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 시덴토프 작품을 예능 보듯 몰아봤더니 웃기다가 살짝 불편했다

얼마 전 짧은 영상 하나를 보다가 맥스 시덴토프라는 이름을 다시 찾아봤는데, 진짜 이상하게도 그의 작업은 드라마보다 예능 리액션에 더 가깝게 들어온다. 처음엔 웃고, 다음엔 어이없고, 조금 지나면 ‘아니 이걸 왜 이렇게까지 했지?’ 싶은 생각이 따라온다.
사막 한가운데서 토토의 아프리카가 계속 흐른다는 설정
맥스 시덴토프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Toto Forever다. 나미브 사막 어딘가에 스피커와 태양광 장치를 설치하고, 토토의 1982년 히트곡 Africa를 계속 재생하도록 만든 작업이다. 장소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이 대목만 들으면 거의 예능 미션 같다. 제작진이 “사막에 노래를 심어두세요”라고 시킨 것처럼 황당하다.
그런데 이 황당함이 묘하게 오래 간다. 노래 제목은 아프리카이고, 실제 공간은 나미비아 사막이고, 장치는 태양광으로 돌아간다. 농담처럼 보이지만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머릿속에 박힌다. 드라마로 치면 대사보다 장면 하나가 오래 남는 타입이다.
맥스 시덴토프의 매력은 진지한 얼굴로 장난치는 데 있다
그는 나미비아와 독일 배경을 가진 다분야 작가이자 디렉터로 알려져 있다. 사진, 영상, 조각, 크리에이티브 디렉션을 오가고, Ordinary라는 아트 매거진도 만들었다. 이름처럼 평범한 사물을 비틀어 낯설게 보여주는 방식이 많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건, 그의 작업이 ‘멋있음’을 먼저 들이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너무 유치해 보일 정도로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여권 사진을 찍는데 뒤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양말 캠페인에서는 일상 물건이 살짝 공포 영화처럼 변한다. 근데 그 단순함이 시선을 붙잡는다.
- 사막에 노래를 틀어두는 식의 과감한 설정
- 규칙이 엄한 여권 사진을 장난의 무대로 바꾸는 방식
- 브랜드 작업에서도 개인 작업 특유의 이상한 유머를 남기는 태도
예능으로 치면 호불호 센 출연자다
솔직히 맥스 시덴토프의 작업은 모두에게 편하게 다가오진 않는다. 웃기려고 던진 장면이 누군가에게는 가볍거나 무례하게 보일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 시기 대체 마스크를 다룬 작업은 부적절하다는 반응을 받았고, 이후 작가가 사과한 일도 있었다. 이 지점은 그냥 넘어가기 어렵다.
예능에서도 그렇다. 선을 타는 캐릭터가 재미를 만들지만, 그 선이 현실의 고통과 맞닿는 순간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맥스 시덴토프의 장점은 기발함인데, 약점도 바로 그 기발함이다. 너무 빨리 농담으로 도착하면, 그 사이에 있어야 할 배려가 빠져 보일 때가 있다.
그래도 계속 보게 되는 이유
그럼에도 그의 작업을 계속 보게 되는 건, 아이디어가 시각적으로 즉각 이해되기 때문이다. 복잡한 해설을 읽지 않아도 ‘아, 저걸 저렇게 해버렸네’ 하는 반응이 먼저 나온다. 숏폼 시대와도 잘 맞는다. 3초 안에 이미지가 박히고, 10초 뒤에는 공유하고 싶어진다.
드라마·예능 덕후 시선으로 본 관전 포인트
맥스 시덴토프를 볼 때는 작품 하나하나를 ‘에피소드’처럼 보면 꽤 재미있다. Toto Forever는 대형 야외 미션, Passport Photos는 규칙 깨기 코너, 브랜드 캠페인은 게스트 출연 회차처럼 느껴진다. 이 사람의 세계관은 꽤 일관적이다. 평범한 규칙을 하나 잡고, 거기에 말도 안 되는 예외를 끼워 넣는다.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소재가 너무 일상적이라는 것. 여권 사진, 양말, 노래, 가구처럼 누구나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 둘째, 결과물이 한 컷으로 설명된다는 것. 셋째, 웃긴데 아주 편하지만은 않다는 것. 이 세 번째가 그의 작업을 단순한 밈보다 오래 보게 만든다.
내 취향으로는 Passport Photos 쪽이 가장 잘 맞았다. 여권 사진이라는 건 원래 표정, 배경, 시선까지 제한이 빡빡한 장르인데, 그 틈에 사고를 끼워 넣는 방식이 너무 명확하다. 반대로 코로나 마스크 작업처럼 현실의 불안이 큰 소재를 다룰 때는 농담의 속도가 너무 빨랐다는 느낌도 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감상 순서
맥스 시덴토프가 낯설다면 거창한 현대미술 작가로 접근하기보다, 짧은 예능 클립 몰아보듯 시작하는 편이 낫다. 작품 설명을 먼저 길게 읽으면 오히려 재미가 줄어든다. 이미지를 먼저 보고, 그다음 작가의 의도를 확인하면 반응이 더 선명해진다.
- Passport Photos로 유머 감각을 먼저 보기
- Toto Forever로 스케일과 황당함을 확인하기
- 브랜드 협업 작업에서 상업 이미지와 개인 취향이 섞이는 방식을 보기
- 논란이 있었던 작업은 당시 맥락까지 함께 보기
맥스 시덴토프는 착한 재미만 주는 작가는 아니다. 대신 보는 사람을 잠깐 멈추게 만드는 힘이 있다. 웃다가도 ‘이게 왜 웃기지?’ 하고 되묻게 되고, 불편하다가도 ‘그래도 이미지 하나는 세다’고 인정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그의 작업을 완벽하게 좋아한다기보다, 자꾸 다음 회차를 눌러보게 되는 타입의 콘텐츠로 기억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