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원전대 고쥬저 정주행해봤더니, 전대 50년을 링 위에 올린 꽤 별난 승부였다

얼마 전 슈퍼전대 예전 작품 클립을 보다가 그대로 흘러가듯 <넘버원전대 고쥬저>까지 이어서 봤는데, 이 작품은 첫인상부터 꽤 시끄럽고 당돌합니다. 그냥 다섯 명이 모여 악의 조직을 물리치는 익숙한 그림을 기대하면 살짝 당황할 수 있어요. 시작부터 “누가 넘버원인가”를 걸고, 동료가 될 사람들끼리도 경쟁하는 구도를 깔아두거든요.
일본에서는 2025년 2월 16일부터 TV 아사히 계열에서 방영된 슈퍼전대 시리즈 작품이고, 토에이 쪽 소개에서도 슈퍼전대 50주년 기념작이라는 성격을 강하게 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설정도 팬서비스도 한 번에 몰아칩니다. 센타이 링, 테가소드, 역대 전대의 힘, 노원 월드, 브라이단 같은 요소가 초반부터 쏟아져서 처음엔 “이거 어린이 방송 맞나?” 싶을 정도로 정보량이 많습니다.
처음엔 산만한데, 그 산만함이 콘셉트다
<넘버원전대 고쥬저>의 출발점은 거대한 전쟁 이후 잠든 존재 테가소드와, 그 힘이 나뉜 센타이 링입니다. 링을 모으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설정이 붙으면서 이야기는 단순한 정의 구현물이 아니라 욕망 쟁탈전에 가까워집니다. 주인공 토오노 호에루도 처음부터 완성형 리더라기보다, 돈도 안정도 애착도 어딘가 부족한 인물로 나와요.
이게 좋았던 건, 멤버들이 처음부터 “우리는 하나!” 같은 분위기로 묶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각자 원하는 게 있고, 그 욕망 때문에 부딪힙니다. 전대물 특유의 팀워크가 사라진 건 아닌데, 그 팀워크가 꽤 늦게, 그리고 삐걱거리며 만들어지는 쪽에 가깝습니다.
다만 초반 진입 장벽은 분명 있습니다. 설정명도 많고, 링을 둘러싼 규칙도 빠르게 지나가고, 역대 전대 관련 장면까지 들어오니 슈퍼전대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는 “내가 뭘 놓쳤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오래 본 팬이라면 이 정신없는 밀도가 오히려 장난감 상자를 한꺼번에 뒤집어놓은 재미로 다가옵니다.
캐릭터가 깔끔한 영웅이라기보다 하자 있는 사람들이다
고쥬저 멤버들은 대놓고 ‘하구레모노’, 그러니까 어딘가에서 밀려난 사람들처럼 소개됩니다. 호에루는 떠돌이 아르바이트생에 가깝고, 리쿠오는 전직 아이돌이라는 배경을 갖고 있으며, 류기는 테가소드를 믿는 쪽으로 캐릭터성이 강하게 잡힙니다. 킨지로와 스미노도 각각 자기 욕망과 사연이 뚜렷합니다.
이 구성이 꽤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의 재미는 괴인을 쓰러뜨리는 전투보다 “얘들이 왜 이렇게까지 넘버원을 원하지?”를 보는 데서 많이 나오거든요. 특히 스미노처럼 개인적인 상처와 목적이 또렷한 캐릭터는 에피소드가 쌓일수록 감정선이 더 선명해집니다. 리쿠오 쪽도 가볍게 소비되는 미남 캐릭터가 아니라, 과거와 관계의 무게가 붙으면서 은근히 드라마 파트가 깊어집니다.
- 호에루: 목적을 찾아가는 불안정한 중심축
- 리쿠오: 화려한 이미지 뒤에 결핍이 있는 인물
- 류기: 신념이 강해서 웃기고, 그래서 갈등도 만드는 타입
- 킨지로: 분위기를 띄우지만 가볍게만 볼 수는 없는 캐릭터
- 스미노: 탐정 설정과 가족 서사가 맞물리며 존재감이 커지는 멤버
솔직히 모든 캐릭터 에피소드가 같은 밀도로 잘 빠진 건 아닙니다. 어떤 회차는 캐릭터를 보여주기보다 기믹을 먼저 밀어붙이는 느낌도 있어요.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완벽한 히어로 팀”보다 “서로 별로 안 맞는 사람들이 어쩌다 같은 방향을 본다”는 맛이 살아 있습니다.
역대 전대 팬서비스는 꽤 노골적이다
이 작품을 이야기할 때 역대 슈퍼전대 요소를 빼면 섭섭합니다. 센타이 링을 통해 과거 전대의 힘이 등장하고, 특정 에피소드에서는 익숙한 전대의 이름이나 이미지가 강하게 활용됩니다. 돈 모모타로, 티라노레인저, 가오레드, 신켄레드, 패트렌 1호 같은 이름이 흐름 속에 튀어나오는데, 팬 입장에서는 반갑고 초심자 입장에서는 살짝 낯설 수 있습니다.
근데 이 팬서비스가 단순 카메오 잔치만은 아닙니다. “넘버원”이라는 제목답게, 과거의 상징들을 현재 캐릭터들과 겨루게 만들면서 작품의 룰 안으로 끌어들입니다. 그래서 추억 팔이처럼 보이면서도 의외로 세계관 장치로 기능합니다. 물론 모든 활용이 매끄럽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어떤 순간은 장면 자체의 박력보다 “아, 이걸 보여주려고 했구나”가 먼저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50주년 기념작이라는 조건을 생각하면 이 정도 과감함은 이해됩니다. 얌전하게 축하만 하는 작품이었다면 오히려 심심했을 거예요. 고쥬저는 축하 케이크를 차분히 자르는 대신, 링 위에 올려놓고 서로 먼저 먹겠다고 달려드는 쪽입니다.
스포 없이 보는 관전 포인트
스포를 피하면서 말하자면, 중반 이후에는 호에루가 단순히 강해지는 이야기를 넘어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가”를 마주하는 쪽으로 갑니다. 이게 전대물에서 자주 보는 성장 공식이긴 한데, 고쥬저는 그걸 소원 쟁탈전이라는 장치와 붙여놔서 조금 더 직접적으로 느껴집니다.
특히 각 회차의 노원 괴인들이 만드는 상황이 꽤 예능적입니다. 운동회, 절약, 학교, 미스터리 같은 소재가 들어오면 거의 버라이어티 코너처럼 흘러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드라마적인 몰입을 기대한 날에는 톤이 튄다고 느낄 수 있고, 반대로 가볍게 웃고 싶은 날에는 한 회가 훅 지나갑니다.
- 전대 50주년 기념 요소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였는지 보는 재미
- 멤버들이 경쟁자에서 팀으로 변해가는 과정
- 테가소드와 센타이 링을 둘러싼 소원 서사
- 회차별 예능감이 강한 미션형 에피소드
- 호에루가 찾아가는 자기 목적의 변화
액션은 슈퍼전대답게 색감과 속도감이 강합니다. 거기에 링과 무기 기믹이 붙으면서 장난감 연동의 냄새도 확실히 나요. 이 지점은 호불호가 갈립니다. 저는 장난감 판촉 느낌을 완전히 지우려 하기보다, 오히려 작품의 룰로 뻔뻔하게 밀어붙이는 쪽이 더 잘 맞았습니다.
추천하냐고 묻는다면, 팬심 유무에 따라 갈린다
<넘버원전대 고쥬저>는 슈퍼전대를 처음 보는 사람에게 가장 친절한 입문작은 아닙니다. 세계관 설명이 차근차근 깔린다기보다, “이 정도는 따라올 수 있지?” 하고 앞으로 달리는 타입입니다. 그래서 초반 2~3화만 보고 판단하면 산만하다는 인상이 꽤 강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전대 시리즈의 반복되는 공식, 레드의 상징성, 팀 결성의 맛, 그리고 기념작 특유의 축제감을 좋아한다면 볼거리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캐릭터들이 착하고 바른 말만 하는 히어로가 아니라, 자기 소원 때문에 흔들리고 부딪히는 사람들이라서 은근히 계속 보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완성도가 매끈한 작품이라기보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가끔 삐져나오는 작품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그 과잉이 고쥬저의 개성이기도 합니다. 깔끔하게 정돈된 히어로 드라마를 기대하면 피곤할 수 있지만, 전대 50년의 소란스러운 축제를 캐릭터 드라마와 함께 즐기고 싶다면 꽤 오래 붙잡고 보게 되는 작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