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홈즈 한남동 CEO 집을 봤더니, 취향이 평수보다 먼저 보였다

얼마 전 MBC <구해줘! 홈즈> 4050 싱글 도시 여자 특집을 보다가, 한남동 CEO 집에서 리모컨을 잠깐 내려놨다. 보통 이 프로그램은 매물 조건, 예산, 입지 보는 재미로 따라가게 되는데 이번 회차는 조금 달랐다. 집을 구경한다기보다 누군가의 생활 리듬과 취향의 축적을 훔쳐보는 느낌이 강했다.
2026년 7월 16일 방송분에는 효연, 프로미스나인 이채영, 양세찬, 안재현이 임장단으로 나왔고, 그중 가장 화제가 된 공간이 바로 한남동에 사는 50대 쇼핑몰 CEO 강희재의 집이었다. 1세대 인플루언서라는 소개도 붙었는데, 사실 이 표현이 집 분위기를 꽤 잘 설명한다. 그냥 비싼 동네의 좋은 집이 아니라, 오래 자기 취향을 보여주고 팔고 다듬어온 사람이 만든 쇼룸 같은 집이었다.
한남동이라는 배경부터 이미 캐릭터가 세다
한남동은 <구해줘 홈즈>에서 나올 때마다 반응이 갈리는 동네다. 한강, 남산, 대사관, 오래된 골목, 고급 빌라, 핫플레이스가 한 화면에 같이 잡힌다. 누군가에게는 로망이고, 누군가에게는 기가 센 동네다. 이번 방송에서도 이채영이 한강진역 근처에서 연습생 생활을 했던 기억을 꺼내면서, 한남동이 예전엔 눌리는 느낌이었다고 말한 대목이 꽤 현실적이었다.
양세찬은 40대들이 요즘 많이 보는 동네라고 했고, 효연은 연예인들의 한남동 자가 이야기를 언급하며 솔직히 부럽다고 했다. 이 장면이 좋았던 건, 출연자들이 괜히 고상한 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남동은 분명 욕망을 자극하는 동네다. 그런데 그 욕망을 숨기지 않고 말하니 오히려 방송의 공기가 자연스러워졌다.
쇼핑몰 CEO 강희재 집의 첫인상
강희재의 한남동 집은 기사에서 ‘갤러리 주택’으로 소개될 만큼, 집 안 곳곳에 작품과 오브제가 많았다. 현관부터 거울을 활용한 전실이 등장하고,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물건들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주인의 직업과 감각을 설명하는 장치처럼 보였다. 옷, 신발, 가방, 소품이 많은 집은 자칫 산만해지기 쉬운데, 이 집은 ‘많음’ 자체가 콘셉트였다.
특히 도어락으로 잠긴 비밀의 방이 공개되는 흐름은 예능적으로도 잘 먹혔다. 문을 열었더니 구두와 가방이 있고, 복층까지 이어지는 공간이 나오니 효연과 이채영이 놀라는 리액션도 이해됐다. 이건 드레스룸이라기보다 아카이브에 가까웠다. 쇼핑몰 CEO라는 직업을 생각하면, 옷장이 아니라 자기 커리어의 저장고처럼 느껴진다.
좋았던 포인트
- 한남동이라는 입지와 집주인의 라이프스타일이 따로 놀지 않았다.
- 오브제와 패션 아이템이 많지만, 방송 화면에서는 취향의 방향이 비교적 선명했다.
- 비밀의 방, 복층, 전실 같은 공간 장치가 있어서 임장 예능 특유의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 4050 싱글 라이프를 ‘외롭다’ 쪽으로 몰지 않고, 자기 세계를 구축한 사람의 이야기로 보여줬다.
근데 호불호는 분명히 갈릴 집이다
솔직히 이 집은 모두가 꿈꾸는 미니멀 하우스와는 거리가 있다. 물건이 많고, 시각 정보도 많고, 집 안에서 주인의 취향이 아주 크게 말한다. 그래서 깔끔한 호텔식 인테리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과하다고 느낄 수 있다. 반대로 빈 벽보다 스토리가 있는 물건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꽤 매혹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건 강희재가 인테리어를 여러 번 바꿨다는 점이다. 보도에 따르면 인테리어를 6번 바꿨다고 알려졌는데, 이 정도면 집을 고정된 결과물이 아니라 계속 고치는 작업실처럼 대하는 사람이다. 집에 애정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고, 동시에 유지 비용과 에너지가 상당히 들어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쁜 집을 보는 재미 뒤에 현실 감각을 살짝 얹으면, 이건 꽤 부지런해야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이다.
다른 집들과 비교하니 더 선명해진다
이번 회차가 괜찮았던 이유는 한남동 CEO 집만 덜렁 보여준 게 아니라, 여러 싱글 여성의 집을 나란히 배치했다는 데 있다. 광진구 한강 변 싱글 자매의 집은 책장으로 가득한 거실이 인상적이었고, 경기도의 6평 모듈러 주택은 직접 개조한 전원 생활의 맛이 있었다. 판교 타운하우스형 아파트는 청계산 숲세권과 2층 홈짐으로 자기관리형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줬다.
이렇게 붙여놓고 보니 한남동 집은 가장 도시적이고, 가장 자기 과시가 솔직한 공간이었다. 그런데 그 과시가 나쁘게만 보이지 않았다. 예능에서 집은 늘 돈의 크기로 소비되기 쉬운데, 이번 한남동 CEO 집은 ‘얼마짜리냐’보다 ‘무엇을 좋아하며 살아왔느냐’가 먼저 들어왔다. 물론 한남동이라는 이름값이 있으니 가격 상상은 자동으로 따라오지만, 화면의 중심은 취향이었다.
스포 걱정 없이 봐도 되는 관전 포인트
이 회차는 드라마처럼 반전 스포가 중요한 구성은 아니다. 그래도 처음 보는 재미를 남기고 싶다면 비밀의 방 공개 장면은 방송으로 직접 보는 편이 낫다. 텍스트로 설명하면 그냥 드레스룸처럼 들리지만, 화면에서는 출연자들의 표정과 공간감이 같이 살아난다.
개인적으로는 효연의 반응이 회차의 공감을 많이 끌어줬다. 한남동 자가를 부러워하는 말도 그렇고, 화려한 공간을 보며 놀라는 표정도 과하지 않았다. 안재현과 양세찬은 남성 출연자 시선으로 공간의 규모와 구조를 받쳐줬고, 이채영은 한남동에 대한 거리감 있는 기억을 얘기하면서 동네 자체의 분위기를 살렸다.
구해줘 홈즈 한남동 CEO 편은 ‘부촌 구경’으로만 보면 조금 뻔할 수 있다. 그런데 50대 싱글 여성의 집이라는 관점으로 보면 꽤 다르게 보인다. 혼자 산다는 말이 쓸쓸함과 연결되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자기 취향을 밀도 있게 쌓는 방식으로도 읽힌다. 나는 이런 회차가 좋다. 집값보다 생활의 표정이 먼저 남는 편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방송 정보 참고: MBC <구해줘! 홈즈> 2026년 7월 16일 방송 및 관련 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