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 29기 광수 거절 당해 그 뒤가 더 씁쓸했다

얼마 전 ‘나는 솔로’ 29기 후반부를 다시 보다가 광수가 옥순에게 거절당하는 장면에서 한참 멈췄다. 거절 자체는 연애 예능에서 낯설지 않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화를 나눌 때의 광수와 숙소로 돌아온 뒤의 광수가 달라 보여서 마음에 남았다. 이 글은 1월 14일 방송된 장면을 다루니, 그 회차를 아직 안 봤다면 여기서부터는 가벼운 스포일러가 있다. 마지막 선택의 결과는 적지 않겠다.
옥순의 대답은 꽤 분명했다
29기는 연상연하 특집이었다. 광수는 옥순에게 관심을 보였고, 옥순도 한동안 영수와 광수를 알아보고 싶은 상대로 두고 있었다. 그래서 광수 입장에서는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느끼기 어려웠을 거다. 특히 여러 사람이 짧은 시간 안에 마음을 확인하는 ‘나는 솔로’에서는 1순위와 2순위의 거리가 하루 사이에도 달라진다. 보는 나도 광수가 어떤 기대를 붙들고 있는지는 이해됐다.
하지만 옥순은 일대일로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마음을 확인한 뒤 광수를 따로 불렀다. 1순위가 정해졌고 그 사람이 광수는 아니라는 뜻을 전했다. 다른 선택을 하게 된 이유를 길게 늘어놓거나 여지를 남기기보다, 지금의 마음을 직접 말한 셈이다. 상철에게도 먼저 같은 취지의 대답을 했던 만큼, 옥순이 갑자기 광수만 밀어낸 장면으로 볼 일은 아니었다.
사실 거절하는 쪽도 편할 리 없다. 함께 지내는 공간에서 계속 마주쳐야 하고, 상대가 마음을 표현해 왔다는 것도 알고 있다. 옥순이 말을 꺼내는 장면이 조심스러워 보였던 이유다. 그렇다고 상대를 덜 다치게 하려고 애매한 희망을 남기는 게 꼭 친절한 건 아니다. 그 순간 옥순은 자신이 확인한 마음만큼은 분명하게 전달했다.
광수가 인정한 ‘배려’의 어긋남
내가 이 장면에서 광수를 무작정 미워할 수 없었던 건, 그가 옥순 앞에서 자기 행동을 돌아봤기 때문이다. 앞선 대화에서 마음이 급해져 옥순에게 답을 캐묻듯 말했던 일을 사과했다. 자신이 생각한 배려에 갇혀 정작 상대가 어떻게 느끼는지 충분히 보지 못했다는 취지의 이야기도 했다. 짧은 촬영 기간에 감정이 앞서면 누구나 대화를 서두를 수 있다. 그걸 스스로 알아차리고 입 밖으로 꺼낸 점은 인상적이었다.
여기서 두 사람의 온도 차가 선명해진다. 광수는 자신이 왜 마음을 썼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설명하고 싶었을 것이다. 반면 옥순은 이미 자신의 마음을 결정한 상태였다. 한 사람에게는 관계를 되짚는 대화가 필요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지금의 선택을 전하는 일이 필요한 순간. 같은 자리에 앉아 있어도 서로 원하는 대화의 끝이 달랐던 셈이다.
광수가 마지막에 고맙다는 마음을 전한 것도 그래서 조금 안도하며 봤다. 거절을 들은 자리에서 서운함을 모두 표현하는 건 쉽지 않다. 그 자리에서는 상대의 말을 받아들이고, 자신에게 남은 감정은 나중에 풀어낼 수도 있다. 방송된 대화만 보면 적어도 옥순 앞에서 다시 선택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숙소에 돌아와 나온 말이 왜 걸렸나
그런데 남자 숙소로 돌아온 뒤 분위기가 바뀌었다. 광수는 영수가 옥순의 1순위라는 이야기를 하며 옥순이 사람 보는 눈이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거절당한 직후라 자존심이 상했을 수 있다. 친구들 앞에서 속상한 마음을 툭 내뱉는 일도 현실에서는 흔하다. 나 역시 그 한마디만으로 광수의 성격 전체를 판단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듣는 입장에서는 걸린다. 옥순 앞에서는 그의 선택을 존중하는 듯 말했는데, 돌아와서는 그 선택의 안목을 낮춰 말했기 때문이다. 둘 중 누구를 좋아할지는 옥순의 몫이다. 광수가 아쉬울 수는 있어도, 자신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대의 판단을 깎아내리면 앞서 보여준 사과까지 가볍게 들릴 위험이 있다.
이 장면을 보고 호불호가 갈리는 것도 이해된다. 누군가는 상처받은 사람이 내뱉은 순간적인 푸념으로 볼 거다. 또 누군가는 상대 앞과 뒤에서 다른 말을 한 태도에 실망할 거다. 나는 두 감정이 함께 들었다. 광수가 속상했겠다는 마음은 들지만, 옥순의 선택을 받아들이는 데는 말보다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이 장면을 다시 볼 때 눈여겨볼 것
정주행할 때는 거절 장면만 떼어 보지 말고, 그 전에 광수가 옥순의 마음을 얼마나 확신했는지 같이 보면 재미있다. 옥순이 영수와 광수를 알아보던 때의 분위기, 광수가 조급해진 대화, 그리고 직접 마음을 확인하는 순서가 이어진다. 기대가 커질수록 작은 신호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읽히기 쉽다는 걸 보여준다.
상철의 반응과 비교해 봐도 좋다. 그 역시 옥순에게 거절당한 뒤 일대일 데이트를 더 일찍 했더라면 어땠을지 아쉬워했다. 두 사람 모두 지나간 시간을 되돌려 생각하지만, 아쉬움을 표현하는 방향은 달랐다. 광수 쪽은 옥순의 선택을 평가하는 말이 섞이면서 더 거칠게 들렸다. 같은 거절이라도 그다음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시청자가 받는 인상이 크게 달라진다.
나는 ‘나는 솔로’를 볼 때 누가 누구를 선택했는지만큼 선택을 듣고 난 뒤의 표정을 오래 본다. 광수는 옥순 앞에서 자기 잘못을 짚었고, 숙소에서는 아직 상한 마음을 다 다루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이 장면은 누군가를 단번에 좋은 사람이나 나쁜 사람으로 가르는 장면보다는, 마음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말이 얼마나 쉽게 엇갈리는지 보여준 장면으로 남았다. 솔직히 다음에 다시 보더라도 나는 거절의 순간보다 그 뒤에 나온 한마디를 더 오래 생각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