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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링 인 더 프랑키스 정주행해봤더니, 왜 아직도 제로투가 남는지 알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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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링 인 더 프랑키스 정주행해봤더니, 왜 아직도 제로투가 남는지 알겠더라

얼마 전 예전 애니메이션 오프닝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고 일하다가 달링 인 더 프랑키스 노래가 흘러나왔는데, 이상하게 손이 멈추더라. 분명 방영 당시에는 제로투 비주얼이 워낙 강해서 캐릭터 인기작처럼 소비된 면도 있었는데, 다시 정주행하니 생각보다 감정선이 진하게 남는 작품이었다. 물론 호불호는 꽤 있다. 특히 후반 전개는 지금 봐도 “아, 여기서 이렇게 간다고?” 싶은 순간이 있고, 그 지점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인생작, 누군가에게는 아쉬운 작품으로 갈릴 만하다.

제로투만 남는 작품인 줄 알았는데

솔직히 처음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제로투다. 분홍빛 머리, 뿔, 특유의 장난스러운 말투, 그리고 히로를 부르는 방식까지 캐릭터성이 워낙 선명하다. 그런데 정주행으로 다시 보면 제로투는 단순한 인기 캐릭터라기보다 이 작품의 감정 온도를 끌고 가는 인물에 가깝다.

초반부는 꽤 직관적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정해준 방식’으로 살아가고, 프랑키스라는 로봇에 탑승해 싸운다. 겉으로는 메카 액션이지만, 실제로는 성장기 아이들이 관계를 배우고 자기 마음을 처음 마주하는 이야기다. 그래서 전투 장면보다 탑승자끼리 호흡이 맞거나 어긋나는 순간이 더 크게 느껴진다.

제로투와 히로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둘의 서사는 로맨스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정체성, 기억, 소속감,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같이 깔려 있다. 그래서 둘이 가까워지는 장면이 단순히 달달하기만 한 게 아니라 조금 불안하고, 때로는 날카롭다. 이게 달링 인 더 프랑키스의 초반 몰입감을 만드는 큰 힘이었다.

관전 포인트는 메카보다 관계의 균열

이 작품을 볼 때 메카닉 디자인이나 전투 연출만 기대하면 생각보다 결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물론 프랑키스 전투 장면은 속도감이 있고, 각 기체의 이미지도 캐릭터 조합과 연결되어 있어서 보는 맛이 있다. 다만 진짜 관전 포인트는 전투의 승패보다 조종석 안팎에서 드러나는 관계 변화다.

  • 히로와 제로투가 서로에게 어떤 의미가 되어 가는지
  • 이치고가 느끼는 책임감과 질투, 미련의 결이 어떻게 변하는지
  • 고로처럼 착한 인물이 감정을 삼킬 때 생기는 묘한 답답함
  • 미츠루와 코코로의 관계가 작품 후반부 분위기를 어떻게 바꾸는지
  • 아이들이 ‘정해진 역할’ 밖의 삶을 상상하기 시작하는 순간

개인적으로는 이치고를 보는 재미가 꽤 컸다. 방영 당시에는 제로투와 비교되면서 미움받기 쉬운 포지션이었는데, 다시 보면 이치고의 행동이 꼭 밉지만은 않다. 미숙하고, 조급하고, 자기 마음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데 그게 오히려 열여섯 안팎의 아이답다. 완벽한 선택만 하는 인물이 아니라서 답답하지만, 그래서 이야기 안에서 살아 있는 느낌이 난다.

호불호 갈리는 지점은 확실하다

달링 인 더 프랑키스를 추천할 때 가장 조심스러운 부분은 후반부다. 초중반은 폐쇄된 세계, 어른들의 통제, 아이들의 성장이라는 축이 꽤 탄탄하게 쌓인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세계관의 스케일이 갑자기 커지고, 장르의 방향도 크게 튄다. 이 변화가 취향에 맞으면 낭만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차분하게 쌓아온 관계극을 좋아했다면 당황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나도 후반부는 장점과 아쉬움이 같이 보였다. 감정의 크기를 시각적으로 밀어붙이는 힘은 있다. 어떤 장면은 이미지 하나만으로도 오래 기억난다. 그런데 설정 설명이나 갈등 해소가 조금 급하게 지나가는 느낌도 있다. 24화 구성 안에서 세계관, 로맨스, 성장, 액션을 전부 크게 펼치려다 보니 균형이 흔들린 순간이 분명하다.

그래도 이 작품을 쉽게 넘기기 어려운 이유는, 삐끗한 부분이 있어도 감정의 방향만큼은 끝까지 선명하기 때문이다. 히로와 제로투가 서로를 향해 가는 이야기는 과장되어 있지만, 그 과장이 이 작품의 맛이기도 하다. 현실적인 설득력보다 애니메이션 특유의 낭만을 더 중요하게 보는 사람이라면 후반부도 꽤 세게 꽂힐 수 있다.

추천하고 싶은 사람, 조금 망설여지는 사람

달링 인 더 프랑키스는 누구에게나 무난하게 추천하기 좋은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특정 취향에는 꽤 강하게 맞는다. 캐릭터 관계성에 잘 몰입하고, 로맨스와 성장 서사가 섞인 메카물을 좋아한다면 만족도가 높을 수 있다. 특히 제로투처럼 상징성이 강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굴러가는 작품을 좋아한다면 볼 이유가 충분하다.

반대로 세계관 설정의 논리성, 후반 전개의 촘촘함, 메카물다운 전략 전투를 중요하게 보는 편이라면 아쉬움이 클 수 있다. 이 작품은 전술이나 정치극보다 감정과 상징을 앞세운다. 그래서 “왜 이렇게 됐지?”보다 “이 장면이 어떤 감정으로 밀고 가는지”에 맞춰 보면 훨씬 편하다.

나에게 달링 인 더 프랑키스는 완성도가 완벽한 작품이라기보다, 몇 장면과 몇 감정이 오래 남는 작품에 가깝다. 특히 제로투와 히로의 관계는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는 순간도 있지만, 이상하게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이 동시에 또렷해서 오히려 이야기할 거리가 많고, 정주행 후 누군가와 한참 수다 떨기 좋은 애니메이션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제로투가 계속 언급되는 이유는 단순한 캐릭터 디자인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본다.

달링 인 더 프랑키스 정주행해봤더니, 왜 아직도 제로투가 남는지 알겠더라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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