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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 아빠 전경철 별세, 유퀴즈와 실화탐사대를 다시 보니 더 먹먹했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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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 아빠 전경철 별세, 유퀴즈와 실화탐사대를 다시 보니 더 먹먹했던 이야기

얼마 전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봤던 한 장면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웃음으로 긴장을 풀어주는 예능인데도, ‘피터팬 아빠’ 전경철 작가가 아들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에는 진행자들의 표정까지 조용히 가라앉았다. 그런데 2026년 9월 5일 저녁, 전경철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니 그 방송이 단순한 감동 사연이 아니라 한 사람이 남은 시간을 어떻게 썼는지에 대한 기록처럼 다시 보였다.

방송에서 처음 만난 ‘피터팬 아빠’

전경철 작가는 중증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들 제원 씨를 27년 동안 홀로 돌봐온 아버지로 알려졌다. 방송에서는 그를 ‘피터팬 아빠’라고 불렀는데, 이 별명은 아버지가 아들을 동화 속 피터팬에 빗대 부르면서 시작된 표현이다. 제원 씨의 사회성 연령이 어린아이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설명이 붙을 때마다 마음이 복잡했다. 귀엽게 포장할 수 없는 현실인데, 아버지는 그 현실을 조금이라도 덜 차갑게 말할 언어를 찾았던 것 같았다.

전경철 작가의 사연이 더 널리 알려진 계기는 MBC ‘실화탐사대’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었다. ‘실화탐사대’는 아들의 거처를 찾아 나서는 과정과 제도적 빈틈을 더 또렷하게 보여줬고, ‘유퀴즈’는 전경철 작가가 어떤 마음으로 버텨왔는지를 대화의 결로 전했다. 같은 인물을 다뤄도 프로그램마다 남는 감정이 달랐다.

숫자로 보이는 현실이 더 무거웠다

이 이야기가 오래 남는 이유는 눈물 나는 사연이라서만은 아니다. 27년, 6개월 시한부 판정, 전국 보호시설 약 1000곳, 후원금 약 8000만 원. 이런 숫자들이 계속 따라붙는다. 보통 방송에서 숫자는 이해를 돕는 장치로 쓰이지만, 여기서는 오히려 질문이 된다. 왜 한 아버지가 말기 암 판정을 받은 뒤에도 아들이 지낼 곳을 찾으러 그렇게 많은 곳을 헤매야 했을까.

  • 전경철 작가는 2025년 4월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뒤에도 아들의 보금자리 마련에 매달렸다.
  • 에세이 ‘안녕, 피터팬’ 출간 이후 많은 독자와 시청자의 응원이 모였다.
  • 아들 제원 씨는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동체 마을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 전경철 작가는 성인 중증 자폐인을 위한 재단 설립도 추진해왔다.

솔직히 이 대목은 보기 편한 콘텐츠가 아니다. ‘좋은 사람들의 선의가 모여 기적을 만들었다’는 말만으로는 너무 쉽게 덮이는 부분이 있다. 선의가 없었으면 가능하지 않았던 일이지만, 동시에 선의가 있어야만 겨우 움직이는 현실이기도 하니까.

유퀴즈와 실화탐사대, 관전 포인트가 달랐다

‘유퀴즈’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전경철 작가의 말투였다. 극적인 표현을 과하게 던지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마음속에서 수없이 울고 난 사람이 담담하게 말하는 느낌이었다. 아들에게 자신을 완전히 잊으라고 말하고 싶지만, 또 조금은 기억해줬으면 한다는 마음은 너무 인간적이었다. 부모의 사랑을 숭고하게만 말하면 놓치는 지점이 있는데, 그는 그 사이의 모순까지 숨기지 않았다.

반면 ‘실화탐사대’는 감정선보다 구조를 더 보게 했다. 성인 발달장애인이 부모 이후의 삶을 어떻게 이어갈 수 있는지, 가족이 사라진 뒤 돌봄은 어디로 연결되는지, 방송을 보는 동안 질문이 계속 따라왔다. 드라마라면 다음 회에서 누군가 해결책을 들고 등장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친절하지 않다.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지점

누군가는 이런 방송이 개인의 고통을 너무 감동 코드로 소비한다고 느낄 수 있다. 나도 그 경계심이 있다. 특히 가족 돌봄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헌신적인 부모’라는 말이 쉽게 붙는데, 그 표현이 제도의 책임을 흐리게 만들 때도 있다. 다만 전경철 작가의 경우에는 자신의 여정을 기록해달라는 뜻을 남겼다는 점에서, 방송의 의미가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누군가의 사연을 훔쳐보는 것이 아니라, 남겨진 질문을 같이 바라보는 쪽에 가까웠다.

별세 소식 이후 더 선명해진 것

‘피터팬 아빠 전경철 별세’라는 문장은 너무 짧다. 그런데 그 짧은 문장 뒤에는 한 사람이 아들을 위해 쓴 27년과, 남은 시간을 또 다른 ‘피터팬’들을 위해 쓰려 했던 마음이 들어 있다.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빈소 없이 치러진 것으로 전해졌고, ‘유퀴즈’ 제작진도 고인이 남긴 마음을 기억하겠다는 애도의 뜻을 전했다.

스포를 피해서 말하자면, 관련 방송을 다시 볼 때는 특정 장면의 눈물보다 전경철 작가가 계속 말하려 했던 방향을 보는 게 좋았다. 그는 자기 가족만 살려달라고 말한 사람이 아니라, 비슷한 상황의 가족들이 조금 덜 외롭게 버틸 수 있는 길을 만들고 싶어 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슬프지만, 슬픔 하나로만 소비되면 아깝다.

나는 이런 방송을 볼 때마다 예능과 시사 프로그램의 경계가 생각보다 넓다고 느낀다. 누군가의 삶을 잠깐 비추고 지나가는 화면이 아니라, 우리가 평소 미뤄둔 현실을 눈앞에 앉혀놓는 순간이 있다. 전경철 작가가 남긴 이름과 ‘피터팬’이라는 단어가 오래 따뜻하게, 그리고 조금은 불편하게 기억됐으면 한다.

피터팬 아빠 전경철 별세, 유퀴즈와 실화탐사대를 다시 보니 더 먹먹했던 이야기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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