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 올리브영 포켓몬이 쇼핑을 놀이로 바꾼 이야기

요즘 성수 팝업 사진을 보다 보면 제품보다 공간이 먼저 눈에 들어올 때가 많다. 2026년 5월에 열린 성수 올리브영 포켓몬 행사도 그랬다. 피카츄와 함께 사진을 찍고, 층을 옮겨 다니며 미션을 하는 모습이 익숙한 화장품 매장과는 꽤 달라 보였다. 포켓몬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작은 축제였고, 평소 올리브영에 들르던 사람에게는 쇼핑 동선이 달라지는 경험이었다.
다만 지금 성수로 향할 생각이라면 날짜부터 봐야 한다. CJ올리브영이 안내한 전국 컬래버레이션 기간은 2026년 5월 1일부터 30일까지였다. 성수의 30주년 파티 팝업은 5월 말까지 운영된 행사로, 현재 진행 중인 상설 공간은 아니다. 당시 사진을 보고 같은 장식을 기대하며 방문하면 아쉬울 수 있다.
매장 전체가 포켓몬 30주년 파티였던 이유
올리브영N 성수는 포켓몬 30주년을 맞아 열린 ‘포켓몬 메가페스타 2026’의 성수 행사와 연결됐다. 매장 안에는 컬러링존, 포토존, 캡슐토이 형태의 한정 상품 판매 공간, 피카츄 모양 디저트가 들어섰다. 층별 스탬프랠리도 마련돼 한 곳에서 사진만 찍고 나오는 구성은 아니었다.
이 조합이 재미있다. 드라마로 치면 주인공만 크게 세워 둔 홍보 사진 대신, 돌아다닐수록 새로운 장면을 만나는 방식에 가깝다. 포켓몬을 잘 몰라도 색칠하고 사진 찍는 활동은 어렵지 않다. 반대로 팬이라면 어느 캐릭터가 어느 공간에 등장하는지 찾는 재미가 있었을 것이다. 특히 ‘미니브’를 올리브영의 상징인 올리브와 연결해 쇼핑백과 매대에 쓴 점은 두 브랜드가 만난 이유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솔직히 캐릭터 장식만 잔뜩 붙인 팝업은 몇 분 지나면 볼거리가 떨어진다. 이 행사는 매장 안에서 직접 움직이고 참여하도록 만든 점이 더 눈에 띄었다. 평소 필요한 제품을 사러 온 사람도 자연스럽게 행사 구역을 지나게 되고, 포켓몬을 보러 온 사람은 그 과정에서 제품을 만난다.
포켓몬 GO를 했다면 성수 밖 동선도 이어졌다
성수 매장만의 볼거리로 끝나지 않은 것도 관전 포인트다. 공식 안내에는 ‘Pokémon GO 서울 스탬프랠리’가 포함됐다. 앱을 켜고 메가페스타 주요 지점과 올리브영N 성수 등 지정된 장소 세 곳을 방문해 스탬프를 모으면, 서울숲의 행사 안내소에서 프로모 카드 ‘잉어킹’을 받는 방식이었다.
여기서 매장은 쇼핑 장소이면서 성수 일대를 도는 코스의 한 지점이 된다. 실내에서 포토존을 즐기다가 밖으로 나가 다음 장소를 찾는 흐름이라, 하루를 행사에 쓰고 싶은 팬에게 잘 맞았겠다. 반면 게임 앱을 쓰지 않거나 걷는 일정이 부담스러운 사람에게는 매장 안 콘텐츠만 둘러보는 편이 편했을 듯하다. 스탬프와 경품은 당시 행사 내용이므로 지금 받을 수 있는 혜택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이 대목은 예능의 미션 회차를 떠올리게 한다. 보상 자체보다 다음 장소를 찾아가는 과정이 재미의 일부가 되는 식이다. 다만 실제 방문 경험은 대기 인원이나 날씨에 영향을 받는다. 사진 속 밝은 장면만 보고 모든 체험을 짧은 시간 안에 끝낼 수 있다고 기대하기보다는, 어떤 활동에 시간을 쓰고 싶은지 먼저 고르는 편이 좋았을 행사다.
굿즈가 많아도 제품은 따로 봐야 한다
규모도 작지 않았다. CJ올리브영 발표에 따르면 61개 브랜드가 참여해 약 230종의 포켓몬 협업 상품을 선보였다. 뷰티와 웰니스부터 생활용품까지 범위가 넓었고, 키링·손거울·파우치가 붙은 기획 상품도 있었다. 당시에는 구매 금액에 따른 선착순 증정 행사도 진행됐다.
여기서는 취향이 갈릴 수 있다. 포장에 좋아하는 포켓몬이 있으면 원래 쓰지 않던 제품까지 사고 싶어진다. 그 설렘이 컬래버레이션의 재미이긴 하다. 그런데 화장품은 결국 피부에 쓰는 물건이다. 평소 잘 쓰는 제품의 포켓몬 버전이라면 만족도가 높겠지만, 캐릭터만 보고 처음 쓰는 제품을 여러 개 고르면 굿즈보다 내용물이 더 오래 남을 수도 있다.
내 기준에는 한정판을 볼 때 제품을 먼저 고르고 캐릭터 디자인을 나중에 보는 쪽이 맞다. 같은 이유로 캡슐토이처럼 결과를 미리 알 수 없는 상품은 원하는 캐릭터가 꼭 나와야 만족하는 사람에게 호불호가 크다. 공간 체험은 가볍게 즐기고, 구매는 평소 취향에 맞는 것만 고르는 균형이 이 행사와 잘 어울린다.
사진보다 오래 남는 건 움직이는 재미
성수 올리브영 포켓몬 협업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피카츄가 예뻐서만은 아니다. 매장 안에서는 층별 미션을 따라 움직이고, 밖에서는 성수와 서울숲을 잇는 게임 동선이 이어졌다. 쇼핑, 촬영, 수집이 한 행사 안에서 연결된 셈이다.
물론 포켓몬에 큰 관심이 없고 조용히 제품만 고르고 싶은 사람에게는 북적이는 행사 분위기가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팬에게도 모든 굿즈를 사야 즐길 수 있는 구성은 아니었다. 나는 이런 팝업에서 가장 좋은 순간이 계산대보다 다음 장면을 발견할 때라고 생각한다. 5월의 성수 행사는 그 순간을 매장 곳곳에 배치한 사례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