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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민 PD의 예능을 따라가봤더니 웃음 뒤의 설계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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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민 PD의 예능을 따라가봤더니 웃음 뒤의 설계가 보였다

개그콘서트를 다시 보다 보니 서수민이라는 이름이 보였다

얼마 전 예전 공개 코미디 클립을 줄줄이 보다가, 자막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이름이 있었어요. 서수민 PD. 사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출연자 얼굴이 먼저 기억나잖아요. 그런데 조금만 뒤로 물러서서 보면, 그 웃음이 어떤 방식으로 편집되고 배치됐는지가 보입니다. 특히 KBS <개그콘서트>가 한창 대중 예능의 중심에 있던 시절을 떠올리면, 서수민이라는 이름은 그냥 제작진 명단 속 한 줄로 넘기기엔 꽤 큽니다.

서수민 PD는 공개 코미디의 현장감, 코너별 리듬, 캐릭터 반복의 힘을 잘 활용한 인물로 자주 언급됩니다. <개그콘서트>는 매주 여러 코너가 붙는 형식이라 한 편의 예능이라기보다 작은 쇼케이스 묶음에 가까웠죠. 웃긴 코너 하나가 터지면 다음 주에는 유행어가 더 세지고, 관객 반응이 붙고, 캐릭터의 각이 선명해집니다. 이걸 안정적으로 굴리는 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웃음은 즉흥처럼 보이지만, 방송에서는 순서와 호흡이 거의 전부니까요.

서수민식 예능의 매력은 ‘판’을 만드는 데 있다

제가 서수민 PD의 작업에서 가장 흥미롭게 보는 지점은 출연자를 억지로 포장하기보다, 사람들이 알아서 부딪힐 수 있는 판을 만든다는 점이에요. 공개 코미디에서는 무대가 그 판이고, 관찰형이나 경쟁형 예능에서는 규칙이 그 판이 됩니다. 좋은 예능은 출연자가 웃기려고 애쓰는 장면보다, 상황 자체가 사람을 밀어붙이는 순간이 더 오래 남습니다.

<개그콘서트>를 떠올리면 코너마다 구조가 분명했습니다. 등장, 반복, 변주, 반응. 대개 5분 안팎의 짧은 시간에 캐릭터를 납득시키고 웃음을 만들어야 하니 낭비가 적어야 해요. 서수민 PD가 주목받은 시기의 공개 코미디는 이 짧은 호흡을 대중적인 유행으로 바꾸는 힘이 있었습니다. TV를 본 다음 날 학교나 회사에서 유행어가 돌고, 특정 코너를 안 보면 대화에서 살짝 밀리는 느낌까지 있었으니까요.

  • 반복되는 캐릭터를 지루하지 않게 변주하는 방식
  • 무대 관객의 반응을 방송의 에너지로 끌어오는 편집
  • 개그맨 개인기보다 코너 구조를 먼저 세우는 제작 감각
  •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소재도 대중적 톤 안에 넣는 균형감

드라마 <프로듀사>로 보면 더 재미있다

서수민이라는 이름을 예능 팬이 아닌 드라마 팬에게도 각인시킨 작품으로는 <프로듀사>를 빼놓기 어렵습니다. 이 작품은 방송국 예능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였고, 차태현, 공효진, 김수현, 아이유 같은 배우들이 출연해 꽤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스포는 피해서 말하자면, 이 드라마의 재미는 거창한 사건보다 방송국 안 사람들의 작은 자존심, 업무 스트레스, 관계의 엇갈림에서 나옵니다.

근데 <프로듀사>를 그냥 로맨스 드라마로만 보면 조금 아쉽습니다. 이 작품은 예능 만드는 사람들의 일상을 드라마 문법으로 옮긴 쪽에 더 가깝거든요. 회의실에서 한마디가 삐끗하면 분위기가 싸해지고, 출연자 섭외 하나에 팀 전체가 흔들리고, 시청률 숫자 하나가 사람의 표정을 바꿉니다. 예능을 많이 본 사람일수록 “아, 저런 긴장감 진짜 있겠다” 싶은 장면이 꽤 많아요.

서수민 PD의 존재감도 여기서 흥미롭게 읽힙니다. 예능을 오래 만든 사람이 방송국 이야기를 다룰 때 생기는 디테일이 있거든요. 카메라 앞의 반짝임보다 카메라 뒤의 피곤함을 아는 사람만 넣을 수 있는 장면들. 그래서 <프로듀사>는 완성도에 대한 평과 별개로, 방송 예능 제작의 공기를 대중 드라마 안으로 가져온 사례로 볼 만합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도 분명하다

솔직히 서수민 PD의 예능 스타일이 모두에게 착 붙는 건 아닙니다. 공개 코미디 특유의 과장된 리액션이나 반복 개그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에게는 <개그콘서트>식 호흡이 낡게 느껴질 수 있어요. 또 코너형 예능은 한두 개가 약하면 전체 체감 만족도가 바로 내려갑니다. 드라마나 리얼리티처럼 한 줄기 서사로 밀어붙이는 장르가 아니라, 매 코너가 따로 평가받는 구조라서 더 냉정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약점까지 포함해서 서수민 PD의 작업이 한국 예능 흐름에서 꽤 중요한 장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예능은 유튜브 쇼츠, OTT 클립, 웹예능처럼 더 짧고 빠른 쪽으로 많이 움직였잖아요. 그런데 공개 코미디가 이미 오래전부터 짧은 호흡의 승부를 해왔다는 걸 생각하면, <개그콘서트>의 방식은 지금 봐도 참고할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그때 통했던 캐릭터와 소재가 지금도 그대로 통하진 않죠. 이 차이가 바로 다시 볼 때의 재미이자 아쉬움입니다.

서수민을 따라 보면 예능의 뒷맛이 달라진다

서수민 PD를 키워드로 예능과 드라마를 다시 보면, 화면 앞에서 웃고 넘겼던 장면들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누가 웃겼는지뿐 아니라 왜 그 타이밍에 웃겼는지, 왜 그 코너가 뒤쪽이 아니라 앞쪽에 배치됐는지, 왜 특정 캐릭터가 몇 주 동안 살아남았는지 생각하게 되거든요. 이건 예능을 더 피곤하게 보는 방식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 저는 오히려 재미가 늘어났습니다.

추천 순서를 굳이 잡는다면 <개그콘서트>의 대표 코너 클립을 먼저 보고, 그다음 <프로듀사>를 보는 쪽이 좋습니다. 예능의 현장감을 먼저 몸으로 느낀 뒤에 방송국 드라마를 보면, 인물들의 예민함이 더 잘 와닿아요. 그리고 공개 코미디가 취향에 맞지 않는다면 너무 오래 붙잡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이 시대에는 이런 웃음의 리듬이 있었구나” 정도로 봐도 충분합니다.

저는 서수민 PD의 이름을 볼 때마다, 예능은 결국 사람을 웃기는 일이면서 동시에 사람을 배치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출연자, 관객, 카메라, 편집, 방송 시간까지 맞물려야 한 번의 웃음이 화면 밖으로 넘어오니까요. 그래서 서수민이라는 키워드는 한 사람의 프로필보다, 한국 예능이 무대에서 방송국으로, 다시 클립의 시대로 넘어가는 흐름을 같이 떠올리게 만드는 이름에 가깝습니다.

서수민 PD의 예능을 따라가봤더니 웃음 뒤의 설계가 보였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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