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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뮤지션 컴백을 다시 들어봤더니, 개화는 조용히 오래 남는 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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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뮤지션 컴백을 다시 들어봤더니, 개화는 조용히 오래 남는 쪽이었다

얼마 전 플레이리스트를 넘기다가 악동뮤지션 컴백 앨범을 다시 눌렀는데, 첫인상이 꽤 묘했습니다. 분명 새 앨범인데 어딘가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의 편지를 읽는 느낌이랄까요. 2026년 4월 7일 나온 정규 4집 ‘개화(FLOWERING)’는 총 11곡, 약 37분짜리 앨범인데, 요즘처럼 강한 후렴과 짧은 숏폼 포인트로 승부하는 흐름 안에서는 꽤 담백하게 들립니다.

근데 그 담백함이 심심하냐고 하면 또 그렇지는 않았어요. 악뮤가 원래 잘하던 생활감 있는 멜로디, 남매 보컬의 거리감, 이찬혁식 문장 감각이 다시 전면에 나온 쪽에 가깝습니다. 이전의 ‘Love Lee’가 귀엽고 밝은 쪽으로 확 잡아끌었다면, 이번 컴백은 제목 그대로 꽃이 피는 장면을 빠르게 보여주기보다 빛과 그림자를 같이 놓고 보는 앨범처럼 들렸습니다.

YG 이후 첫 정규라는 점이 꽤 크게 들렸다

이번 컴백에서 그냥 넘기기 어려운 포인트는 소속 환경의 변화입니다. 악뮤는 YG엔터테인먼트를 떠난 뒤 새 둥지에서 정규 4집을 냈고, 그래서인지 음악을 듣는 동안 ‘이제 뭘 더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보다는 ‘우리가 지금 하고 싶은 말을 해도 된다’는 여유가 더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악뮤는 데뷔 초부터 워낙 색깔이 분명했잖아요. ‘200%’의 산뜻함, ‘RE-BYE’의 재치, ‘오랜 날 오랜 밤’의 서정,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의 묵직함까지 이미 여러 번 방향 전환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개화’는 방향을 확 틀었다기보다, 그동안 흩어져 있던 악뮤의 계절감을 한 앨범 안에 다시 심은 느낌입니다.

타이틀보다 수록곡이 더 오래 붙는 구조

타이틀곡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은 제목부터 조금 길고, 요즘 차트형 제목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처음 들을 때는 강하게 꽂히는 훅보다 감정의 결을 따라가게 만드는 곡에 가깝습니다. 이수현의 목소리는 여전히 맑은데, 예전처럼 마냥 소녀적인 맑음만은 아니고 한 번 울고 난 뒤 조용히 말하는 사람의 톤이 있습니다.

재밌는 건 수록곡 ‘소문의 낙원’ 쪽 반응입니다. MBC ‘쇼! 음악중심’에서 2026년 5월 9일 1위를 했고, 점수도 5,733점으로 공개됐습니다. 보통 수록곡이 음악방송 1위까지 가는 건 쉽지 않은데, 이 곡은 악뮤 특유의 이야기성이 대중적으로도 먹힌 사례처럼 보입니다. 제목만 보면 판타지 같은데, 막상 들으면 현실의 소문과 도피 욕망이 같이 떠오르는 식이라 은근히 곱씹게 됩니다.

  • 정규 4집 ‘개화’는 2026년 4월 7일 발매
  • 총 11곡, 약 37분 구성이라 한 번에 듣기 부담이 적은 편
  • ‘소문의 낙원’은 음악방송 1위까지 이어지며 수록곡 이상의 반응을 얻음

악뮤답지만, 모두에게 즉시 친절한 앨범은 아니다

솔직히 취향이 갈릴 지점도 있습니다. ‘Love Lee’ 같은 즉각적인 사랑스러움을 기대하고 틀면 이번 앨범은 조금 차분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드라마로 치면 1회부터 사건이 터지는 작품이 아니라, 인물 표정과 대사 사이의 침묵을 보면서 천천히 빠져드는 작품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예능처럼 틀어놓고 흘려듣는 것보다, 밤에 이어폰으로 듣거나 이동 중에 앨범 순서대로 듣는 쪽이 더 잘 맞았습니다. 특히 악뮤 음악에서 남매의 주고받음이 주는 묘한 긴장감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이번에도 건질 게 많습니다. 두 보컬이 서로를 과하게 밀어내지도 않고, 그렇다고 한쪽이 완전히 받쳐주는 구조도 아니라서 곡마다 작은 장면이 생깁니다.

좋았던 점

  • 이찬혁의 작사, 작곡 색깔이 과하게 꾸며지지 않고 살아 있음
  • 이수현 보컬의 감정선이 더 성숙하게 들림
  • 앨범 전체가 봄, 그늘, 회복 같은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이어감

아쉬웠던 점

  • 첫 청취에서 바로 꽂히는 곡을 원하는 사람에겐 느리게 다가올 수 있음
  • 곡마다 톤이 섬세한 대신, 강한 반전이나 폭발력은 적은 편
  • 악뮤의 밝고 장난스러운 면을 기대했다면 약간 차분하게 느껴질 수 있음

정주행하듯 들으면 장면이 생긴다

제가 드라마나 예능을 볼 때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별일 없어 보이던 장면이 뒤늦게 마음에 남는 때입니다. 이번 악동뮤지션 컴백도 딱 그런 쪽이었어요. 처음엔 ‘오, 새 앨범 나왔네’ 정도였는데, 두세 번 들으니 곡 사이의 온도 차가 보이고, 제목들이 서로 말을 거는 느낌이 생겼습니다.

특히 ‘개화’라는 제목이 꽤 잘 어울립니다. 꽃이 핀다는 말은 예쁜 장면만 떠올리기 쉬운데, 실제로는 기다림도 있고 비바람도 있고 피기 전의 답답함도 있잖아요. 이번 앨범은 그 과정을 너무 예쁘게만 포장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악뮤가 예전처럼 기발하기만 한 팀이 아니라, 이제는 자기 속도로 계절을 통과하는 팀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10월에는 ‘소문의 낙원’이라는 이름으로 KSPO DOME 공연도 예정돼 있어서, 이 앨범의 곡들이 무대에서 어떻게 확장될지도 꽤 궁금합니다. 음원으로는 조용히 스며드는 곡들이 라이브에서는 더 크게 번질 때가 있거든요. 악뮤의 이번 컴백은 화려한 폭죽보다 오래 타는 조명에 가까웠고, 저는 그 느린 빛이 꽤 마음에 남았습니다.

악동뮤지션 컴백을 다시 들어봤더니, 개화는 조용히 오래 남는 쪽이었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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