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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훈아 ‘망모’ 다시 들어봤더니, 어머니를 부르는 방식이 너무 나훈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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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훈아 ‘망모’ 다시 들어봤더니, 어머니를 부르는 방식이 너무 나훈아답다

얼마 전 나훈아 노래를 오래 틀어놓고 있다가 ‘망모’에서 손이 멈췄습니다. 제목부터 마음이 확 내려앉는 곡이죠. ‘亡母’, 말 그대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그리는 노래라서, 가사 한 줄 한 줄을 가볍게 넘기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이 노래가 마냥 눈물만 짜내는 방식으로 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나훈아 특유의 꾹 누른 목소리, 절제된 감정선, 그리고 뒤늦게 밀려오는 후회가 합쳐지면서 듣는 사람이 자기 기억을 꺼내게 만들어요.

나훈아의 노래를 쭉 들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는 이별이나 그리움을 부를 때 감정을 크게 흔드는 대신 버티듯이 부르는 쪽에 가깝습니다. ‘망모’도 그렇습니다. 울어달라고 애원하는 노래가 아니라, 이미 오래 참아온 사람이 혼잣말처럼 털어놓는 노래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더 오래 남습니다.

제목부터 이미 많은 이야기를 안고 있다

‘망모’라는 제목은 요즘 노래 제목에 비하면 꽤 직설적이고 무겁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곡의 방향이 분명합니다. 사랑 노래처럼 돌려 말하지 않고, 처음부터 ‘어머니를 잃은 사람의 마음’이라는 자리에 listener를 앉혀요. 이 지점에서 호불호도 갈릴 수 있습니다. 너무 직접적인 제목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고, 반대로 제목만으로도 감정이 빠르게 열리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직설성이 나훈아라는 가수와 잘 맞는다고 봅니다. 나훈아의 장점은 감정을 세련되게 포장하는 데 있다기보다, 누구나 겪지만 말로 꺼내기 어려운 감정을 정면으로 부르는 데 있거든요. ‘어머니’라는 소재도 그렇습니다. 너무 많이 다뤄진 주제라 자칫하면 뻔해질 수 있는데, 나훈아는 그 뻔함을 피하려 하기보다 오히려 정면으로 밀고 갑니다.

스포 없는 관전 포인트처럼 듣는다면

노래에도 드라마처럼 관전 포인트가 있습니다. ‘망모’는 큰 사건이 벌어지는 곡이라기보다, 듣는 사람이 자기 안의 장면을 떠올리게 만드는 곡입니다. 그래서 처음 들을 때는 가사의 흐름보다 목소리의 온도부터 느껴보는 게 좋습니다. 초반에는 담담하게 시작하는데, 뒤로 갈수록 감정의 농도가 조금씩 짙어집니다. 이 변화가 꽤 중요합니다.

  • 첫 번째 포인트는 ‘울부짖지 않는 슬픔’입니다. 감정을 크게 터뜨리지 않아 더 현실적으로 들립니다.
  • 두 번째 포인트는 ‘뒤늦은 후회’의 정서입니다. 살아 있을 때 더 잘하지 못했다는 마음이 노래 전체에 깔려 있습니다.
  • 세 번째 포인트는 ‘트로트식 사모곡’의 힘입니다. 멜로디가 어렵지 않아도 감정의 압력이 세게 들어옵니다.

드라마로 치면 이 곡은 클라이맥스 장면보다 엔딩 크레딧 뒤에 조용히 남는 후일담에 가깝습니다. 누가 크게 울고, 누가 무너지고, 누가 사과하는 장면이 아니라, 집에 돌아와 혼자 불 꺼진 방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떠오르는 얼굴 같은 느낌입니다.

나훈아 목소리가 이 노래에서 유난히 크게 작동한다

사실 ‘망모’ 같은 곡은 누가 부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같은 가사라도 지나치게 감정을 많이 넣으면 신파처럼 들릴 수 있고, 너무 담백하게 부르면 오히려 정서가 얇아질 수 있습니다. 나훈아는 그 중간을 잘 잡습니다. 말하듯 시작했다가, 어느 순간 노래가 아니라 고백처럼 들리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특히 나훈아의 장점은 발음의 선명함입니다. 트로트는 꺾기나 음색만으로 듣는 장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나훈아 노래는 가사가 또렷하게 박힙니다. 그래서 ‘망모’처럼 서사가 강한 노래에서는 이 장점이 더 살아납니다. 듣는 사람이 내용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게 되니까요.

근데 여기서 취향은 나뉠 수 있습니다. 요즘식 발라드처럼 섬세한 숨소리와 미세한 감정 표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조금 올드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트로트 특유의 굵은 선, 직접적인 감정 전달, 말맛이 살아 있는 노래를 좋아한다면 꽤 깊게 들어올 가능성이 큽니다.

부모님 노래가 주는 묵직함은 늘 다르다

부모님을 소재로 한 노래는 이상하게 방어가 잘 안 됩니다. 사랑 노래는 ‘내 취향이 아니네’ 하고 넘길 수 있는데, 어머니나 아버지를 부르는 노래는 듣는 사람의 개인사를 건드릴 때가 많습니다. ‘망모’도 바로 그 지점을 향합니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들을 때는 단순히 나훈아의 히트곡 하나로 소비하기보다, 세대가 공유해온 정서까지 같이 보게 됩니다.

특히 한국 대중가요에서 어머니는 자주 희생과 그리움의 상징으로 등장했습니다. 이 흐름은 때로는 낡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모든 어머니 노래가 다 좋은 건 아닙니다. 지나치게 죄책감을 자극하거나, 어머니를 너무 숭고한 존재로만 그리면 현실감이 떨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망모’는 적어도 나훈아의 목소리 안에서는 그 감정이 꽤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노래가 말하는 슬픔이 거창한 효도 담론보다 개인적인 상실에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정주행 플레이리스트에 넣는다면 위치가 중요하다

나훈아 노래를 정주행하듯 듣는다면 ‘망모’는 초반보다 중후반에 두는 쪽이 잘 맞습니다. 시작부터 이 곡을 들으면 감정이 너무 빨리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대표곡이나 흥이 있는 곡을 지나온 뒤, 분위기가 차분해지는 구간에 넣으면 곡의 무게가 더 잘 느껴집니다.

예능으로 치면 웃긴 장면만 이어지다가 갑자기 출연자의 가족 이야기가 나오며 분위기가 숙연해지는 순간이 있잖아요. ‘망모’는 그런 전환점에 가까운 노래입니다. 화려한 무대 매너나 카리스마로 기억되는 나훈아의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그의 음악 세계가 단순히 센 캐릭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게 합니다.

개인적으로 ‘망모’는 자주 틀어놓는 노래라기보다, 어느 날 문득 생각나서 찾아 듣게 되는 쪽에 가깝습니다. 너무 자주 들으면 감정이 무뎌질 것 같고, 가끔 들으면 이상하게 오래 남습니다. 부모님과의 관계가 편안한 사람에게도, 아직 마음 한구석에 말하지 못한 게 남아 있는 사람에게도 다르게 들릴 노래입니다. 나훈아가 왜 세대를 넘어 계속 회자되는지 궁금하다면, 이런 곡을 지나치지 않고 들어보는 게 꽤 좋은 입구가 됩니다.

나훈아 ‘망모’ 다시 들어봤더니, 어머니를 부르는 방식이 너무 나훈아답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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