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쇼츠
한국의 모든이야기

박신양 전시회 제4의 벽 다녀온 사람처럼 뜯어본 후기

Last Updated :
박신양 전시회 제4의 벽 다녀온 사람처럼 뜯어본 후기

요즘 배우가 본업 바깥에서 뭘 만든다고 하면 괜히 한 번 더 보게 되는데, 박신양 전시회는 그중에서도 꽤 독특한 쪽에 가까웠습니다. 단순히 “배우가 그림도 그린다” 정도로 소비하기엔 규모도 크고, 방식도 꽤 과감했거든요. 특히 2026년에 이어진 박신양의 전시쑈 제4의 벽은 드라마 한 편을 몰아서 본 뒤 남는 감정처럼, 관람 후에도 이미지가 오래 남는 전시였습니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 전시는 2026년 3월 6일부터 5월 10일까지 진행됐고, 이후 인천문화예술회관 초대전으로 2026년 7월 9일부터 8월 2일까지 이어졌습니다. 세종 전시는 약 150점 규모, 인천 전시는 14년 작업을 모은 120여 점 규모로 알려졌습니다. 숫자만 봐도 “잠깐 취미로 그렸나 보다” 하고 넘길 전시는 아니었습니다.

배우 박신양보다 화가 박신양이 먼저 보이는 순간

솔직히 처음엔 편견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박신양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많은 사람이 드라마 속 얼굴을 먼저 떠올리니까요. 그런데 이 전시는 그 익숙한 이미지를 일부러 흔듭니다. 작품 앞에서 “아, 배우가 그렸구나”가 아니라 “이 사람은 왜 이렇게까지 그렸을까” 쪽으로 시선이 옮겨갑니다.

박신양은 10년 넘게 그림을 그려왔고, 러시아 유학 시절의 기억과 그리움,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질문을 작업의 출발점으로 이야기해왔습니다. 그래서 작품 분위기도 가볍게 예쁜 그림 쪽은 아닙니다. 사과, 당나귀, 자화상 같은 소재가 반복되지만, 귀엽거나 장식적인 느낌보다 감정이 두껍게 쌓인 쪽에 가깝습니다.

드라마 리뷰어 관점으로 보자면, 이 전시는 주인공의 과거 회상 장면을 길게 따라가는 기분이 있습니다. 사건이 빵빵 터지는 전개는 아니지만, 한 사람이 어떤 감정에 오래 붙잡혀 있었는지가 계속 보입니다. 그래서 빠르게 인증샷만 찍고 나오는 전시를 기대했다면 조금 결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제4의 벽’이라는 제목이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제4의 벽은 원래 연극에서 무대와 객석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을 뜻합니다. 박신양은 배우로 살아온 시간이 긴 사람이라 이 개념을 전시로 가져오는 방식이 꽤 자연스럽습니다. 세종문화회관 전시는 특히 “연극적 전시”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웠고, 실제로 배우들의 퍼포먼스가 함께 들어간 구성이었습니다.

전시장 자체를 작업실처럼 꾸미고, 배우들이 그 공간 안에서 움직이는 방식은 일반적인 회화 전시와는 확실히 다릅니다. 보통 전시장에서 관람객은 작품 앞에 조용히 서서 설명을 읽고 넘어가잖아요. 그런데 여기서는 작품과 관객 사이에 또 다른 인물이 끼어듭니다. 그게 약간 낯설고, 어떤 순간엔 재미있고, 또 어떤 순간엔 호불호가 생깁니다.

이 지점이 이 전시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였습니다. 그림만 오롯이 보고 싶은 사람에겐 퍼포먼스가 방해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반대로 미술관이 어렵게 느껴졌던 사람에겐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장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후자 쪽 장점이 꽤 컸다고 봅니다. 다만 모든 장면이 촘촘한 극처럼 완성되어 있다기보다는, 전시와 연극 사이에서 계속 실험하는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관전 포인트는 감정의 밀도와 반복되는 이미지

박신양 전시회를 볼 때는 “잘 그렸나 못 그렸나”보다 반복해서 등장하는 감정과 이미지를 따라가는 편이 더 재밌습니다. 특히 사과는 여러 기사와 인터뷰에서도 자주 언급된 주요 소재입니다. 단순한 정물이라기보다, 오래 바라보고 계속 다시 그리며 자기 안의 감각을 확인하는 대상처럼 보입니다.

  • 사과: 익숙한 사물을 낯설게 만드는 반복의 힘이 있습니다.
  • 자화상: 배우의 얼굴이 아니라 한 사람의 내면을 더 세게 밀어붙이는 느낌입니다.
  • 당나귀: 투박하고 집요한 에너지가 강해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 대형 회화: 작은 화면보다 몸으로 압박해오는 맛이 있습니다.

저는 특히 대형 작품들이 좋았습니다. 화면이 크면 붓질의 속도나 감정의 방향이 숨기기 어렵거든요. 깔끔하게 예쁘게 포장된 그림이라기보다, 계속 부딪히고 지우고 다시 밀어붙인 흔적이 보여서 박신양이라는 사람의 연기 이미지와도 묘하게 겹칩니다. 강한 감정선을 끝까지 끌고 가는 배우였던 기억이 그림 앞에서 다시 떠오르는 식입니다.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이 꽤 선명하다

좋았던 점은 확실합니다. 전시가 자기 색을 뚜렷하게 갖고 있습니다. 유명 배우의 이름을 빌려 적당히 꾸민 이벤트가 아니라, 회화와 무대 경험을 한 공간에 묶어보려는 의지가 보입니다. 그리고 관객에게 너무 고상한 척하지 않는 점도 좋았습니다. “이 정도는 알아야 감상할 수 있다”는 분위기보다, 일단 들어와서 느껴보라는 쪽에 가깝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연극적 장치가 강한 만큼, 회화 자체에 몰입하고 싶은 관객에게는 시선이 분산될 수 있습니다. 또 퍼포먼스 콘셉트가 취향에 맞지 않으면 약간 과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예능으로 치면 출연진의 에너지가 센 회차라 재밌게 보는 사람은 푹 빠지지만, 조용한 관찰 예능을 좋아하는 사람은 피로할 수 있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이런 호불호가 있다는 것 자체가 전시의 존재감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무난하게 예쁘고, 무난하게 설명 가능한 전시였다면 이야깃거리도 빨리 사라졌을 겁니다. 박신양 전시회는 적어도 보고 난 뒤에 “나는 이 방식이 좋았나, 부담스러웠나”를 말하게 만듭니다.

드라마 팬이라면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이유

드라마 팬에게 박신양 전시회가 흥미로운 건,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거기에 기대지만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익숙한 얼굴을 가진 사람이 완전히 다른 언어로 자기 이야기를 꺼내는 장면은 늘 묘한 긴장감이 있습니다. 화면 속 캐릭터를 보던 관객이 이제는 캔버스 앞에서 작가의 시선을 마주하게 되는 셈이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이 전시가 “배우 박신양의 또 다른 재능”이라는 문장보다 “박신양이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감정의 기록”에 더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가볍게 볼 수도 있지만, 오래 보면 생각보다 진득합니다. 작품 판매보다 전시를 통해 보여주는 쪽을 택했다는 이야기도 이 맥락에서는 꽤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2026년 세종문화회관과 인천문화예술회관 전시는 이미 지난 일정이지만, 박신양 전시회라는 키워드는 앞으로도 한동안 따라붙을 것 같습니다. 배우가 화가로 영역을 넓혔다는 화제성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이 사람이 자기 안의 감정을 어떤 방식으로 계속 밀고 가는지입니다. 저는 다음 전시가 열린다면 조금 더 조용한 구성으로도 보고 싶고, 반대로 연극적 장치를 더 끝까지 밀어붙인 버전도 궁금합니다. 취향은 갈리겠지만, 그냥 지나치기엔 확실히 할 말이 많은 전시였습니다.

박신양 전시회 제4의 벽 다녀온 사람처럼 뜯어본 후기 - 요약
박신양 전시회 제4의 벽 다녀온 사람처럼 뜯어본 후기 | 코리아쇼츠 korshort : https://korshort.com/1079
한국의 모든이야기
코리아쇼츠 © korshort.com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