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 팝마트를 보니 다시 정주행하고 싶어졌다

며칠 전 하이큐 장면을 다시 보다가 팝마트 피규어 사진까지 찾아보게 됐다. 처음엔 히나타 하나만 눈에 들어왔는데, 옆에 카게야마를 놓고 보니 둘이 티격태격하던 첫 만남부터 떠올랐다. 하이큐 굿즈가 무서운 건 이거다. 작은 피규어 하나를 보다가 어느새 좋아하는 경기를 다시 틀고 싶어진다.
팝마트 공식 상품 안내에는 극장판을 테마로 한 ‘쓰레기장의 결전’ 시리즈와 ‘오프 코트 바이브’ 시리즈가 올라와 있다. 전자는 경기의 긴장감을, 후자는 코트 밖에서 만나는 캐릭터의 매력을 기대하게 하는 이름이다. 다만 아래 이야기는 상품 사진과 안내를 보고 느낀 취향 이야기다. 직접 개봉해 실물 도색이나 무게를 확인한 후기는 아니다. 경기 결과를 비롯한 전개도 밝히지 않겠다.
피규어를 보자마자 히나타의 첫 점프가 생각났다
하이큐를 처음 정주행할 때 내가 붙잡힌 건 화려한 필살기보다 히나타의 움직임이었다. 키가 작다는 말을 듣고도 네트 앞에서 한 번 더 뛰는 모습. 그러다 카게야마의 토스와 맞물릴 때 화면의 속도가 확 달라진다. 둘은 친해지기 전부터 호흡이 척척 맞는 사이가 아니다. 서로 답답해하고 부딪히는 시간이 있어서, 공 하나가 제대로 연결되는 순간이 더 시원하다.
팝마트의 ‘쓰레기장의 결전’ 상품 이미지에는 히나타와 카게야마뿐 아니라 츠키시마, 니시노야, 쿠로오, 켄마가 보인다. 여섯 명을 쭉 나열하면 주인공만 챙긴 구성이 아니라는 점이 반갑다. 나는 히나타와 카게야마를 한 쌍으로 보고 싶지만, 막상 하나만 고른다면 켄마 쪽에 오래 눈이 갈 것 같다. 조용히 상대를 읽는 캐릭터라서, 책상 위에 가만히 놓인 모습마저 그럴듯할 것 같거든.
쓰레기장의 결전은 승패보다 두 팀의 거리감이 좋다
카라스노와 네코마의 관계를 알고 보면 ‘쓰레기장의 결전’이라는 이름부터 묘하게 들뜬다. 라이벌인데 서로를 모르는 사이가 아니다. 연습 경기에서 쌓인 익숙함이 있어서, 상대가 무엇을 노리는지 알아차리는 순간에도 웃음이 난다. 그러면서도 공이 네트를 넘는 순간에는 양보가 없다. 이 온도 차가 하이큐를 다시 보게 만드는 관전 포인트다.
스포일러 없이 말하면, 이 이야기를 즐기는 방법은 누가 이기는지 미리 확인하는 것보다 코트 양쪽의 반응을 번갈아 보는 데 있다. 히나타가 움직일 때 켄마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쿠로오의 말에 츠키시마가 어떻게 받아치는지를 따라가면 캐릭터가 훨씬 또렷해진다. 그래서 이 시리즈 피규어도 카라스노와 네코마를 한 명씩 짝지어 놓는 구성이 내 취향이다. 한 팀만 줄 세우는 것보다 두 팀이 서로 마주 보는 장면이 더 하이큐답다.
반대로 극장판이나 관련 에피소드를 아직 보지 않았다면 상품 이름과 등장인물 정도만 확인하고 사진은 천천히 보는 편이 좋겠다. 굿즈는 의상이나 표정만으로도 작품의 분위기를 먼저 알려줄 때가 있다. 큰 사건을 직접 드러내지 않더라도, 내가 아껴둔 장면은 화면에서 처음 만나는 편이 더 재미있었다.
코트 밖 모습은 캐릭터를 좋아하는 이유를 바꾼다
경기 장면이 강렬한 작품일수록 쉬는 시간의 얼굴이 기억에 남는다. 하이큐도 그렇다. 유니폼을 입고 뛸 때는 손끝과 시선만 따라가느라 바쁜데, 코트 밖에선 말투나 친구들과의 거리가 보인다. ‘오프 코트 바이브’라는 이름이 끌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승부의 순간을 재현하는 굿즈와는 다른 방식으로 캐릭터를 곁에 두는 느낌이 든다.
팝마트 공식 안내상 두 시리즈의 크기도 다르다. ‘쓰레기장의 결전’은 높이 약 5.3~9.4cm, ‘오프 코트 바이브’는 약 8~10cm다. 수치만 보고 어느 쪽이 더 돋보일지 단정할 수는 없다. 자세와 받침, 놓을 자리까지 생각해야 하니까. 작은 공간에 여러 캐릭터를 모으고 싶다면 경기 테마가, 한두 명의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면 코트 밖 테마가 더 마음에 들 수 있다.
호불호도 갈릴 것 같다. 하이큐를 좋아하는 이유가 박진감 넘치는 랠리라면 일상적인 모습은 조금 심심할 수 있다. 반대로 경기 장면 굿즈는 역동적인 포즈가 매력이지만, 책상 위에서 다른 물건과 함께 놓을 때는 방향을 고르기가 까다로울 수 있다. 내 기준엔 어떤 시리즈가 더 좋으냐보다,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무엇이냐가 선택을 가른다.
랜덤 박스의 설렘은 예산을 정해둘 때 오래간다
팝마트 피규어를 보며 가장 망설이게 되는 건 랜덤 박스 방식이다. 상자를 열 때까지 누가 나올지 모르는 재미는 분명 있다. 그런데 최애 한 명만 원하는 사람에게는 중복이 꽤 크게 느껴질 수 있다. 비밀 디자인까지 노리고 계속 사다 보면 처음 좋아했던 캐릭터보다 남은 상자 수를 세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이런 순간부터 굿즈 구경이 덜 즐거워진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먼저 두 가지를 정한다. ‘누가 나와도 반가운 시리즈인가’, ‘몇 개까지 열면 기분 좋게 멈출 수 있나’. 여섯 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좋다면 랜덤 개봉도 재미있겠지만, 켄마 한 명만 원한다면 원하는 캐릭터가 확인된 상품을 찾는 쪽이 내 취향이다. 구매할 때는 시리즈 이름과 구성, 정품 여부를 팝마트 공식 안내와 대조하는 편이 마음도 편하다. 판매처와 시기에 따라 재고나 가격은 달라질 수 있으니 숫자 하나만 믿고 서두를 필요도 없다.
하이큐 팝마트가 반가운 건 결국 캐릭터를 다시 들여다볼 핑계가 생겼기 때문이다. 나는 켄마 사진을 한참 보다가 첫 시즌을 다시 틀었다. 경기 결과를 이미 아는데도, 누가 공을 받기 직전에 어떤 표정을 짓는지는 새삼 보인다. 피규어는 아직 고르지 못했지만 좋아하는 장면은 또 하나 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