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 신작 승산있습니다, 방영 전부터 승산 따져본 기대 후기

요즘 SBS 드라마 라인업을 훑다 보면 이상하게 눈에 밟히는 제목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승산있습니다인데요. 제목부터 너무 대놓고 자신감이 느껴져서, 처음엔 법정물인가 싶다가도 ‘코믹 법조 탐정물’이라는 설명을 보고 살짝 방향을 다시 잡게 됐습니다. 무겁게 조문 읽고 판례 싸움하는 드라마라기보다, 억울한 사건을 기발하게 뒤집는 사이다 팀플레이 쪽에 가까워 보이거든요.
아직 방영 전 작품이라 실제 회차 리뷰처럼 말하긴 이릅니다. 대신 현재 공개된 설정과 캐스팅, SBS가 최근 밀고 있는 시즌제 드라마 흐름을 놓고 보면, 이 작품이 어디에서 재미를 만들지 꽤 선명하게 보입니다. 스포 걱정 없이, 말 그대로 ‘정주행 전 예열용’으로 보면 딱 좋습니다.
승산있습니다는 어떤 드라마인가
승산있습니다는 변호사 출신 현직 사무장 권백이 중심에 서는 법조 드라마입니다. 권백은 한때 스타 변호사였지만 뇌물 스캔들에 휘말려 변호사 자격을 잃은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이미 캐릭터 맛이 납니다. 완벽한 정의의 사도도 아니고, 완전히 망가진 인물도 아니고, 과거에 흠집이 있는 사람이 다시 판으로 들어오는 구조니까요.
그가 이끄는 법률사무소는 ‘오합지졸’에 가깝다고 소개됩니다. 이런 팀 설정은 드라마에서 꽤 익숙하지만, 잘만 굴러가면 회차형 사건과 캐릭터 성장 둘 다 잡기 좋습니다. 매회 승산 없어 보이는 사건을 맡고, 팀원들이 각자 부족한 방식으로 부딪히다가, 마지막에 예상 밖의 방식으로 판을 뒤집는 그림이 떠오릅니다.
현재 알려진 방향은 코믹, 로맨스, 법조, 탐정물의 조합입니다. 장르가 많아 보이면 산만해질 위험도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무거운 법정물에 쉽게 지치는 시청자에게는 진입 장벽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법 이야기는 어렵지만, 억울한 사람 편에 서서 통쾌하게 받아치는 이야기는 훨씬 직관적이니까요.
이제훈이 권백을 맡는다는 점
솔직히 이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이 가는 이름은 이제훈입니다. 이미 모범택시 시리즈로 ‘사이다 응징’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잖아요. 그래서 이번에도 약자를 돕는 이야기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김도기가 떠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제작진과 배우 쪽에서도 그 비교를 피하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권백은 김도기와 싸우는 방식이 다릅니다. 김도기가 몸으로 부딪히고 법 바깥의 방식까지 넘나드는 인물이었다면, 권백은 법정 안팎에서 말과 전략으로 판을 흔드는 타입에 가까워 보입니다. 이 차이가 제대로 살아나야 승산있습니다만의 색깔이 생깁니다. 괜히 ‘또 다른 사이다물’로 보이면 손해고, 능청스러운 말맛과 법조 트릭이 붙으면 꽤 재밌어질 수 있습니다.
이제훈의 장점은 얼굴의 온도를 빨리 바꾸는 데 있습니다. 웃고 있다가도 갑자기 눈빛이 서늘해지는 순간이 있고, 진지한 장면에서도 묘하게 장난기가 남아 있습니다. 권백 같은 괴짜 사무장 캐릭터라면 그 양면성이 꽤 잘 맞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영과 팀플레이가 관건
하영은 신참 변호사 여심희 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돈도 배경도 없지만 성실한 인물이라는 설명만 보면, 권백과 정반대의 에너지를 가진 캐릭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권백이 능청스럽고 판을 흔드는 쪽이라면, 여심희는 원칙과 진심으로 버티는 쪽이겠죠.
이 조합은 법조 드라마에서 꽤 중요한 축입니다. 너무 천재 캐릭터 혼자 다 해먹으면 시청자는 금방 지칩니다. 반대로 신입 캐릭터가 사건을 따라가며 성장하면, 시청자도 같이 사건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법률 용어나 절차가 나와도 여심희의 시선으로 따라가면 훨씬 편해질 수 있고요.
여기에 엘리트 변호사 김우석 역으로 알려진 이상운의 합류도 흥미롭습니다. 최고 로펌 소속 현실주의자 캐릭터라면, 권백과 대립하거나 묘하게 협력하는 긴장감을 만들 수 있습니다. 법률사무소 ‘승산’의 허술한 에너지와 대형 로펌의 차가운 시스템이 부딪히면, 이 드라마의 사회 풍자도 자연스럽게 살아날 수 있습니다.
기대되는 관전 포인트
- 법정물의 무게 조절: 너무 가벼우면 사건의 억울함이 희미해지고, 너무 무거우면 코믹 법조물의 매력이 죽습니다. 이 균형이 첫 회부터 중요해 보입니다.
- 권백의 과거: 변호사 자격 박탈이라는 설정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캐릭터를 움직이는 큰 동력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과거 스캔들이 어떻게 드러나는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 회차형 사건의 완성도: 시즌제까지 노릴 수 있는 포맷이라면 매회 사건이 살아 있어야 합니다. 한 회를 보고 바로 다음 사건이 궁금해지는 리듬이 필요합니다.
- 로맨스의 농도: 코믹 로코라는 표현이 붙은 만큼 관계성도 중요합니다. 다만 법조 사건보다 로맨스가 과하게 앞서면 장르 중심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 SBS식 사이다 감성: 가족 시청층도 편하게 볼 수 있는 통쾌함을 얼마나 세련되게 보여주느냐가 승부처입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지점
기대가 되는 만큼 걱정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우선 ‘승산 없는 싸움을 승산 있게 만든다’는 설정은 듣기만 해도 통쾌하지만, 패턴이 반복되면 금방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억울한 의뢰인 등장, 대형 권력의 압박, 권백의 기발한 한 수, 시원한 역전. 이 공식이 매회 비슷하면 중반부에서 힘이 빠질 수 있거든요.
또 하나는 이제훈의 전작 이미지입니다. 모범택시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권백을 보면서 계속 김도기를 떠올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건 배우의 잘못이라기보다 성공한 캐릭터가 남기는 자연스러운 그림자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초반 몇 회 안에 권백만의 말투, 약점, 웃기는 습관, 사건을 대하는 방식이 확실히 잡혀야 합니다.
그래도 저는 이 작품이 꽤 좋은 카드라고 봅니다. 법조물은 사건만 잘 뽑아도 기본 재미가 있고, 코믹한 팀플레이는 정주행 속도를 올리는 힘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제훈이 능청스러운 법률사무소 사무장으로 판을 뒤흔든다는 설정 자체가 꽤 맛있습니다. 아직 뚜껑은 열리지 않았지만, 제목처럼 정말 승산이 있는 작품인지 확인하고 싶어지는 건 분명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