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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엿같은 사랑 정주행해봤더니, 욕처럼 시작해서 이상하게 설레는 로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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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엿같은 사랑 정주행해봤더니, 욕처럼 시작해서 이상하게 설레는 로코였다

얼마 전 넷플릭스 신작 목록을 넘기다가 제목에서 한 번 멈췄습니다. 이런 엿같은 사랑이라니, 로맨틱 코미디 제목치고는 꽤 세죠. 근데 막상 틀어보니 이 드라마는 자극적인 제목만 앞세운 작품이라기보다, 기억을 잃은 여자와 그 기억의 빈칸을 붙잡고 들어오는 남자를 통해 ‘사랑을 믿어도 되는 순간’을 묻는 쪽에 가깝습니다.

기본 설정은 기억상실에 걸린 검사 고은새와, 자신이 남자친구라고 주장하는 복싱 코치 장태하의 동거 로맨스입니다. 여기에 장태하의 과거, 은새가 쫓던 사건, 두 사람 사이에 감춰진 관계가 조금씩 얹히면서 단순한 로코보다 미스터리 향이 꽤 납니다. 스포를 피해서 말하자면, 이 드라마는 “쟤 진짜 믿어도 돼?”라는 의심을 끝까지 끌고 가는 재미가 있어요.

제목은 독한데, 이야기는 의외로 아는 맛이다

사실 기억상실, 가짜 혹은 의심스러운 연인, 동거, 첫사랑의 재회 같은 장치는 한국 로맨스에서 아주 낯선 재료는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엿같은 사랑은 그 익숙함을 숨기려 하기보다 대놓고 밀어붙이는 편입니다. 그래서 처음 1~2화는 “아, 이 전개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싶을 수 있어요. 근데 그게 꼭 단점으로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로코는 결국 아는 맛을 얼마나 맛있게 조립하느냐가 중요하잖아요. 기억을 잃은 은새가 자기 앞의 남자를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 태하가 너무 수상한데 또 너무 진심처럼 보이는 표정, 이 둘이 한집에 있으면서 생기는 생활형 긴장감이 꽤 잘 굴러갑니다. 특히 초반부는 큰 사건보다 작은 반응들이 재밌습니다. 말 한마디에 움찔하고, 눈빛 하나에 의심이 생기고, 별것 아닌 행동에서 설렘이 튀어나오는 식입니다.

정해인의 장태하, 순애와 수상함 사이

장태하는 복싱 코치이면서 과거가 복잡한 인물입니다. 전도유망한 선수였다는 배경, 조직과 얽힌 흔적, 그런데 또 은새 앞에서는 어딘가 서툰 남자라는 점이 한 캐릭터 안에 같이 들어 있습니다. 정해인은 여기서 익숙한 부드러움만 쓰지 않습니다. 웃을 때는 확실히 로코 남주인데, 말이 끊기는 순간에는 금방 다른 장르로 넘어갈 것 같은 얼굴을 보여줍니다.

이 지점이 꽤 중요합니다. 만약 태하가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다정하기만 했다면 드라마가 너무 납작했을 거예요. 반대로 너무 어둡기만 했다면 로코의 리듬이 죽었을 겁니다. 그런데 장태하는 “믿고 싶은데 못 믿겠는 남자”의 선을 탑니다. 솔직히 시청자 입장에서는 은새보다 더 열심히 태하의 표정을 감시하게 됩니다. 이 사람이 진짜 사랑해서 저러는 건지, 아니면 더 큰 비밀을 숨기고 있는 건지 계속 따져보게 되거든요.

하영의 고은새가 끌고 가는 의심의 리듬

고은새는 기억을 잃은 인물이지만, 그냥 보호받는 캐릭터로만 쓰이지 않습니다. 검사라는 직업적 감각이 남아 있어서인지, 본능적으로 상황을 의심하고 사람을 읽으려 합니다. 이 설정이 괜찮았습니다. 기억상실 여주가 너무 수동적으로 흘러가면 보는 입장에서 답답해지기 쉬운데, 은새는 흔들리면서도 계속 판단하려고 합니다.

하영의 연기는 큰 감정 폭발보다 미세한 불안 쪽에서 힘이 납니다. 누군가의 말을 믿고 싶은 표정과, 그래도 어딘가 찜찜한 표정이 겹칠 때가 좋았어요. 로코 장면에서는 가볍게 튀고, 사건이 끼어드는 순간에는 공기가 바로 바뀝니다. 이 드라마가 로맨스만으로 가지 않고 미스터리와 섞일 수 있는 건 은새의 시선이 중심을 잡아주기 때문입니다.

관전 포인트는 로맨스보다 ‘신뢰 게임’에 가깝다

이 작품을 볼 때 가장 재밌는 포인트는 누가 누구를 좋아하느냐보다, 누가 어디까지 사실을 말하고 있느냐입니다. 태하는 은새에게 다정하지만 전부를 말하지 않습니다. 은새는 태하에게 기대지만 완전히 맡기지는 않습니다. 둘 사이의 감정은 분명 로맨스인데, 구조는 거의 심리전처럼 움직입니다.

  • 기억을 잃은 은새가 어떤 단서에 반응하는지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 태하의 다정함이 보호인지, 속죄인지, 집착인지 계속 흔들립니다.
  • 로코 장면 뒤에 사건의 냄새가 남아서 다음 화를 누르게 됩니다.
  • 제목의 거친 느낌과 달리 감정선은 꽤 멜로적으로 쌓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드라마가 아주 새롭다기보다, 익숙한 재료를 요즘 넷플릭스식 속도감으로 다시 끓인 느낌이었습니다. 회차를 넘길 때마다 로맨스와 사건의 비율이 조금씩 바뀌어서 지루함은 덜한 편이고요. 다만 기억상실 설정 자체에 피로감을 느끼는 분이라면 초반 진입이 살짝 걸릴 수 있습니다. “또 기억 잃었어?”라는 반응이 나올 만한 순간이 분명 있거든요.

호불호가 갈릴 만한 부분

솔직히 제목에서 기대하는 만큼 아주 매운맛의 사랑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로맨스 문법은 꽤 정석입니다. 그래서 강한 제목만 보고 파격적인 관계극을 기대했다면 조금 순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달달한 로코에 약간의 미스터리, 약간의 액션 기운이 섞인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보기 편합니다.

또 하나는 남주 설정입니다. 조폭 출신, 복싱 코치, 순애남이라는 조합이 누군가에게는 매력적인 판타지로 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너무 드라마적인 장치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이 과장된 설정을 작품이 민망해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 가는 쪽이라 오히려 납득했습니다. 현실성보다 감정의 설득력을 우선하는 로코라고 보면 편합니다.

스포 없이 말하는 추천 취향

이런 엿같은 사랑은 정통 로코의 설렘을 좋아하지만, 너무 말랑한 이야기만 이어지는 건 심심한 사람에게 잘 맞습니다. 남녀 주인공의 케미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고, 동시에 과거와 사건을 추리하는 흐름도 있어서 정주행용으로 리듬이 나쁘지 않습니다.

특히 “저 남자 수상한데 왜 설레지?” 같은 감정을 즐기는 분이라면 꽤 잘 맞을 가능성이 큽니다. 저는 초반보다 중반으로 갈수록 더 재밌게 봤습니다. 처음엔 제목 때문에 눌렀고, 중간부터는 두 사람이 서로를 믿는 방식이 궁금해서 계속 봤어요. 사랑이 달기만 하면 금방 질리는데, 이 작품은 그 단맛 사이에 찝찝함을 남겨서 다음 화 버튼을 누르게 만드는 타입입니다.

그래서 제 취향으로는 가볍게 틀었다가 생각보다 빨리 끝까지 가게 되는 드라마였습니다. 엄청난 혁신작이라기보다는, 배우 케미와 장르 조합을 믿고 달리는 로맨틱 코미디에 가깝습니다. 제목처럼 사랑이 엿같을 때도 있지만, 이상하게 그런 순간에 더 진심이 보일 때가 있잖아요. 이 드라마는 딱 그 애매하고 끈적한 감정을 로코답게 붙잡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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