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엄마 캐서린 오하라 별세 소식에 나홀로 집에를 다시 떠올려봤더니

크리스마스마다 보던 얼굴이라 더 낯설었다
얼마 전 ‘나 홀로 집에’를 다시 틀었다가 케빈 엄마 케이트 맥콜리스터가 공항에서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장면을 보고 괜히 웃었는데, 캐서린 오하라 별세 소식을 접하니 그 장면이 전보다 다르게 보였습니다. AP통신과 국내 주요 매체 보도에 따르면 캐서린 오하라는 2026년 1월 30일 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향년 71세였습니다.
국내에서는 워낙 ‘케빈 엄마’라는 이미지가 강하죠. 사실 배우 이름보다 캐릭터로 먼저 기억하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그런데 그게 꼭 얕은 기억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매년 겨울마다 같은 영화가 반복 방영되고, 같은 장면에서 웃고, 같은 대사와 표정을 떠올렸다는 건 그 배우가 어느 집 거실 풍경 안에 오래 머물렀다는 뜻이니까요.
‘나 홀로 집에’에서 캐서린 오하라가 만든 긴장감
‘나 홀로 집에’는 케빈의 영리한 방어전이 워낙 강하게 남는 영화입니다. 도둑을 골탕 먹이는 장면, 함정 설치, 크리스마스 분위기까지 볼거리가 확실하죠. 그런데 다시 보면 영화의 감정선을 붙잡는 쪽은 케빈 엄마 케이트입니다. 아이를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부터, 이 인물은 거의 쉬지 않고 움직입니다.
캐서린 오하라의 연기는 과장되어 보이면서도 이상하게 현실적입니다. 공항 직원에게 매달리고, 낯선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집으로 가려 하고, 체면보다 아이가 먼저인 엄마의 초조함을 몸 전체로 보여줍니다. 이게 없었다면 ‘나 홀로 집에’는 그냥 기발한 가족 코미디에 가까웠을지도 모릅니다. 케빈이 혼자 집을 지키는 재미가 살아나려면, 어딘가에서 그 아이를 미친 듯이 걱정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거든요.
- 1990년 개봉한 ‘나 홀로 집에’에서 케빈의 엄마 케이트 역으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었습니다.
- 국내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 반복 방영 덕분에 세대를 건너 기억되는 배우가 됐습니다.
- 매컬리 컬킨이 남긴 애도 메시지도 영화 속 모자 관계를 떠올리게 해 많은 팬들에게 크게 와닿았습니다.
근데 이 배우, ‘케빈 엄마’만으로 끝나는 사람이 아니었다
솔직히 저도 한동안 캐서린 오하라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케빈 엄마가 생각났습니다. 그런데 필모그래피를 따라가 보면 훨씬 넓은 배우입니다. 1970년대 토론토 코미디 극단 세컨드 시티에서 연기를 시작했고, 이후 영화와 TV 코미디에서 독특한 리듬을 가진 배우로 자리 잡았습니다. 팀 버튼의 ‘비틀쥬스’에서 보여준 기묘하고도 능청스러운 존재감은 지금 봐도 꽤 강합니다.
특히 ‘시트 크릭 패밀리’의 모이라 로즈는 캐서린 오하라의 후반 커리어를 다시 크게 열어준 역할이었습니다. 말투, 의상, 표정, 허세와 외로움이 뒤섞인 캐릭터를 너무 진지하게 밀어붙이니까 오히려 웃깁니다. 그 역할로 에미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도 납득이 됩니다. 코미디 배우가 웃기는 건 당연해 보이지만, 사실 오래 웃기려면 캐릭터의 빈틈과 자존심을 동시에 이해해야 하거든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지점도 있었다
캐서린 오하라의 연기는 차분한 리얼리즘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감정을 눌러서 보여주기보다, 소리와 움직임과 표정으로 확 밀고 나가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어떤 작품에서는 굉장히 생동감 있게 느껴지고, 어떤 장면에서는 조금 과하다고 느끼는 분도 있을 겁니다. 저도 처음 ‘비틀쥬스’를 봤을 때는 이 배우의 톤이 낯설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보니 그 과함이 캐릭터의 설계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 홀로 집에’의 케이트는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이기 때문에 흔들릴 수밖에 없고, ‘시트 크릭 패밀리’의 모이라는 자신의 무너진 세계를 화려한 말투와 패션으로 버티는 사람입니다. 캐서린 오하라는 그런 인물들을 얌전하게 만들지 않았습니다. 조금 시끄럽고, 조금 부담스럽고, 그래서 기억에 남게 만들었습니다.
다시 보면 더 잘 보이는 장면들
이번 소식을 접하고 ‘나 홀로 집에’를 다시 본다면 케빈의 함정 장면만 기다리기보다 케이트의 여정을 같이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 돌아가기 위해 뭐든 해보려는 그 초조함, 그리고 마지막에 집 안에서 케빈을 만나는 순간의 표정은 아주 짧지만 꽤 오래 남습니다. 그 장면이 너무 담백해서 더 좋습니다. 큰 설명 없이도 ‘이 사람은 진짜 엄마였구나’ 하는 감정이 전해지니까요.
캐서린 오하라의 별세가 유독 많은 사람에게 크게 다가온 건, 우리가 그를 대단한 스타로만 본 게 아니라 해마다 집 안에서 만나는 익숙한 얼굴로 기억했기 때문일 겁니다. 누군가의 대표작이 계절처럼 돌아온다는 건 배우에게도, 관객에게도 흔치 않은 일입니다. 올겨울에 ‘나 홀로 집에’가 다시 TV에 나온다면 저는 아마 케빈보다 케이트의 얼굴을 조금 더 오래 보게 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