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 파워샷 G9를 다시 꺼내봤더니, 오래된 예능처럼 묘하게 계속 보게 된다

얼마 전 서랍을 정리하다가 캐논 파워샷 G9를 다시 만졌는데, 솔직히 전원을 켜는 순간부터 요즘 카메라랑은 다른 리듬이 느껴졌다. 빠릿빠릿하고 매끈한 최신 미러리스가 넷플릭스 신작이라면, 이 녀석은 재방송 채널에서 우연히 틀었다가 끝까지 보게 되는 오래된 예능 같은 느낌이다. 화질만 놓고 보면 당연히 최신 스마트폰이 훨씬 편하고 선명하다. 그런데 사진을 찍는 과정, 버튼을 누르는 감각, 조금 느린 반응까지 합쳐지면 캐논 파워샷 G9만의 캐릭터가 꽤 또렷하다.
2007년식 콤팩트 카메라인데 존재감이 꽤 세다
캐논 파워샷 G9는 2007년에 나온 고급형 콤팩트 카메라다. 1210만 화소 CCD 센서, 6배 광학 줌, 35mm 환산 약 35-210mm 화각, RAW 촬영, 핫슈까지 갖췄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숫자가 화려하진 않다. 특히 광각 35mm 시작은 여행 브이로그나 실내 촬영에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근데 당시 콤팩트 카메라 흐름을 생각하면 꽤 욕심 많은 구성이었다.
몸체도 가볍고 장난감 같은 쪽은 아니다. 손에 쥐면 금속 바디 특유의 단단함이 있고, 상단 다이얼과 버튼 배치가 제법 진지하다. 예능으로 치면 출연진은 소박한데 편집과 캐릭터가 확실해서 회차를 계속 넘기게 되는 타입이다. 자동 모드로 대충 찍어도 되지만, 노출 보정이나 ISO, 촬영 모드를 만지다 보면 생각보다 손맛이 있다.
사진 톤은 요즘식 깔끔함보다 추억 쪽에 가깝다
캐논 파워샷 G9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CCD 센서 특유의 색감이다. 사실 이 표현이 너무 낭만적으로 소비될 때도 있다. CCD라고 무조건 필름 같고, 무조건 감성적인 건 아니다. 빛이 애매하면 노이즈가 꽤 올라오고, 하이라이트가 쉽게 날아가며, 실내에서는 셔터 속도 확보가 까다롭다. 그래도 낮 시간대 야외에서 찍은 결과물은 묘하게 선이 굵다. 파란 하늘, 간판 색, 오래된 골목의 그림자 같은 장면이 과하게 깨끗하지 않아서 오히려 기억처럼 남는다.
스마트폰 사진은 보정이 워낙 적극적이라 얼굴도 풍경도 보기 좋게 정돈되는 편이다. 반면 G9는 조금 투박하다. 음식 사진을 찍으면 윤기가 자동으로 살아난다기보다 조명 상태가 그대로 드러난다. 인물 사진도 피부 보정 없이 솔직하다. 이 지점이 호불호다. 빠르게 예쁜 결과물을 얻고 싶은 사람에겐 불편하고, 촬영 당시의 공기까지 남기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겐 꽤 매력적이다.
정주행하듯 써보면 장단점이 선명해진다
하루 이틀 만져보면 그냥 오래된 디카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며칠 들고 다니면 캐논 파워샷 G9의 장면별 캐릭터가 보인다. 밝은 낮, 카페 창가, 지하철역 출구, 저녁 무렵 간판 불빛처럼 빛의 방향이 확실한 곳에서 특히 재미있다. 반대로 어두운 실내 공연장이나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는 꽤 버겁다. 예능으로 치면 토크는 잘하는데 몸 쓰는 게임은 약한 멤버 같은 느낌이다.
- 좋았던 점: 조작감이 직관적이고, RAW 촬영이 가능해서 후보정 여지가 있다.
- 아쉬운 점: 고감도 노이즈가 뚜렷하고, 손떨림과 느린 저장 속도에 신경 써야 한다.
- 취향 포인트: 사진이 너무 매끈하지 않아서 일상 기록용으로 의외로 잘 맞는다.
- 주의할 점: 중고 구매라면 배터리 상태, 렌즈 먼지, 줌 작동, 액정 변색을 꼭 확인하는 게 좋다.
지금 사도 괜찮은 사람과 아닌 사람
캐논 파워샷 G9를 지금 기준의 메인 카메라로 추천하긴 어렵다. 여행에서 실패 없는 사진을 남겨야 하거나, 아이 사진처럼 빠른 움직임을 자주 찍거나, 영상까지 함께 챙기려는 사람이라면 최신 스마트폰이나 미러리스가 훨씬 현실적이다. 특히 영상 성능은 요즘 기준으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 이 카메라는 영상보다 사진, 결과보다 과정 쪽에 무게가 있다.
반대로 사진을 조금 천천히 찍고 싶은 사람, 스마트폰 사진이 너무 비슷비슷하게 느껴지는 사람, 오래된 디지털카메라 특유의 색과 질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꽤 즐겁다. 가격도 상태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에 무조건 싸다고 덥석 잡기보다는 작동 확인이 더 중요하다. 오래된 회차를 다시 보는 기분으로 접근하면 만족도가 올라가고, 최신 장비의 대체재로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다.
내 취향으로는 서브 카메라일 때 가장 빛난다
개인적으로 캐논 파워샷 G9는 매일 모든 장면을 맡기는 주연보다, 가끔 등장해서 분위기를 바꾸는 조연에 가깝다고 느꼈다. 스마트폰으로는 너무 쉽게 지나칠 장면도 이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한 번 더 멈추게 된다. 초점이 살짝 느리고, 화면이 요즘처럼 쨍하지 않고, 결과물도 가끔은 투박하다. 근데 바로 그 점 때문에 사진을 고르는 시간이 재미있어진다.
그래서 이 카메라는 스펙만 보고 판단하면 매력이 반쯤 사라진다. 1210만 화소, 6배 줌, RAW 지원 같은 숫자보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속도로 사진을 찍고 싶은지다. 빠르고 완벽한 기록보다 약간의 시행착오와 취향이 묻은 컷을 좋아한다면, 캐논 파워샷 G9는 아직도 충분히 이야깃거리가 있는 카메라다. 오래된 프로그램을 다시 틀었는데 그때는 몰랐던 장면이 새삼 눈에 들어오는 것처럼, 이 작은 카메라도 지금 손에 쥐면 예상보다 오래 붙잡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