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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원 관련 영상 몰아봤더니, 사과 장면보다 오래 남은 건 가족 서사의 균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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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원 관련 영상 몰아봤더니, 사과 장면보다 오래 남은 건 가족 서사의 균열이었다

처음엔 뉴스처럼 봤는데 점점 인물 다큐처럼 보였다

얼마 전 전우원 관련 영상을 다시 이어서 봤는데, 이건 단순히 ‘전두환 손자의 폭로’라는 자극적인 문장으로만 소비하기엔 생각보다 층이 많더라. 2023년 3월, 전우원 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와 방송 인터뷰를 통해 전두환 일가의 재산 의혹, 가족 내부의 분위기, 5·18 민주화운동을 둘러싼 교육 방식 등을 말하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이후 광주를 찾아 5·18 피해자와 유족 앞에서 사과한 장면까지 이어지면서, 거의 한 편의 시사 다큐와 관찰 예능 사이 어딘가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이 이야기는 드라마나 예능처럼 가볍게 ‘캐릭터가 흥미롭다’고만 말할 수 있는 소재는 아니다. 실제 역사와 피해자가 있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책임의 문제가 있다. 그래서 정주행하듯 보더라도, 흥미 위주로만 보면 금방 불편해진다. 그런데 바로 그 불편함 때문에 계속 보게 되는 면도 있었다. 누가 어떤 집안에서 태어났고, 어떤 말을 배웠고, 그 사람이 어느 순간 자기 가족의 서사를 의심하기 시작했는지 따라가게 된다.

관전 포인트는 폭로보다 ‘말이 바뀌는 순간’

전우원 씨 관련 콘텐츠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당연히 폭로다. 고층 아파트, 비상장 주식, 호화로운 가족 모임, 차명 의혹 같은 단어들이 나오면 시선이 확 쏠릴 수밖에 없다. MBC 보도와 PD수첩에서 다룬 내용도 그런 디테일 때문에 반응이 컸다. 특히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 전까지 추징금을 완납하지 못했고, 미납 추징금 문제가 계속 남아 있었다는 배경을 알고 보면 전우원 씨의 발언은 그냥 가족사 폭로가 아니라 공적 책임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근데 솔직히 더 오래 남는 장면은 돈 이야기가 아니라 말투가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그는 자신이 어릴 때 5·18 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배웠다고 주장했다. 그 말 자체도 충격이지만, 더 중요한 건 그가 그 언어에서 빠져나오려 한다는 점이다. 드라마로 치면 주인공이 자신을 만든 세계관을 의심하기 시작하는 2막의 장면이다. 다만 현실은 각본처럼 깔끔하지 않다. 본인도 마약 투약 사실을 인정했고 수사를 받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연민과 비판이 동시에 생긴다.

광주 사과 장면은 감정 과잉으로만 보면 아깝다

2023년 3월 31일, 전우원 씨가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유족에게 사과한 장면은 관련 영상 중 가장 많이 회자됐다. 전두환 일가 구성원으로서는 이례적인 행보였고, 이후 2023년 5월 18일 공식 추모행사에도 참석했다. 이 장면은 눈물과 무릎, 사과라는 강한 이미지 때문에 감정적으로 소비되기 쉽다. 그런데 조금 천천히 보면 포인트가 따로 있다. 사과를 받는 사람들의 표정, 주변 시민들의 반응, 그리고 카메라가 그 장면을 어디까지 따라가는지가 더 중요하게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용서받았다’ 같은 식으로 빨리 닫아버리는 해석은 조심스럽다. 사과를 했다는 사실과 역사적 책임이 사라지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니까. 연합뉴스가 보도한 여론조사에서는 전우원 씨의 5·18 사죄 행보에 대해 긍정적으로 본 응답이 67.5%로 나타났지만, 숫자가 높다고 해서 모든 피해자의 마음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런 지점이 이 콘텐츠의 호불호 포인트다. 누군가는 진정성을 볼 것이고, 누군가는 너무 늦은 사과라고 느낄 수 있다.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도 꽤 분명하다

전우원 씨를 다룬 영상들을 보면 댓글 반응이 크게 갈린다. ‘용기 있는 고백’으로 보는 쪽도 있고, ‘개인의 죄와 가족의 죄를 구분해야 한다’는 쪽도 있다. 반대로 ‘언론이 한 사람의 불안정한 상태를 과도하게 소비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있다. 사실 이 부분은 꽤 중요한 감상 포인트다. 시사 프로그램은 공익적 보도라는 명분이 있지만, 시청자는 동시에 한 개인의 무너진 얼굴과 흔들리는 발언을 소비하게 된다. 그 선이 어디인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

  • 좋았던 지점은 5·18을 둘러싼 왜곡된 가족 교육이 개인의 고백을 통해 드러났다는 점이다.
  • 불편했던 지점은 폭로 장면이 너무 자극적인 클립으로만 잘려 퍼질 때였다.
  • 계속 보게 만든 지점은 전우원 씨가 자기 책임과 가족 책임을 분리하지 않으려는 태도였다.
  • 아쉬웠던 지점은 의혹의 상당수가 법적 판단까지 곧장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를 볼 때는 ‘좋은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가’로만 재단하면 금방 납작해진다. 전우원 씨가 한 선택 중 의미 있는 부분은 분명 있다. 동시에 그가 말한 모든 것을 검증 없이 받아들이는 것도 위험하다. 준전문가 리뷰어 입장에서 보자면, 이 콘텐츠의 힘은 인물의 선악보다 ‘한국 현대사의 그림자가 한 개인의 입을 통해 현재형으로 튀어나오는 순간’에 있다.

전우원 서사가 계속 언급되는 이유

전우원이라는 키워드가 지금도 검색되는 건 단순히 유명인의 가족이라서만은 아닌 것 같다. 한국 사회에서 전두환이라는 이름은 역사책 안에 가만히 들어가 있지 않다. 5·18, 추징금, 사과, 책임, 왜곡 교육 같은 단어들이 계속 현실 뉴스로 되돌아온다. 그런데 그 집안의 손자가 직접 나와서 ‘나는 그렇게 배웠고, 이제 다르게 보게 됐다’고 말하니 사람들이 멈춰 서게 된 거다.

드라마로 만들었다면 너무 노골적이라고 했을 설정이 현실에서 벌어졌다는 점도 크다. 권력자의 후손, 가족 내부의 침묵, 뒤늦은 고백, 광주에서의 사과. 소재만 보면 굉장히 극적이다. 하지만 현실의 무게 때문에 카타르시스만 남기지는 않는다. 오히려 보고 나면 찜찜함이 남는다. 그 찜찜함이 나쁜 감상은 아니었다. 역사적 책임을 개인의 눈물 몇 장면으로 대신할 수 없다는 걸 계속 떠올리게 만들었으니까.

나는 전우원 씨 관련 영상을 볼 때 사과 장면 하나만 떼어내기보다, 그 전후의 말과 행동을 같이 보는 편이 낫다고 느꼈다. 폭로의 강도보다 중요한 건 시간이 지나도 같은 방향의 책임감을 유지하느냐일 테니까. 이 이야기는 완성된 서사가 아니라 아직 진행 중인 기록에 가깝고, 그래서 볼 때마다 감정이 조금씩 달라진다. 불편하지만 외면하기 어려운 콘텐츠라는 말이 가장 잘 맞는다.

전우원 관련 영상 몰아봤더니, 사과 장면보다 오래 남은 건 가족 서사의 균열이었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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