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텔레토비 소식을 보고 옛 방송을 다시 떠올렸다

얼마 전 경주 사진을 넘겨보다가 고분 앞에 선 보라돌이와 뚜비를 봤다. 텔레토비가 황리단길에 왔었다니, 처음엔 합성 사진인가 싶었다. 알고 보니 2026년 봄에 열린 공식 팝업 행사였다. 드라마나 예능의 촬영지를 찾아가는 일은 익숙한데, 어린 시절 TV 속 캐릭터를 따라 경주를 걷는다는 발상은 꽤 신선했다.
텔레토비가 경주에 온 이유
경주시 안내에 따르면 ‘더현대 팝업스토어 in 황리단길’은 2026년 4월 30일부터 5월 17일까지 황리단길 생활문화센터에서 열렸다. 경주시와 현대백화점의 협업으로 마련됐고, 텔레토비 경주 에디션 상품과 관광지 스탬프 투어가 함께 운영됐다. 현재는 행사가 끝난 상태다. 사진을 보고 이제 가볼까 싶었다면 이 날짜부터 확인하는 게 좋겠다.
처음엔 왜 하필 경주와 텔레토비일까 싶었다. 텔레토비는 둥근 언덕과 넓은 잔디가 먼저 떠오르는 프로그램이고, 경주 역시 대릉원의 부드러운 능선이 강한 인상을 남기는 도시다. 둘을 나란히 놓으니 생각보다 그림이 잘 맞는다. 고분을 캐릭터의 배경처럼 소비하는 느낌은 아닐까 걱정할 수도 있지만, 행사 기획은 황리단길에서 출발해 실제 경주의 장소들을 걸어보게 하는 쪽에 가까웠다.
굿즈보다 눈길이 간 건 스탬프 투어
행사 기간 스탬프 투어는 대릉원, 첨성대, 동궁과 월지, 교촌한옥마을 네 곳을 연결했다. 미션을 마친 방문객에게는 경주 에디션 기념품이 제공됐다. 캐릭터 상품만 보고 돌아오는 팝업이었다면 금세 잊었을 것 같은데, 이 구성은 도시 자체를 구경하게 만든다. 황리단길에서 시작해 고분과 오래된 마을을 지나고, 해가 진 뒤 동궁과 월지를 보는 흐름을 떠올리면 작은 여행 코스처럼 느껴진다.
물론 네 곳을 모두 도는 일은 가벼운 산책과 다르다. 특히 아이와 함께라면 스탬프를 다 찍겠다는 마음이 여행을 숙제처럼 만들 수도 있다. 반대로 원래 경주를 둘러볼 계획이 있었다면 꽤 재미있는 장치였을 듯하다. 목적지가 생기면 평소 지나치던 길도 조금 더 자세히 보게 되니까. 캐릭터를 좋아하는 마음과 여행의 리듬이 맞아야 만족도가 높았을 행사다.
어른이 더 반가웠을지도 모른다
텔레토비를 떠올리면 보라돌이, 뚜비, 나나, 뽀가 먼저 생각난다. 사건이 빠르게 터지는 요즘 예능과 달리, 같은 인사와 놀이가 반복되는 느긋한 분위기가 이 프로그램의 맛이었다. 어린 시절엔 그저 색깔과 움직임이 재미있었는데, 어른이 되어 사진으로 다시 만나니 익숙한 장면이 주는 편안함이 먼저 온다. 경주의 오래된 풍경 사이에 선 네 캐릭터가 묘하게 잘 어울려 보이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다만 추억만으로 누구에게나 재미있는 행사가 되는 건 아니다. 텔레토비에 별다른 기억이 없다면 한정 굿즈나 포토 이벤트의 매력이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캐릭터를 앞세운 행사에서 지역 풍경이 배경으로만 밀려날 때 아쉬운 편인데, 이번 기획에서 가장 마음이 간 부분은 네 관광지를 직접 잇는 방식이었다. 사진 한 장 찍고 끝내기보다 경주에 머무를 이유를 하나 더 만든 셈이다.
지나간 팝업이 남긴 장면
행사 때는 첨성대와 대릉원 일대에서 텔레토비 캐릭터를 만나는 현장 이벤트도 열렸다. 지금 그 장면을 다시 볼 수는 없지만, 대릉원 앞에 선 텔레토비 사진만으로도 당시 분위기는 충분히 전해진다. TV에서 보던 캐릭터가 실제 도시의 길 위에 나타나면 화면 속 추억과 여행의 기억이 겹친다. 그래서 경주 텔레토비는 굿즈 이름보다, 봄날 경주를 걷게 했던 작은 이유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