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반다이 팝업 다녀와봤더니, 예능 세트장처럼 취향이 터졌다

얼마 전 잠실 쪽 약속이 있어 롯데월드몰에 들렀다가,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색감의 반다이 팝업을 만났어요. 드라마로 치면 1회 오프닝부터 인물 관계도가 확 펼쳐지는 느낌이랄까요. 다마고치, 가샤폰, 캐릭터 굿즈가 한 공간에 몰려 있으니 잠깐 구경만 하려던 마음이 금방 무너졌습니다.
롯데백화점 안내 기준으로 2026년 4월 22일부터 5월 6일까지 잠실 롯데월드몰 1층에서 열린 ‘반다이남코 팬시 페스타’는 가정의 달을 앞두고 꾸린 체험형 팝업이었어요. 운영 장소가 1층이라 동선도 꽤 직관적이었고, 몰 안에 들어서면 사람 흐름이 자연스럽게 팝업 쪽으로 모였습니다. 지나가다 “저게 뭐야?” 하고 발걸음 멈추는 사람이 많았다는 점에서, 흡입력은 확실했어요.
첫인상은 귀여운데 은근히 치밀했다
이 팝업의 제일 큰 장점은 ‘귀여움’ 하나로 밀어붙이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다마고치처럼 추억을 건드리는 아이템이 있고, 가샤폰처럼 즉석에서 결과를 확인하는 재미가 있고, 피규어나 작은 굿즈처럼 진열만 봐도 만족감이 생기는 구역이 있었습니다. 예능으로 치면 출연진 캐릭터가 겹치지 않아서 회차마다 볼거리가 나뉘는 구성에 가까웠어요.
특히 다마고치는 1990년대 후반이나 2000년대 초반 감성을 기억하는 사람에게 훅 들어옵니다. 손바닥 안에서 캐릭터를 키운다는 설정 자체가 워낙 단순한데, 그래서 더 세요. 요즘 콘텐츠가 복잡한 세계관과 과몰입 장치를 자주 쓰는 편이라면, 다마고치는 오히려 버튼 몇 개와 작은 화면으로 마음을 잡는 쪽입니다. 그 대비가 꽤 신선했어요.
관전 포인트는 가샤폰 존이었다
솔직히 현장에서 제일 오래 붙잡히는 곳은 가샤폰 쪽이었어요. 캡슐토이는 가격보다 심리전이 먼저 옵니다. 이미 원하는 캐릭터가 머릿속에 있는데, 기계는 끝까지 모른 척하거든요. 그래서 한 번만 돌리려던 사람이 두 번, 세 번으로 넘어가는 흐름이 너무 자연스럽습니다.
이게 예능의 랜덤 미션과 비슷해요. 결과가 대단히 거창하지 않아도, 뽑기 직전의 표정과 뽑고 난 뒤의 반응이 콘텐츠가 됩니다. 친구끼리 가면 서로의 취향이 바로 드러나고, 가족끼리 가면 아이보다 어른이 더 진지해지는 장면도 나와요. 이런 순간들이 팝업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진짜 장치였습니다.
- 다마고치 쪽은 추억 보정이 강한 사람에게 잘 맞았어요.
- 가샤폰은 짧은 시간에 재미를 느끼기 좋은 구역이었습니다.
- 굿즈 진열은 캐릭터별 취향 확인용으로 보기 편했어요.
- 주말 피크 시간에는 사진 찍는 속도보다 사람이 더 빨리 몰릴 수 있어요.
좋았던 점과 호불호 갈릴 지점
좋았던 건 접근성이에요. 잠실 롯데월드몰 1층이라는 위치는 팝업만 보러 가도 부담이 덜하고, 식사나 카페, 영화관 동선과 붙여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굳이 하루 일정을 통째로 비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커요. 팝업 구경 후 석촌호수 쪽으로 빠지는 코스도 자연스럽고요.
근데 호불호도 분명합니다. 캐릭터 IP에 관심이 적은 사람이라면 “생각보다 살 게 없네”로 끝날 수 있어요. 반대로 수집 취향이 있는 사람은 예산 방어가 쉽지 않습니다. 작은 굿즈는 하나씩 담기 시작하면 체감 가격이 뒤늦게 올라오고, 가샤폰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수록 묘하게 더 붙잡습니다. 이건 재미이자 함정이에요.
또 하나는 혼잡도입니다. 롯데월드몰 자체가 주말엔 늘 사람이 많은 편이라, 팝업의 인기와 별개로 이동 피로가 생길 수 있어요. 사진을 여유롭게 찍고 싶거나 굿즈를 천천히 고르고 싶다면 평일 낮이나 오픈 직후가 훨씬 편했을 타입입니다. 이런 팝업은 공간보다 사람 흐름이 체감 만족도를 많이 좌우하더라고요.
드라마·예능 좋아하는 사람 눈에는 이렇게 보였다
제가 드라마와 예능을 오래 보다 보니, 팝업도 결국 ‘구성’으로 보게 됩니다. 잠실 반다이 팝업은 세계관 설명을 길게 하지 않아도 되는 브랜드의 힘이 있었어요. 다마고치, 건담, 디지몬, 드래곤볼 같은 이름들은 세대마다 반응하는 지점이 다르잖아요. 누군가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지금도 모으는 취미를 확인하고, 누군가는 그냥 색감과 조형 때문에 멈춥니다.
이런 팝업이 잘 굴러가려면 ‘살 것’과 ‘볼 것’ 사이의 균형이 중요해요. 너무 판매만 앞세우면 매대 느낌이 강해지고, 너무 전시만 많으면 굿즈 팝업 특유의 즉시성이 약해집니다. 잠실 반다이 팝업은 적어도 지나가던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 그리고 한 바퀴 돌고 나서 뭐 하나쯤 손에 쥐게 만드는 힘은 꽤 좋았습니다.
누가 가면 만족도가 높을까
캐릭터 굿즈를 좋아하거나, 캡슐토이 특유의 랜덤 재미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만족도가 높았을 거예요. 특히 친구와 같이 가면 취향 토크가 바로 열립니다. “이건 너무 귀엽다”, “이 가격이면 고민된다”, “아니 이걸 또 뽑는다고?” 같은 말이 계속 나오거든요. 혼자 가도 나쁘지 않지만, 리액션을 나눌 사람이 있으면 훨씬 예능처럼 즐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굿즈 구매 계획이 전혀 없고 사람 많은 공간을 피하고 싶은 편이라면, 기대치를 낮추는 게 맞아요. 구경 자체는 짧게 끝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잠실 나들이 중간에 끼워 넣는 코스로는 꽤 괜찮았어요. 저는 이런 팝업이 단순 쇼핑보다 ‘취향 확인 시간’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내가 아직도 작은 캐릭터 하나에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인지 확인하는 순간이 있거든요. 그 정도면 팝업이 할 일은 충분히 한 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