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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시반 영상들 몰아서 봤더니 음악보다 먼저 보인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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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시반 영상들 몰아서 봤더니 음악보다 먼저 보인 얼굴들

얼마 전 트로이시반 영상을 하나만 보려고 틀었다가, 뮤직비디오에서 영화, 드라마 출연작까지 줄줄이 이어 보게 됐다. 처음엔 ‘Rush’나 ‘One of Your Girls’처럼 감각적인 팝스타 이미지가 강했는데, 보다 보니 이 사람은 노래를 부를 때도 늘 장면을 만든다는 쪽에 더 가깝더라.

뮤직비디오부터 보면 입문이 빠르다

트로이시반을 드라마·예능 리뷰어 시선으로 보려면, 앨범보다 뮤직비디오를 먼저 보는 게 의외로 좋다. 특히 ‘Blue Neighbourhood’ 시절 영상들은 거의 짧은 청춘 드라마처럼 이어진다. 대사보다 표정, 거리감, 손끝의 망설임으로 감정을 밀어붙이는 타입이라서, 노래를 몰라도 서사가 먼저 들어온다.

2023년 앨범 ‘Something To Give Each Other’는 총 10곡, 30분대 러닝타임이라 한 번에 듣기 부담이 적다. ‘Rush’는 클럽의 열기와 커뮤니티 감각이 강하고, ‘Got Me Started’는 샘플링 덕분에 익숙한 탄력이 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제일 오래 남은 건 ‘One of Your Girls’였다. 화려한 분장과 매끈한 화면 뒤에, 누군가에게 선택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너무 노골적으로 보여서 좀 아프다.

배우 트로이시반은 생각보다 잔잔하게 온다

배우로서의 트로이시반을 보려면 ‘Boy Erased’와 ‘Three Months’를 같이 두고 보는 흐름이 괜찮다. ‘Boy Erased’에서는 주연을 압도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야기의 무게를 현실 쪽으로 끌어당기는 얼굴에 가깝다. 작품 자체가 전환 치료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기 때문에 가볍게 보기엔 어렵지만, 트로이시반의 존재감은 과하게 힘주지 않아서 오히려 오래 남는다.

‘Three Months’는 훨씬 더 그의 리듬에 맞는 작품처럼 보였다. HIV 노출 이후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10대의 시간을 따라가는데, 설정만 들으면 꽤 무겁다. 근데 영화는 마냥 눌러앉지 않고, 성장영화 특유의 어색한 농담과 삐걱거리는 로맨스를 섞는다. 트로이시반은 여기서 불안한데 허세도 있고, 겁먹었는데 웃기고 싶은 청춘의 얼굴을 꽤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도 분명하다

솔직히 모든 사람이 트로이시반의 영상 문법을 편하게 받아들이진 않을 것 같다. 뮤직비디오는 감정선을 친절하게 설명하기보다 분위기와 몸짓으로 밀고 가는 편이고, 노래에서도 서사를 문장으로 또렷하게 풀어주기보다는 순간의 감각을 반복해서 쌓는다. 그래서 사건 많은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래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데?’라는 느낌이 들 수 있다.

  • 좋았던 점: 음악과 화면의 톤이 잘 맞고, 퀴어 서사를 자기 언어로 밀고 간다.
  • 아쉬운 점: 상징과 분위기가 앞서는 영상은 취향에 따라 허공에 떠 보일 수 있다.
  • 추천 순서: ‘One of Your Girls’ 뮤직비디오, ‘Rush’, ‘Three Months’, ‘Boy Erased’ 순으로 가면 온도 차가 잘 보인다.

예능적으로 보면 인터뷰나 무대 영상도 재미있다. 말투는 부드럽고 장난기가 있는데, 무대 위에서는 선을 확 바꾼다. 최근 공개된 ‘She’s the Best’ 뮤직비디오에서는 니콜 키드먼, 사샤 콜비와 함께 등장하며 또 다른 쇼맨십을 보여줬는데, 이런 식의 캐스팅 감각도 트로이시반답다. 단순히 유명인을 세우는 게 아니라, ‘이 장면을 사람들이 어떤 표정으로 볼까’를 계산하는 느낌이 있다.

정주행 포인트는 성장 서사보다 자기 연출

트로이시반 콘텐츠를 몰아서 보면 제일 또렷한 건 ‘성장했다’보다 ‘자기를 어떻게 보여줄지 계속 바꿔왔다’는 쪽이다. 어린 시절 유튜브와 영화 출연으로 얼굴을 알렸고, 이후 팝 음악에서는 청춘, 욕망, 외로움, 퀴어 커뮤니티의 기쁨을 계속 다른 화면으로 꺼냈다. 똑같이 사랑 노래를 해도 어떤 곡은 고백처럼 들리고, 어떤 곡은 파티장 한가운데서 혼잣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개인적으로는 트로이시반을 ‘노래 잘하는 배우’나 ‘연기도 하는 팝스타’로 나누는 게 별로 맞지 않아 보였다. 이 사람의 매력은 그 경계에 있다. 뮤직비디오를 볼 때는 드라마처럼 보이고, 영화를 볼 때는 음악가 특유의 박자가 느껴진다. 그래서 한 작품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짧은 영상 몇 개와 영화 한 편을 붙여 보는 쪽이 훨씬 재미있다.

처음 본다면 이렇게 보면 좋다

가볍게 시작하고 싶다면 ‘Rush’로 분위기를 먼저 잡고, 바로 ‘One of Your Girls’를 보면 된다. 그다음 ‘Three Months’로 넘어가면 트로이시반이 표정으로 버티는 장면들이 보인다. 무거운 작품도 괜찮다면 ‘Boy Erased’까지 이어가면 되고, 감정적으로 힘든 소재를 피하고 싶다면 잠시 미뤄도 된다.

나는 트로이시반의 가장 큰 장점이 예쁘게 보이는 능력보다, 예쁘게 보이는 장면 안에 찜찜함이나 외로움을 같이 남기는 감각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화면은 반짝이는데 보고 나면 생각보다 조용해진다. 취향을 탈 수는 있지만, 그 취향이 맞는 사람에겐 짧은 뮤직비디오 하나가 웬만한 청춘 드라마 한 회차처럼 남을 타입이다.

트로이시반 영상들 몰아서 봤더니 음악보다 먼저 보인 얼굴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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