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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박자부부를 보고 나니 다정한 말이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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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박자부부를 보고 나니 다정한 말이 오래 남았다

요즘 부부 관찰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다툼의 시작보다 다툰 뒤에 남는 표정이 더 눈에 들어온다.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167회의 엇박자부부 편도 그랬다. 처음엔 바쁜 아내와 육아를 맡은 남편의 갈등처럼 보였는데, 보고 나니 두 사람이 서로에게 어떤 말을 듣고 싶었는지가 오래 남았다. 세 아이가 함께 등장하는 만큼 가볍게 편을 가르며 보기에는 마음이 쓰이는 회차였다.

엇박자부부는 어디서부터 엇갈렸을까

아내는 가야금 병창 연주자이자 강사다. 예술고등학교 수업과 개인 레슨을 병행해 귀가가 늦어지는 날이 있고, 남편은 집안일과 세 아이의 육아를 많이 맡고 있다고 말한다. 남편 역시 데뷔 11년 차 트로트 가수지만 일이 일정하지 않다. 일과 돌봄의 무게를 각자 다른 자리에서 견디는 셈이다.

남편에게 늦은 귀가는 ‘나는 늘 뒷순위인가’라는 서운함으로 쌓인다. 반면 아내에게 수업과 레슨은 책임지고 해내야 하는 자기 일이다. 그래서 남편이 일하는 중에도 귀가를 재촉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아이를 통해 전화하게 하는 장면이 유독 불편했다. 집에서 기다리는 마음은 이해되지만, 아내가 일하는 시간을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이유도 화면에 분명히 보였다.

솔직히 이 부분은 누가 더 오래 일했는지 계산하기 시작하면 답이 멀어질 것 같았다. 남편의 돌봄도 노동이고 아내의 수업도 노동이다. 그런데 두 사람은 상대가 감당하는 시간을 인정받기 전에 자기 피로부터 설명해야 했다. 엇박자라는 이름이 딱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첫째 이야기가 나오면서 시선이 달라졌다

여기부터는 방송에서 공개된 첫째의 사연을 조금 언급한다. 사전 정보 없이 보고 싶다면 이 부분은 건너뛰어도 좋다.

첫째는 생후 100일 무렵 소파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겪었고, 이후 우측 편마비를 동반한 뇌병변 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방송 당시에도 재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 사연을 듣고 나니 남편이 아이에게 강하게 말하는 이유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어떻게든 아이가 걷기를 바라는 간절함, 사고를 떠올릴 때의 마음이 뒤섞여 보였다. 다만 그 마음을 이해하는 것과 아이에게 거친 말을 건네는 방식을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일이다.

남편은 강하게 훈육해서라도 첫째를 돕고 싶어 했고, 아내는 그 말투가 아이에게 상처로 남을까 걱정했다. 내가 가장 오래 붙잡고 본 것도 바로 그 차이였다. 어른에게는 응원이나 독려의 뜻인 말이 아이에게는 두려움으로 들릴 수 있다. 오은영 박사 역시 첫째에게 의학적인 어려움이 있음을 짚으며, 부모가 안전한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과 어른이 바라며 재촉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할 수 있어도 그냥 넘길 수 없는 장면

첫째를 등교시키는 동안 남편이 여섯 살 둘째와 16개월 셋째를 집에 두고 나온 사실도 방송에 담겼다. 학교가 가깝고 평소에는 그러지 않았다는 설명이 이어졌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어린아이들만 남겨진 상황은 걱정스러웠다. 오은영 박사가 다시는 반복하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장면 때문에 이 회차를 ‘서로 사과하고 화해한 이야기’로만 기억하기는 어렵다. 남편이 오랜 무명 생활과 불규칙한 수입 속에서 지쳤다는 사정도 드러나고, 아내가 생계 부담을 크게 짊어지고 있다는 점도 보인다. 둘 다 힘든 사람인 것은 맞다. 그렇다고 아이들의 안전을 다음으로 미루거나, 거친 말이 남기는 상처를 작은 일로 넘길 수는 없다. 방송이 그 선을 분명히 그어준 점은 좋았다.

보고 난 뒤 마음에 남은 관전 포인트

이 편의 재미는 누가 옳은지 맞히는 데 있지 않았다. 아내가 일을 놓을 수 없는 이유와 남편이 집에서 느끼는 고립감을 함께 보게 된다는 데 있다. 한쪽의 피로가 드러나는 장면 뒤에 다른 쪽의 피로가 따라오니, 처음 세웠던 판단을 몇 번이나 고쳐 보게 된다. 관찰 화면과 스튜디오 대화를 이어서 볼 때 그 감정의 간격이 더 잘 느껴졌다.

물론 갈등이 큰 회차라 편하게 틀어놓고 웃으며 볼 예능을 찾는 사람에게는 무거울 수 있다. 어린 자녀의 재활과 양육 방식이 주요 내용이라 비슷한 경험이 있는 시청자라면 더 조심스럽게 보게 될 것 같다. 반대로 부부가 각자 해온 일을 왜 서로 알아주지 못하는지, 부모의 간절함이 아이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생각하며 보는 사람에게는 이야기할 거리가 많다.

방송 끝무렵 두 사람이 서로의 고생을 인정하는 말을 건넸을 때도, 모든 문제가 풀렸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전까지 들리지 않던 상대의 마음을 잠깐이나마 들으려는 모습은 남았다. 엇박자부부 편을 보고 내가 오래 생각한 건 거창한 해법보다 일상에서 쓰는 말이었다. 같은 걱정이라도 아이에게는 덜 두렵게, 배우자에게는 덜 외롭게 전할 수 있다면 두 사람의 하루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엇박자부부를 보고 나니 다정한 말이 오래 남았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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