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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와 예능을 yin and yang으로 봤더니 캐릭터 궁합이 다르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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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와 예능을 yin and yang으로 봤더니 캐릭터 궁합이 다르게 보였다

요즘 정주행하다가 자꾸 보이는 yin and yang

얼마 전 주말에 드라마 한 편을 몰아서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왜 어떤 커플은 대사 몇 마디만 주고받아도 긴장감이 확 살아나고, 어떤 예능 조합은 별것 아닌 밥 먹는 장면만으로도 계속 보게 될까. 그때 떠오른 말이 바로 yin and yang이었습니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음과 양, 서로 반대처럼 보이는데 같이 있을 때 균형이 생기는 관계죠.

드라마나 예능에서 이 구조는 생각보다 자주 나옵니다. 차분한 인물 옆에 과하게 솔직한 인물이 붙고, 계획형 캐릭터 옆에 즉흥형 캐릭터가 붙어요. 하나는 밀고 하나는 당기고, 하나는 감정을 숨기고 하나는 다 드러냅니다. 시청자는 그 차이를 보면서 답답해하기도 하고, 동시에 더 몰입하게 됩니다.

솔직히 저는 완벽하게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모인 이야기는 금방 심심해지는 편이에요. 갈등이 없으면 편하긴 한데, 화면 안에서 에너지가 잘 안 생기거든요. 반대로 너무 부딪히기만 하면 피곤합니다. 그래서 좋은 작품은 yin and yang을 단순한 반대 성향으로 쓰지 않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비추는 장치로 씁니다.

드라마에서는 성격 차이가 서사의 엔진이 된다

로맨스 드라마를 떠올려보면 이 공식이 꽤 선명합니다. 감정을 바로 말하지 못하는 인물과,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인물이 만나면 초반에는 오해가 생깁니다. 그런데 중반 이후에는 그 차이가 관계를 움직이는 힘이 돼요. 한쪽은 신중함을 배우고, 다른 한쪽은 솔직함이 항상 정답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수사물이나 법정물에서도 비슷합니다. 원칙을 중시하는 캐릭터와 현장 감각으로 움직이는 캐릭터가 한 팀이 되면 사건 하나를 보는 시선이 둘로 갈라집니다. 시청자는 둘 중 한쪽 편을 들게 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둘 다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죠. yin and yang이 잘 작동하는 드라마는 주인공을 혼자 빛나게 만들기보다, 상대 캐릭터가 있어야 주인공의 장단점이 또렷해지게 만듭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균형입니다. 한쪽을 지나치게 바보처럼 만들거나, 다른 한쪽을 지나치게 완벽하게 만들면 재미가 확 줄어요. 예를 들어 냉정한 인물이 늘 맞고 감정적인 인물이 늘 틀리는 식이면 캐릭터가 납작해집니다. 반대로 감정만 앞세운 선택이 매번 기적처럼 성공해도 설득력이 떨어지고요. 좋은 대본은 둘 다 틀릴 때가 있고, 둘 다 맞을 때가 있게 둡니다.

예능에서는 반대 성향이 웃음의 리듬을 만든다

예능은 더 직접적입니다. 말 많은 출연자와 리액션 좋은 출연자가 붙으면 장면이 삽니다. 정리형 멤버와 어지르는 멤버가 같이 있으면 상황극이 자연스럽게 생겨요. 여행 예능에서는 계획표를 들고 움직이는 사람과 시장 골목에서 갑자기 딴 길로 새는 사람이 있어야 에피소드가 만들어집니다.

근데 이게 무조건 시끄러운 사람 하나, 조용한 사람 하나를 붙인다고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중요한 건 서로를 받아주는 호흡입니다. 한 명이 계속 공격하고 다른 한 명이 계속 당하기만 하면 웃음보다 불편함이 먼저 옵니다. 반대로 티키타카가 좋은 조합은 놀림을 주고받아도 선을 넘지 않고, 제작진도 그 선을 잘 압니다.

  • 진행형 멤버는 흐름을 잡아주고 장면이 늘어지지 않게 만든다.
  • 변수형 멤버는 예상 밖 행동으로 에피소드의 방향을 바꾼다.
  • 관찰형 멤버는 짧은 한마디로 상황의 웃긴 지점을 짚는다.
  • 공감형 멤버는 과열된 분위기를 풀어주고 시청자의 감정을 대신 말한다.

이 네 가지 역할이 꼭 네 사람이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한 사람이 두 역할을 하기도 하고, 시즌이 지나면서 역할이 바뀌기도 해요. 다만 장수 예능을 보면 대체로 이런 에너지의 분배가 안정적입니다. 누군가는 밀고, 누군가는 받치고, 누군가는 엉뚱한 방향으로 흔듭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도 분명하다

yin and yang식 구도가 늘 좋은 건 아닙니다. 특히 드라마에서 남녀 주인공의 성향 차이를 너무 낡은 방식으로 그리면 금방 피로해집니다. 예민한 사람은 까칠하다는 이유로 매력화되고, 배려하는 사람은 착하다는 이유로 계속 희생하는 구조가 반복되면 보는 입장에서 답답합니다.

예능도 마찬가지예요. 반대 성향을 웃음으로 쓰려면 출연자 사이의 동의와 신뢰가 화면에 보여야 합니다. 시청자는 생각보다 예민하게 감지합니다. 저 사람이 진짜 편해서 웃는 건지, 방송이라 참고 있는 건지 어느 정도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요즘 예능은 예전보다 몰아가기식 웃음에 조심스러워졌고, 그 변화는 꽤 반갑습니다.

또 하나, 반대 성향 구도가 너무 공식처럼 보이면 예측 가능해집니다. 냉미남과 햇살 캐릭터, 계획파와 자유파, 독설 담당과 순둥이 담당 같은 조합은 여전히 잘 먹히지만, 새로움 없이 반복되면 캐릭터 소개만 봐도 전개가 보입니다. 결국 디테일이 관건이에요. 왜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는지, 상대를 만나면서 어떤 균열이 생기는지가 있어야 오래 갑니다.

정주행할 때 이렇게 보면 꽤 재밌다

제가 요즘 정주행할 때 자주 보는 포인트는 인물의 첫 등장보다 관계의 세 번째 만남입니다. 첫 만남은 보통 강한 인상을 주려고 과장되어 있고, 두 번째 만남은 갈등을 만들기 위해 세팅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세 번째쯤 되면 작가나 제작진이 이 둘을 어떤 리듬으로 굴릴지 조금씩 보입니다.

드라마라면 대사를 누가 더 많이 하는지보다, 침묵이 누구에게 주어지는지 보면 좋습니다. 말이 없는 캐릭터가 항상 수동적인 건 아닙니다. 오히려 상대의 말을 듣고 장면의 온도를 바꾸는 역할을 할 때가 있어요. 예능이라면 편집이 누구의 리액션을 자주 잡는지 보면 조합의 중심이 보입니다. 웃긴 행동을 한 사람보다 그걸 받아주는 사람이 장면을 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yin and yang이 가장 맛있게 느껴지는 순간은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이기려고 하지 않을 때입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문제를 보고, 그 차이 때문에 잠깐 삐걱거리지만 결국 장면이 더 풍성해지는 순간이요. 그래서 저는 캐릭터 궁합을 볼 때 설렘이나 웃음만 보지 않고, 이 조합이 서로를 조금이라도 바꾸는지 보게 됩니다.

좋은 드라마와 예능은 반대되는 사람들을 그냥 붙여놓고 끝내지 않습니다. 그 사이에서 생기는 불편함, 웃음, 오해, 다정함을 차근차근 쌓아 올립니다. 그래서 정주행을 하다 보면 처음엔 안 맞아 보이던 두 사람이 어느 순간 한 장면 안에서 자연스럽게 균형을 잡는 때가 오죠. 저는 그 순간 때문에 다음 회차 버튼을 또 누르게 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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