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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아름 출연작을 이어 봤더니 조용히 눈에 밟히는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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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아름 출연작을 이어 봤더니 조용히 눈에 밟히는 배우였다

처음엔 얼굴이 낯익어서 멈췄다

요즘 드라마를 몰아서 보다 보면 주연보다 먼저 눈에 걸리는 배우들이 있다. 권아름도 나한테는 딱 그런 쪽이었다. 화면에 오래 머무는 배역은 아니어도, 한 번 등장하면 인물의 결을 꽤 또렷하게 남긴다. 티빙 ‘나를 사랑하지 않는 X에게’에서 이름을 기억했고, 이후 ‘미씽: 그들이 있었다 2’, ‘국민사형투표’,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을 지나 2025년 JTBC ‘에스콰이어: 변호사를 꿈꾸는 변호사들’과 KBS2 ‘마지막 썸머’까지 이어 보니 방향이 꽤 분명해졌다.

권아름은 1996년생 배우로 알려져 있고, 2020년 웹드라마 이후 필모그래피를 넓혀온 케이스다. 최근에는 영화 리뷰 크리에이터 지무비와의 열애 인정 기사로도 이름이 많이 검색됐지만, 정주행 리뷰어 입장에서는 사생활보다 작품 안에서 어떤 역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지가 더 흥미롭다. 참고로 공개 정보는 스포츠동아 보도, JTBC 등장인물 소개, KBS 클립 정보를 기준으로 봤다.

권아름 필모에서 보이는 흐름

권아름의 출연작을 쭉 놓고 보면 웹드라마, 장르물, 로맨스, 법정 휴먼드라마가 섞여 있다. 이게 은근히 중요하다. 한쪽 이미지로만 소비되기보다, 청춘물의 가벼운 호흡과 사건 중심 드라마의 긴장감을 번갈아 경험했다는 뜻이니까.

  • ‘나를 사랑하지 않는 X에게’에서는 청춘 로맨스 특유의 불안정한 감정선 안에서 존재감을 만들었다.
  • ‘미씽: 그들이 있었다 2’는 판타지와 미스터리의 결이 강한 작품이라, 짧은 등장도 분위기 적응력이 필요했다.
  • ‘국민사형투표’는 장르물의 속도감이 강했고, 인물들이 기능적으로 배치되는 구조라 튀지 않으면서도 인상을 남기는 게 관건이었다.
  •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은 로맨스와 코미디, 시대극 감각이 섞인 작품이라 톤 조절이 꽤 중요했다.
  • ‘에스콰이어’와 ‘마지막 썸머’에서는 보다 현실적인 관계 안에서 캐릭터의 성격을 보여주는 쪽으로 옮겨왔다.

사실 이런 필모는 배우에게 꽤 좋은 연습장이 된다. 작품마다 장르 문법이 다르니 같은 표정, 같은 말맛으로 버티기 어렵다. 권아름은 아직 대표작 하나로 강하게 박힌 배우라기보다는, 여러 작품 사이에서 “어, 이 배우 또 나오네?”라는 식으로 기억을 쌓아가는 단계에 가깝다.

‘에스콰이어’ 한설아로 보인 생활감

JTBC ‘에스콰이어: 변호사를 꿈꾸는 변호사들’에서 권아름은 한설아를 맡았다. 공식 소개상 한설아는 강효민의 어릴 때 친구이자 룸메이트이고, 정의감이 넘치는 의사다. 여기서 재밌는 건 직업 설정보다 말투다. 설아는 효민을 응원하지만, 감정적으로 감싸기만 하는 인물이 아니다. 직설적인 말로 부딪히고, 그래서 친구 관계의 생활감이 산다.

이런 배역은 생각보다 어렵다. 너무 세게 가면 주인공에게 잔소리하는 친구로만 보이고, 너무 약하게 가면 그냥 옆자리 인물로 흐른다. 권아름은 그 사이에서 꽤 단정하게 서 있었다. 특히 8회에서 설아의 부탁이 사건과 연결되는 흐름은 캐릭터가 단순한 친구 포지션을 넘어 이야기의 진입로가 되는 순간이었다. 스포일러를 피해서 말하면, 그 회차는 법정물의 사건 구조와 여성 인물들의 연대감이 같이 살아나는 편이라 설아의 반응이 중요했다.

솔직히 ‘에스콰이어’는 이진욱, 정채연 중심의 성장 서사가 먼저 보이는 드라마다. 그런데 주변 인물들이 얇으면 이런 장르는 금방 심심해진다. 설아 같은 캐릭터가 있어야 효민의 일상이 법정 밖에서도 숨을 쉰다. 권아름은 그 역할을 과하게 꾸미지 않고 처리했다는 점에서 꽤 안정적이었다.

‘마지막 썸머’ 윤소희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KBS2 ‘마지막 썸머’에서 권아름은 윤소희 역으로 등장한다. 공개된 소개에 따르면 소희는 백도하와 같은 건축가이자 오랜 친구이고, 도하를 다시 미국으로 데려가려는 인물이다. 로맨스 드라마를 많이 본 사람이라면 이 설정만 들어도 감이 온다. 주인공 커플 사이에 긴장감을 만드는 캐릭터다.

근데 이런 캐릭터는 시청자 반응이 갈리기 쉽다. 주인공의 감정선을 방해한다고 느끼면 불편하고, 반대로 인물의 사정이 설득되면 극이 훨씬 풍성해진다. 권아름이 맡은 윤소희는 바로 그 경계에 선다. 도하와 하경의 첫사랑 서사가 중심인 작품에서, 소희는 단순히 질투를 위한 인물로만 소비되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대신 오래된 관계의 책임감, 함께 일해온 동료 의식, 감정의 타이밍이 어긋난 사람의 씁쓸함이 살아나면 꽤 볼만해진다.

내 취향으로는 이런 배역이 배우에게 더 유리할 때가 있다. 호감형 캐릭터보다 감정이 애매한 캐릭터가 기억에 오래 남기 때문이다. 다만 대본이 캐릭터의 내면을 충분히 열어주지 않으면 배우가 할 수 있는 폭도 좁아진다. 그래서 ‘마지막 썸머’의 윤소희는 권아름의 연기보다도, 작품이 이 인물을 얼마나 입체적으로 쓰느냐가 관전 포인트였다.

정주행 추천 순서는 이렇게 잡고 싶다

권아름을 작품으로 따라가고 싶다면 처음부터 전부 챙기기보다 톤이 다른 작품을 골라 보는 쪽이 낫다. 배우의 장점을 비교하기 쉽고, 어떤 장르에서 더 잘 맞는지도 보인다.

  • 가볍게 시작하고 싶다면 ‘나를 사랑하지 않는 X에게’가 좋다. 청춘물 감성이라 진입 장벽이 낮다.
  • 장르물 쪽 존재감을 보고 싶다면 ‘국민사형투표’를 권하고 싶다. 작품 분위기가 강해서 배우가 어떻게 묻히지 않는지 보는 맛이 있다.
  • 관계성 중심의 생활감을 보고 싶다면 ‘에스콰이어’가 괜찮다. 한설아는 비중보다 쓰임새가 눈에 들어오는 캐릭터다.
  • 로맨스 안에서 긴장감을 만드는 역할이 궁금하다면 ‘마지막 썸머’를 이어 보면 된다.

권아름의 매력은 아직 완전히 고정된 이미지가 없다는 데 있다. 누군가는 그래서 덜 선명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나는 오히려 그 지점이 다음 작품을 궁금하게 만든다. 화면 안에서 과하게 튀려고 하지 않는데도 몇 장면 뒤에 다시 떠오르는 배우들이 있다. 권아름은 지금 그쪽에 가까워 보인다. 더 큰 배역을 만났을 때 어떤 얼굴을 꺼낼지, 그게 꽤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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