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X 결말까지 달려봤더니 백아진이 더 무서워진 이유

얼마 전 친애하는 X를 1화부터 12화까지 몰아봤는데, 이 드라마는 이상하게 속도가 붙을수록 마음이 편해지는 작품이 아니더라고요. 보통 복수극이나 스릴러는 마지막에 판이 뒤집히면 시원함이 오는데, 여기서는 백아진이라는 인물을 끝까지 따라가고 나면 오히려 찜찜함이 더 진하게 남습니다. 참고로 이 글은 친애하는 X 결말을 다루기 때문에 후반부 주요 전개 스포가 있습니다.
12부작으로 압축된 백아진의 상승과 추락
드라마 친애하는 X는 2025년 11월 6일 TVING에서 공개를 시작해 12월 4일 12부작으로 막을 내린 멜로 스릴러입니다. 원작은 반지운 작가의 네이버웹툰이고, 드라마는 백아진이 어떻게 정상에 올라갔고 또 어떤 방식으로 무너지는지를 꽤 차갑게 따라갑니다.
백아진은 어린 시절 학대와 방치 속에서 살아남은 인물입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저렇게까지 된 데에는 이유가 있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런데 회차가 쌓일수록 드라마는 시청자가 백아진을 동정하는 데 오래 머물지 못하게 만듭니다. 그는 상처받은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타인의 마음을 이용하는 가해자이기도 하거든요.
윤준서와 김재오는 이 작품에서 특히 아픈 인물들입니다. 둘 다 백아진을 사랑하거나 보호하려는 마음으로 움직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마음이 구원이 아니라 공범성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지점이 친애하는 X의 가장 독한 맛입니다. 누가 누구를 망쳤는지 선을 긋기가 쉽지 않습니다.
친애하는 X 결말, 백아진은 정말 무너졌나
후반부에서 백아진은 재벌가 인물 문도혁과 엮이며 더 위험한 판 안으로 들어갑니다. 겉으로는 더 높은 곳으로 가는 선택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자신과 닮았거나 자신보다 더 노골적인 폭력성을 가진 인물과 마주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드라마는 백아진의 야망을 로맨틱하게 포장하지 않습니다.
결말부의 비극은 김재오와 윤준서에게 크게 몰립니다. 김재오는 도혁의 실체를 드러내려다 죽음을 맞고, 윤준서는 방송을 통해 아진의 조작과 민낯을 폭로합니다. 이후 사고까지 이어지면서 준서 역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걷게 되죠. 이 흐름이 잔인한 이유는, 백아진을 사랑했던 사람들이 결국 백아진이라는 세계 안에서 소모된다는 점입니다.
가장 크게 남는 장면은 백아진이 살아남는 방식입니다. 그는 물리적으로는 추락하지만, 마음의 구조가 완전히 바뀐 사람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죄책감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그 죄책감이 삶의 방향을 바꿀 만큼 깊게 작동하느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저는 아니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이 결말은 처벌보다 더 찜찜합니다. 백아진이 끝났다는 느낌보다, 또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을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원작 웹툰과 달라진 지점
원작 웹툰 친애하는 X도 백아진을 선명한 악인으로만 밀어붙이지 않습니다. 다만 드라마는 12부작 안에서 관계의 파국을 더 극적으로 압축합니다. 웹툰은 총 62화와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어 백아진의 성장, 조작, 추락을 더 길게 따라가고, 드라마는 그중 감정적으로 큰 장면들을 선명하게 꺼내 배치한 느낌이 강합니다.
원작 쪽 결말은 더 냉혹하다는 반응도 많습니다. 백아진이 끝내 타인을 자신의 인생 도구처럼 대하는 면이 더 노골적으로 남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는 문도혁, 김재오, 윤준서의 파국을 통해 ‘백아진 주변에 남는 사람은 결국 망가진다’는 인상을 강하게 줍니다. 같은 재료인데, 웹툰은 인물의 심리 기록에 가깝고 드라마는 파국의 현장감에 가깝습니다.
- 드라마: 12부작 구조라 사건의 속도와 배우들의 감정 연기가 강하게 남음
- 웹툰: 백아진의 내면과 관계 변화가 더 길고 집요하게 쌓임
- 공통점: 백아진을 쉽게 용서하거나 구원하지 않음
관전 포인트는 김유정의 얼굴이 아니라 ‘표정의 온도’
사실 이 작품은 김유정 배우의 이미지 변신만으로도 화제가 될 만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면 단순히 ‘착한 얼굴로 나쁜 짓을 한다’ 정도가 아닙니다. 백아진은 웃을 때도 따뜻해 보이지 않고, 울 때도 완전히 무너지지 않습니다. 표정은 움직이는데 온도는 낮은 느낌이 있어요.
김영대가 맡은 윤준서는 멜로의 인물처럼 시작하지만, 끝으로 갈수록 사랑과 죄책감이 뒤엉킨 사람으로 변합니다. 김도훈의 김재오는 더 비극적입니다. 자기 자신을 낮게 보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했을 때 얼마나 쉽게 부서지는지 보여주니까요. 그래서 이 드라마는 백아진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백아진을 중심으로 망가진 사람들의 기록처럼 보입니다.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엔딩
친애하는 X 결말이 시원한 응징을 기대한 시청자에게는 답답할 수 있습니다. 악행의 대가를 치르는 장면은 분명 있지만, 감정적으로 속이 뻥 뚫리는 방식은 아닙니다. 오히려 ‘저 사람은 왜 끝까지 저렇게 살아남지?’라는 불편함이 남습니다.
저는 이 불편함이 작품의 의도에 가깝다고 봤습니다. 백아진을 단순한 괴물로 밀어내면 편하지만, 드라마는 그가 만들어진 배경과 그가 선택한 악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그래서 보는 내내 마음이 갈라집니다. 이해는 되는데 용서는 안 되고, 안쓰럽긴 한데 가까이 두고 싶지는 않은 인물. 이런 애매한 감정이 마지막까지 따라붙습니다.
자료 확인용으로는 TIME의 결말 해설과 LINE WEBTOON 공식 페이지를 참고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드라마를 다 보고 난 뒤 백아진이 벌을 받았는지보다, 왜 주변 사람들이 그를 너무 늦게 의심했는지가 더 오래 남았습니다. 그게 이 작품의 무서운 뒷맛이기도 하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