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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일러스트페어 다녀온 사람처럼 상상하며 짚어본 굿즈 지옥 관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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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일러스트페어 다녀온 사람처럼 상상하며 짚어본 굿즈 지옥 관전기

얼마 전부터 주변에 다이어리 꾸미기, 캐릭터 키링, 엽서 모으는 사람이 확 늘었는데, 그 흐름을 가장 진하게 체감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서울일러스트페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마로 치면 세계관이 이미 탄탄한 시즌제 작품이고, 예능으로 치면 출연진이 너무 많아서 한 회차만 봐서는 매력을 다 못 줍는 대형 관찰 예능에 가깝습니다.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V.21은 2026년 7월 30일부터 8월 2일까지 서울 코엑스 C홀에서 열리는 일정으로 안내되어 있습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소개되어 있고, 성인 티켓은 일반 기준 15,000원, 청소년은 9,000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매회 800명 안팎의 작가와 7만 명 규모의 관람객이 모이는 행사라는 점을 생각하면, 단순히 예쁜 굿즈를 사는 장터라기보다 취향을 발견하는 거대한 편집숍에 더 가깝습니다.

첫인상은 굿즈 장터, 안으로 들어가면 작가 세계관

서울일러스트페어의 재미는 입장하자마자 압도되는 데 있습니다. 부스마다 엽서, 스티커, 포스터, 키링, 패브릭, 문구류가 촘촘하게 깔려 있고, 처음엔 눈이 바빠서 뭘 봐야 할지 감이 잘 안 옵니다. 그런데 몇 줄만 지나가도 확실히 알게 됩니다. 여기는 물건을 파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작가마다 자기만의 장르를 들고 나온 무대라는 걸요.

어떤 부스는 잔잔한 독립영화 같고, 어떤 부스는 캐릭터 예능처럼 바로 웃깁니다. 또 어떤 작가는 색감 하나로 분위기를 잡고, 어떤 작가는 짧은 문장과 표정 묘사로 사람 마음을 톡 건드립니다. 저는 이런 지점이 드라마 리뷰할 때 배우의 눈빛이나 대사 톤을 보는 감각과 꽤 닮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굿즈를 산다는 핑계로 사실은 취향의 연출 방식을 보는 셈입니다.

관전 포인트는 인기 부스보다 내 취향의 반복 신호

사람이 많이 몰린 부스가 꼭 내 취향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솔직히 유명 작가 부스 앞 줄을 보면 괜히 나도 서야 할 것 같지만, 막상 오래 기억나는 건 작은 테이블에서 우연히 만난 그림일 때가 많습니다. 서울일러스트페어는 그런 우연이 강한 행사입니다.

  • 색감이 먼저 끌리는지, 캐릭터 표정이 먼저 보이는지 확인하기 좋습니다.
  • 엽서보다 스티커에 손이 가는지, 포스터처럼 큰 그림에 마음이 가는지도 취향 단서가 됩니다.
  • 작가가 직접 설명해주는 부스에서는 작품의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몰입도가 확 올라갑니다.
  • 해외 참가 부스나 신진 작가 부스는 익숙한 그림체에서 잠깐 벗어나기 좋습니다.

근데 여기서 조심할 점도 있습니다. 현장 분위기가 워낙 들뜨다 보니 예산 감각이 순식간에 흐려집니다. 3,000원짜리 스티커, 5,000원짜리 엽서, 12,000원짜리 키링을 몇 번 집다 보면 어느새 드라마 한 시즌을 밤새 본 것처럼 정신이 살짝 멍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페어는 입장 전에 대략적인 지출선을 정해두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호불호 갈리는 지점도 분명합니다

서울일러스트페어가 무조건 편안한 전시는 아닙니다. 규모가 큰 만큼 사람이 많고, 인기 부스는 동선이 막히기 쉽습니다. 조용히 그림을 감상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약간 피로할 수 있습니다. 특히 주말 오후라면 예능 녹화장 방청석처럼 에너지가 높아져서, 작품보다 사람 흐름을 더 신경 쓰게 되는 순간도 생깁니다.

또 굿즈 중심의 부스가 많다 보니 순수 전시를 기대하고 가면 살짝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벽에 걸린 작품을 천천히 보는 미술관식 관람보다는, 부스를 이동하며 작가와 상품과 팬덤의 분위기를 함께 읽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이 점을 알고 가면 훨씬 덜 당황합니다.

반대로 이런 북적임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장점이 큽니다. 실물 색감, 종이 질감, 인쇄 상태를 직접 보고 고를 수 있고, 온라인에서는 지나쳤을 작가를 현장에서 발견하는 맛이 있습니다. 드라마도 클립으로 보면 안 보이던 호흡이 정주행할 때 보이듯, 일러스트도 피드 사진만 볼 때와 현장에서 마주할 때 감각이 꽤 다릅니다.

드라마·예능 보듯 즐기면 더 재밌는 이유

저는 서울일러스트페어를 볼 때 작가 부스를 일종의 에피소드처럼 보는 편입니다. 첫 부스에서 취향을 예열하고, 중간쯤에서 의외의 캐릭터를 만나고, 마지막 구역에서 지갑을 열게 만드는 반전이 나옵니다. 이 흐름이 꽤 중독적입니다.

특히 캐릭터 굿즈는 예능 출연자 보는 재미와 닮았습니다. 표정이 확실한 캐릭터는 첫눈에 기억되고, 세계관이 있는 캐릭터는 자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반면 서정적인 일러스트는 드라마의 잔상처럼 오래 남습니다. 집에 돌아와 책상 위에 엽서 한 장을 올려두면, 그날의 사람 많던 코엑스보다 그림을 처음 봤을 때의 감정이 먼저 떠오릅니다.

관람 팁을 조금 보태면, 초반부터 무리하게 사지 말고 한 바퀴를 먼저 도는 쪽이 좋습니다. 마음에 드는 부스 번호를 메모해두면 다시 찾기 편하고, 작가 SNS를 바로 팔로우해두면 현장에서 못 산 작품도 나중에 이어볼 수 있습니다. 큰 가방보다는 손이 자유로운 가방이 편하고, 종이류를 살 생각이라면 구겨지지 않게 넣을 파일 하나쯤 챙기면 만족도가 올라갑니다.

다녀오고 나면 남는 건 물건보다 취향입니다

서울일러스트페어의 묘미는 결국 내가 어떤 그림에 멈춰 서는 사람인지 알게 되는 데 있습니다. 귀여운 것만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쓸쓸한 색감에 끌릴 수도 있고, 미니멀한 문구를 좋아한다고 믿었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과감한 캐릭터에 마음이 갈 수도 있습니다.

행사 정보는 코엑스 전시 일정과 축제 안내 페이지에 공개된 내용을 기준으로 확인했습니다. 참고 링크는 https://www.coexcenter.com/event-type/exhibitions/ 와 https://www.everytrail.co.kr/festivals/63 입니다.

개인적으로 서울일러스트페어는 가성비만으로 판단하기엔 조금 아까운 행사라고 봅니다. 굿즈 몇 개를 샀느냐보다, 낯선 작가의 테이블 앞에서 잠깐 멈췄던 순간이 더 오래 남는 쪽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이 많은 걸 감수할 수 있고, 내 취향이 어디로 튀는지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면 꽤 즐거운 하루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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