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나라에 뒤늦게 꽂혀서 드라마부터 나혼산까지 이어 본 후기

얼마 전 러닝 예능 클립을 보다가 배나라가 조용히 장비를 챙기고 음식을 꺼내는 장면에서 괜히 시선이 멈췄다. 누가 크게 웃기려고 앞에 나서는 타입은 아닌데, 이상하게 화면 안에서 빈틈을 메우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드라마 출연작과 예능 장면을 이어서 보다 보니, 이 배우는 ‘갑자기 뜬 얼굴’이라기보다 무대에서 오래 다져진 리듬이 카메라 앞에서 뒤늦게 잘 보이기 시작한 쪽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나라가 눈에 들어온 순간
배나라는 1991년생 배우로, 2013년 뮤지컬 <프라미스>로 데뷔했다. 뮤지컬 쪽에서는 이미 <그리스>, <킹키부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사의찬미> 같은 작품을 거쳐 온 이름이다. 그런데 대중적으로 확실히 얼굴을 각인시킨 건 넷플릭스 시리즈
특히
드라마에서 보이는 장점과 호불호
배나라의 장점은 선이 분명한 표현이다. 감정을 흐릿하게 흘려보내기보다, 어느 지점에서 멈추고 어느 지점에서 터뜨릴지 계산이 되어 있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상처가 있거나 압박을 받는 인물과 잘 맞는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저 인물이 왜 저렇게 버티고 있지’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다만 이 점이 모든 취향에 맞지는 않을 수 있다. 자연주의 연기를 극도로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장면에서 살짝 무대적인 에너지가 남아 있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솔직히 나도 처음에는 대사보다 자세가 먼저 보이는 순간이 있었다. 그런데 몇 장면을 더 지나면 그 힘이 캐릭터의 방어막처럼 읽히기 시작한다. 이 배우는 힘을 빼서 사라지는 타입보다, 힘의 방향을 정확히 잡았을 때 매력이 커지는 타입에 가깝다.
- 감정이 큰 장면보다 누르고 있는 장면에서 존재감이 잘 산다.
- 목소리와 발성이 안정적이라 짧은 대사도 또렷하게 남는다.
- 역할에 따라 무대적인 선이 장점으로 보이기도, 취향 차이로 보이기도 한다.
나 혼자 산다에서 달라 보인 이유
드라마에서 먼저 본 사람이라면 MBC <나 혼자 산다> 속 배나라는 꽤 다른 얼굴로 다가온다. 기안84, 민호와 함께한 러닝과 캠핑 에피소드에서 그는 크게 튀는 예능 캐릭터가 아니었다. 근데 그게 오히려 좋았다. 먼저 도착해서 텐트를 챙기고, 음식을 준비하고, 현장에서 소스를 만들고, 재료를 소분해 온 모습이 캐릭터 설정처럼 보일 정도로 꼼꼼했다.
예능에서 이런 사람은 은근히 귀하다. 리액션을 크게 해서 장면을 가져가는 타입은 아니지만, 같이 있는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타입이다. 민호가 말투가 상냥하다고 느낀 대목도 그래서 이해가 됐다. 러닝을 하고 난 뒤 캠핑 음식을 나누는 흐름에서 배나라는 ‘준비 많이 해온 친구’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화면 안의 온도를 낮추고, 관계의 긴장을 부드럽게 푸는 역할을 했다.
재미있는 건 배우 이미지와 실제 생활감 사이의 간격이다. 드라마에서는 예민하고 눌린 얼굴이 잘 어울리는데, 예능에서는 위생 챙기고 플레이팅 챙기고 기타까지 꺼내는 사람이다. 이 반전이 억지스럽지 않다. 원래 이런 사람이었는데 우리가 작품 속 인물로만 먼저 만난 느낌이다.
뮤지컬 출신이라는 배경이 주는 힘
배나라를 볼 때 뮤지컬 이력을 빼놓으면 조금 아쉽다. <팬텀싱어> 출연 경험도 있고, 데뷔 10주년 콘서트를 열 만큼 무대에서 자기 시간을 쌓아 온 배우다. 드라마나 예능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람에게는 ‘노래도 하는 배우’처럼 보일 수 있지만, 순서는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노래와 움직임, 호흡을 오래 익힌 사람이 매체 연기로 확장해 온 흐름이다.
그래서 배나라의 장면에는 몸을 쓰는 감각이 있다. 단순히 액션을 잘한다는 뜻이 아니다. 앉아 있을 때, 시선을 피할 때, 대답을 늦출 때도 몸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다. 이런 배우는 캐릭터가 선명할수록 더 잘 보인다. 앞으로 냉정한 빌런, 상처 많은 조력자, 의외로 생활감 강한 로맨스 캐릭터까지 꽤 넓게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배나라를 보는 재미
최근에는 한재아와의 결혼 준비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배우 개인의 이름도 더 자주 언급되고 있다. 사생활 자체를 작품 감상의 중심에 둘 필요는 없지만, 공개 열애와 결혼 준비 소식 이후에도 예능에서 보여준 태도가 크게 과장되지 않았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조용히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배나라를 처음 볼 사람이라면
배나라의 매력은 시끄럽게 자신을 증명하는 쪽이 아니라, 어느 순간 장면 안에 들어와 있다가 뒤늦게 생각나게 만드는 쪽이다. 그래서 지금 막 관심이 생긴 배우라면, 대표 장면 몇 개만 보고 지나가기보다 드라마와 예능을 번갈아 보는 편이 훨씬 재미있다. 작품 속 긴장감과 예능 속 섬세함이 같이 보일 때, 이 배우가 왜 요즘 자주 언급되는지 자연스럽게 납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