자는 꽤 큰데, 제 눈길이 먼저 간 건 서로 다른 술을 한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어요. 다만 현장에 직접 다녀온 후기는 아닙니다. 주최 측이 공개한 행사 내용과 개최 결과를 바탕으로, 이 전시를 어떤 취향으로 보면 재미있을지 짚어봤습니다.
코엑스 C홀에서 펼쳐진 사흘짜리 이야기
드링크서울 2026은 4월 16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코엑스 3층 C홀에서 대한민국맥주박람회와 함께 열렸습니다. 주최 측 개최 결과에는 9개국, 참가사 260개, 브랜드 1,800개, 부스 480개가 기록돼 있어요. 이 수치는 두 행사를 함께 집계한 결과입니다. 드링크서울만의 참가 규모로 읽으면 숫자가 달라지니, 그 점은 구분해서 보는 게 맞겠습니다.
규모만 들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빠짐없이 봐야 할 것 같지만, 저는 이런 전시일수록 취향을 먼저 정하는 편이 좋다고 봐요. 드라마도 모든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똑같은 무게로 따라가지는 않으니까요. 맥주가 궁금한 사람, 전통주를 좋아하는 사람, 와인의 향을 비교하고 싶은 사람은 같은 공간에 들어가도 서로 다른 장면을 기억할 겁니다.
맥주만 생각했다면 의외로 넓은 출연진
공개된 전시 품목에는 브루어리뿐 아니라 전통주, 와인, 식품, 유통, 장비와 설비도 들어갑니다. 맥주박람회와 함께 열렸다는 이름만 보고 맥주 축제로 생각했다면 꽤 다른 그림이죠. 한 잔의 맛을 보여주는 부스 옆에서 그 술이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과정까지 엿볼 수 있는 구성에 가깝습니다.
제 취향이라면 전통주와 브루어리 구역을 번갈아 봤을 것 같아요. 같은 ‘마시기 좋은 술’이라도 원료의 향을 앞세우는 방식, 음식과 어울리는 맛을 설명하는 방식이 다르거든요. 반대로 마음에 드는 한 병을 빨리 찾아 사고 싶은 사람에게는 전시 범위가 다소 넓게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모든 부스를 돌겠다는 목표보다 평소 좋아하는 종류 하나와 낯선 종류 하나를 골라 비교하는 쪽이 더 선명한 기억을 남겼을 듯해요.
시음 사이에 끼어 있던 관전 포인트
주최 측이 소개한 부대행사에는 마스터 클래스, 도슨트 투어, 신제품 쇼케이스, 비즈니스 매칭 등이 있습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건 전시가 단순한 시음 행사로만 짜이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설명을 들으며 둘러보는 투어와 새 제품을 만나는 쇼케이스는 일반 관람객에게도 흥미로운 구성이고, 비즈니스 매칭은 업계 관계자를 위한 성격이 뚜렷합니다.
드라마에 비유하면 부스 구경이 본편이고 이런 프로그램은 인물의 배경을 더 보여주는 장면에 가깝겠네요. 평소 마시던 술도 만드는 사람의 설명을 듣고 나면 다른 부분이 눈에 들어오니까요. 물론 프로그램 이름만으로 실제 현장 분위기나 만족도까지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공개된 구성에서 읽히는 매력은 ‘얼마나 많이 마셨나’보다 ‘무엇이 다르게 느껴졌나’를 이야기할 여지가 있었다는 쪽입니다.
누구에게 오래 남을 행사였을까
여러 주종을 조금씩 비교하는 걸 좋아한다면 드링크서울 2026의 구성이 잘 맞았을 것 같습니다. 반면 특정 술 한 종류만 깊게 파고 싶다면 넓은 전시 범위가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업계 관계자를 위한 프로그램도 함께 있었으니, 일반 관람객의 기대와 행사 전체의 목적이 완전히 같지는 않았을 겁니다. 저는 이런 호불호가 오히려 이 전시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관람 안내에 따르면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였고 입장은 오후 5시에 마감됐습니다. 미성년자는 보호자를 동반해도 입장할 수 없었고 신분증이 필요했습니다. 이미 끝난 행사라 지금 방문할 수 있는 일정은 아니지만, 당시 관람 조건까지 함께 보면 어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자리였는지도 분명해집니다.
제게 드링크서울 2026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1,800개 브랜드라는 숫자 자체보다, 한 공간에서 취향이 갈라지는 순간을 상상하게 한다는 데 있어요. 누군가는 익숙한 맥주 앞에 오래 머물고, 누군가는 처음 듣는 전통주 이름을 메모했겠죠. 좋은 정주행 뒤에 각자 다른 장면을 꼽듯, 이런 전시는 결국 자기 취향을 발견한 사람이 가장 길게 이야기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