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가온 귀국 장면을 현실 스포츠 드라마처럼 따라가봤더니

얼마 전 최가온 선수 귀국 인터뷰를 보다가 괜히 드라마 한 편을 몰아본 기분이 들었습니다. 스포츠 뉴스인데도 장면 구성이 너무 선명했거든요. 마지막 시기에서 순위가 뒤집히고, 금메달을 목에 건 채 한국으로 돌아오고, 공항에서는 아직 실감이 덜 난 얼굴로 웃는 모습까지. 이건 대본으로 쓰면 오히려 작위적이라고 할 만한 흐름이었습니다.
키워드로 보면 ‘최가온, 한국 귀국 소망’은 단순히 귀국했다는 소식보다 조금 더 감정선이 있습니다. 해외에서 큰 대회를 치르고 돌아온 선수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게 거창한 세리머니가 아니라 가족이 해주는 음식, 마라탕, 두쫀쿠 같은 아주 생활감 있는 것들이었다는 점이 좋았어요. 금메달리스트인데도 말투와 소망은 딱 또래 학생 같아서, 그 간극이 오히려 오래 남았습니다.
공항 장면이 주는 현실감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최가온은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을 가져왔습니다. 특히 이 메달은 한국 설상 종목 역사에서도 의미가 큰 장면으로 언급됐죠. 연합뉴스와 주요 방송 보도에 따르면 귀국일은 2026년 2월 16일이었고, 장소는 인천국제공항이었습니다.
보통 이런 귀국 장면은 ‘영웅의 귀환’처럼 포장되기 쉽습니다. 그런데 최가온의 인터뷰는 생각보다 담백했습니다. 밀라노에 있을 때는 실감이 덜 났는데 한국에 들어와 환영을 받으니 더 행복하다는 식의 반응이었죠. 이 말이 좋았던 건, 금메달 이후의 감정이 과장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너무 완성된 멘트가 아니라 정말 방금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의 말 같았습니다.
솔직히 스포츠 서사는 결과만 놓고 보면 숫자로 끝납니다. 1위, 90.25점, 금메달. 그런데 시청자가 오래 기억하는 건 숫자보다 표정입니다. 금메달이 생각보다 무겁다고 말하는 대목, 많은 사람이 나와줘서 부끄럽고 고맙다고 하는 반응 같은 것들이 최가온이라는 인물을 더 가까이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마지막 3차 시기가 만든 드라마
이번 이야기의 가장 강한 관전 포인트는 역시 결선 마지막 3차 시기입니다. 보도된 경기 흐름을 보면 최가온은 마지막 주행 전까지 결선 진출자 12명 중 11위에 가까운 위치였습니다. 여기서 90.25점을 받아 순위를 뒤집었다는 건, 스포츠물에서 흔히 말하는 역전 장면 그대로입니다.
다만 이 장면을 너무 낭만적으로만 보면 놓치는 게 있습니다. 하프파이프는 한 번의 멋진 기술만으로 끝나는 종목이 아닙니다. 높이, 회전, 착지 안정감, 전체 루틴의 완성도가 같이 봐야 하는 요소죠. 그러니까 마지막 시기에 점수가 확 오른 건 운 좋은 한 방이라기보다, 이미 몸에 쌓인 기술과 대회 감각이 결정적인 순간에 터진 쪽에 가깝습니다.
근데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게 참 잔인하고도 짜릿합니다. 앞선 시기에서 점수가 안 나오면 멘탈이 흔들릴 수밖에 없고, 마지막 기회에서는 실패하면 그대로 끝입니다. 그 압박 속에서 점수를 만든다는 건 기술 이전에 배짱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최가온의 금메달은 ‘천재 소녀’라는 단어 하나로 다 설명하기엔 조금 아깝습니다.
한국 귀국 소망이 귀엽게만 들리지 않는 이유
최가온이 귀국 후 먹고 싶다고 한 음식들이 꽤 화제가 됐습니다. 할머니가 해주는 육전, 마라탕, 두쫀쿠 같은 말들이 기사 제목으로도 많이 쓰였죠. 처음 보면 귀엽다는 반응이 먼저 나옵니다. 그런데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이건 긴 대회와 해외 생활을 버틴 사람이 가장 본능적으로 떠올리는 안정감에 가깝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꽤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해외 대회에서 성적을 내는 선수들은 늘 멋진 경기 장면으로 소비되지만, 실제로는 잠자리, 음식, 시차, 부상, 이동 스트레스까지 계속 견뎌야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에 돌아가서 먹고 싶은 것’은 단순한 메뉴가 아니라 몸이 기억하는 일상입니다.
특히 최가온은 아직 고등학생 선수입니다. 세계 정상급 선수라는 타이틀과 학교생활을 하는 나이가 동시에 붙어 있죠. 그래서 귀국 소망이 더 입체적으로 들립니다. 메달리스트의 포부도 필요하지만, 친구 만나고 싶고 익숙한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도 똑같이 중요합니다. 이런 평범함이 살아 있어서 팬들이 더 쉽게 마음을 주는 것 같습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지점
솔직히 이런 스타 탄생 서사는 미디어가 너무 빠르게 소비할 때가 있습니다. ‘천재’, ‘신동’, ‘최연소’, ‘여고생 금메달리스트’ 같은 표현은 눈길을 끌지만, 선수에게는 꽤 무거운 이름표가 될 수 있거든요. 최가온도 이미 엑스게임과 듀투어에서 강한 성적을 냈고, 올림픽 금메달 이후에는 더 많은 기대를 받게 됐습니다.
좋은 점은 본인이 인터뷰에서 목표를 꽤 차분하게 말한다는 겁니다. 이후 미디어데이 보도에서도 최고의 보더가 되고 싶고, 기술 난도를 높이겠다는 식의 방향을 밝혔습니다. 단순히 유명해지는 것보다 경기력 자체를 더 밀고 가려는 태도가 보였어요. 이건 팬 입장에서 믿고 따라가게 되는 부분입니다.
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국내 훈련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다뤄졌으면 합니다. 설상 종목은 인기 종목에 비해 기반이 좁고, 선수 개인의 재능만으로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최가온 한 명의 성공담으로 끝내기보다, 다음 선수가 나올 수 있는 환경까지 같이 봐야 이야기가 더 단단해집니다.
예능으로 나와도 강할 캐릭터
드라마·예능 리뷰어 시선으로 보면 최가온은 예능에서도 꽤 흥미로운 인물입니다. 과하게 튀는 캐릭터라서가 아니라, 오히려 담백해서요. 큰 성취를 했는데도 반응이 수줍고, 대단한 각오를 말하다가도 먹고 싶은 음식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타입입니다. 이런 사람은 억지 토크보다 관찰형 예능에서 빛날 가능성이 큽니다.
- 경기 장면은 스포츠 다큐의 긴장감을 만들고
- 귀국 인터뷰는 성장물의 엔딩처럼 느껴지고
- 음식 이야기는 또래의 일상감을 살려줍니다
- 부상과 훈련 이야기는 다음 시즌을 기다리게 만듭니다
다만 예능 출연이 많아질수록 조심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선수의 귀여운 반응만 반복해서 소비하면 금방 납작해질 수 있거든요. 최가온이라는 인물의 매력은 ‘어린 금메달리스트’에만 있지 않습니다. 큰 무대에서 자기 루틴을 끝까지 밀어붙인 선수라는 점, 그리고 그 뒤에 다시 훈련으로 돌아가려는 태도까지 같이 봐야 합니다.
최가온의 한국 귀국 소망이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는 거창하지 않아서였습니다. 금메달을 따고도 결국 돌아가고 싶은 곳은 익숙한 사람들과 익숙한 음식이 있는 자리였다는 것. 그래서 이 이야기는 스포츠 뉴스라기보다, 긴 시즌을 건너온 한 사람의 귀가 장면처럼 보였습니다. 다음 경기에서 어떤 기술을 보여줄지도 궁금하지만, 저는 그 차분한 얼굴이 앞으로 얼마나 더 단단해질지가 더 궁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