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 아빠 전경철 작가 별세 소식에 유퀴즈를 다시 틀어봤더니

얼마 전 예능 클립을 보다가 전경철 작가 별세 소식을 접했는데, 이상하게 한동안 화면을 멈춰두게 되더라고요. ‘피터팬 아빠’라는 이름으로 많은 분들이 기억하는 분이었고, 중증 자폐가 있는 아들을 20년 넘게 홀로 돌봐온 이야기가 방송을 통해 알려졌죠. 예능 리뷰를 쓰면서도 이런 회차는 가볍게 소비하기가 어렵습니다. 웃음이나 감동 버튼으로만 말하기엔, 화면 밖 삶의 무게가 너무 선명하니까요.
유퀴즈에서 남긴 장면이 오래 남는 이유
전경철 작가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연으로 더 넓게 알려졌습니다. 방송에서 그는 자신을 ‘피터팬 아빠’라고 불렀고, 아들 준영 씨의 시간이 어른의 속도로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전했어요. 이 표현이 예쁜 별명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 그 안에는 매일 반복되는 돌봄과 불안, 그리고 아버지로서 끝까지 버티려는 마음이 들어 있었습니다.
특히 마음에 걸렸던 지점은 ‘내가 떠난 뒤 아이는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이었어요. 드라마였다면 후반부 큰 사건으로 다뤄졌을 법한 문장인데, 현실에서는 매일 아침 눈 뜰 때마다 따라붙는 걱정이었겠죠. 방송은 눈물을 강요하지 않았지만, 말 사이의 침묵이 오히려 더 크게 들렸습니다.
피터팬 아빠라는 별명이 말해주는 것
전경철 작가는 에세이 ‘안녕, 피터팬’을 통해 아들과의 삶을 기록해왔습니다. 브런치에 돌봄 과정과 시설을 찾는 여정을 남겼고, 그 기록이 방송과 책으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히 ‘헌신적인 아버지’ 이야기로만 보면 놓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에요.
물론 20년 넘게 홀로 아들을 돌봤다는 사실은 놀랍고 존경스럽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이 이야기는 한 가족의 사랑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돌봄 현실을 보여줍니다. 중증 발달장애인을 장기적으로 받아줄 수 있는 공간, 보호자가 아프거나 세상을 떠난 뒤 이어질 돌봄 체계, 가족에게만 너무 많은 책임이 쏠리는 구조. 전경철 작가의 사연이 많은 사람을 울린 건 슬퍼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미뤄둔 질문을 너무 선명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느꼈습니다.
별세 소식이 더 먹먹했던 이유
보도에 따르면 전경철 작가는 간암 투병 끝에 2026년 9월 5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향년 63세였습니다. 말기암 판정을 받은 뒤에도 그는 자신의 삶보다 아들의 다음 시간을 더 걱정했고, 생전 감사 공연 형식의 자리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인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대목은 정말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지만,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종종 이런 사연을 ‘눈물 나는 감동 실화’로 묶어버립니다. 그런데 전경철 작가의 이야기는 감동으로만 닫히지 않습니다. 아버지가 대단했다는 말과 함께, 왜 한 사람이 그렇게까지 혼자 버텨야 했는지도 같이 남거든요. 예능이 좋은 역할을 할 때는 바로 이런 순간입니다. 누군가의 사연을 유명하게 만드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시청자가 자기 자리에서 계속 생각하게 만들 때요.
방송 리뷰어 입장에서 본 관전 포인트
이 이야기를 다시 볼 때는 자극적인 장면보다 표정과 말의 속도를 보게 됩니다. 전경철 작가는 자신을 비극의 주인공처럼 내세우지 않았고, 아들을 설명할 때도 지나친 미화나 원망으로 흐르지 않았습니다. 그 균형이 참 쉽지 않습니다. 방송 입장에서도 눈물 포인트를 크게 키울 수 있었을 텐데, 비교적 담담한 톤을 유지한 부분이 오히려 오래 남았습니다.
-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아버지의 사랑’보다 ‘돌봄의 지속성’입니다. 하루 이틀의 희생이 아니라 20년 넘게 이어진 생활의 밀도가 보입니다.
- 두 번째는 장애 당사자인 아들을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만 소비하지 않고, 한 사람의 삶으로 존중하려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 세 번째는 예능이 사회적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입니다. 웃음 사이에 현실의 질문을 놓을 때, 프로그램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슬픔 뒤에 남은 생각
솔직히 이런 이야기는 다시 보기 버튼을 누르기까지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마음이 무거워질 걸 아니까요. 그래도 전경철 작가가 남긴 기록은 한 번쯤 천천히 마주할 만합니다. 누군가의 삶을 불쌍하다고 소비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끝까지 지키려 했던 마음과 그 마음을 혼자 감당하게 만든 현실을 같이 보는 일이니까요.
전경철 작가 별세 소식은 한 사람의 부고이면서, 동시에 우리에게 남겨진 질문처럼 느껴졌습니다. 좋은 아버지였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고, 좋은 사회는 어떤 돌봄을 준비해야 하는지까지 이어져야 할 이야기입니다. ‘피터팬 아빠’라는 이름이 오래 기억된다면, 저는 그 기억이 눈물에서 멈추지 않았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