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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허스트 전시 직접 보고 왔더니, 작품보다 관람객 반응이 더 드라마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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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허스트 전시 직접 보고 왔더니, 작품보다 관람객 반응이 더 드라마 같았다

처음엔 예쁜 전시인 줄 알고 갔다가 살짝 당황했다

얼마 전 데미안 허스트 전시를 보러 갔는데, 솔직히 처음엔 ‘유명한 현대미술가 전시니까 비주얼이 세겠지’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이건 예쁜 포스터용 전시라기보다, 보는 사람을 계속 시험대에 올려놓는 쪽에 가까웠다. 드라마로 치면 첫 회부터 주인공의 비밀을 던져놓고, 시청자가 계속 찜찜한 표정으로 다음 장면을 기다리게 만드는 타입이다.

데미안 허스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포름알데히드 속 동물, 해골, 알약, 나비 같은 것들이다. 소재만 보면 꽤 센 편이다. 그런데 전시장에서는 그게 단순히 충격을 주려고 놓인 느낌만은 아니었다. 삶과 죽음, 믿음과 소비, 아름다움과 불편함이 한 공간 안에서 계속 부딪힌다. 그래서 작품 앞에서 오래 멈춰 서게 되는 순간도 있고, 반대로 ‘이건 너무 노골적인데?’ 싶은 순간도 있었다.

드라마로 치면 캐릭터가 너무 강한 작품들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은 캐릭터성이 뚜렷하다. 작품 하나하나가 조용히 예쁜 척하기보다 자기 존재감을 크게 드러낸다. 특히 유리장, 약품, 반복 배열, 반짝이는 표면 같은 요소들은 화면 장악력이 세다. 예능으로 비유하면 편집자가 자막을 넣지 않아도 이미 출연자가 알아서 분량을 가져가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이 강한 캐릭터가 호불호를 만든다. 어떤 사람은 ‘현대미술이 이렇게 직관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이게 왜 이렇게 비싸고 유명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 수 있다. 실제로 전시장에서도 작품 앞에서 조용히 오래 보는 관람객과, 빠르게 사진만 찍고 지나가는 관람객이 꽤 갈렸다. 이 차이가 재미있었다. 같은 작품인데 누군가에게는 생명에 대한 질문이고, 누군가에게는 인스타그램 배경이 되는 셈이다.

관전 포인트는 불편함을 피하지 않는 태도

이 전시는 편안하게 감상하는 쪽과는 거리가 있다. 특히 죽음을 직접적으로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나오면, 평소 미술관에서 기대하는 고요하고 우아한 감상과는 다른 반응이 나온다. 근데 바로 그 지점이 데미안 허스트 전시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였다. 작품이 관람객에게 ‘예쁘지?’라고 묻는 게 아니라 ‘너는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 건데?’라고 묻는 느낌이다.

드라마에서도 그런 장면이 있다. 꼭 좋아서 보는 건 아닌데, 이상하게 계속 생각나는 장면. 허스트의 작품도 그쪽에 가깝다. 전시장에서는 조금 피곤했는데, 집에 와서 더 오래 남는 타입이었다. 눈으로 볼 때보다 머릿속에서 다시 재생될 때 더 선명해지는 작품들이 있었다.

사진 맛집이지만, 사진만 찍기엔 아까운 이유

사실 데미안 허스트 전시는 사진으로도 꽤 강하다. 대칭적인 배열, 선명한 색, 반복되는 패턴, 유리와 조명의 반사까지 있어서 카메라를 들면 웬만하면 그림이 나온다. 그래서 관람객들이 작품 앞에서 사진을 많이 찍는 것도 이해된다. 특히 알약이나 나비 이미지가 등장하는 작품은 멀리서 봐도 시각적 임팩트가 있다.

하지만 사진으로만 소비하면 조금 아깝다. 실제 전시장에서 느껴지는 크기, 냄새를 상상하게 만드는 재료감, 유리 너머로 바라보는 거리감은 화면에 다 담기지 않는다. 드라마를 짧은 클립으로만 보면 배우의 표정은 볼 수 있어도 회차 전체의 공기는 놓치는 것과 비슷하다. 허스트 전시는 작품 앞에서 한 발 물러났다가 다시 가까이 가보는 과정이 꽤 중요했다.

  • 멀리서 보면 색과 구성이 먼저 들어온다.
  • 가까이 가면 소재와 반복 구조가 보인다.
  • 조금 지나면 ‘왜 이걸 이렇게 만들었을까’라는 질문이 남는다.

이 순서가 꽤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래서 관람 시간이 짧으면 그냥 자극적인 이미지 몇 개만 본 느낌으로 끝날 수 있다. 최소한 주요 작품 앞에서는 2~3분 정도 멈춰 보는 편이 훨씬 낫다.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도 분명하다

솔직히 모두에게 추천하기 쉬운 전시는 아니다. 따뜻한 감성, 서정적인 풍경, 작가의 손맛이 느껴지는 회화 전시를 기대하고 간다면 당황할 수 있다. 허스트의 작업은 차갑고 계산적이며, 때로는 일부러 관람객을 불편하게 만든다. 가격과 명성, 미술 시장에서의 위치까지 떠올리면 작품 밖 이야기도 같이 따라온다.

근데 그게 또 이 작가를 보는 재미이기도 하다. 데미안 허스트는 작품 자체만큼이나 ‘왜 이 사람이 이렇게 논쟁적인가’가 중요한 인물이다. 미술계의 스타성, 상업성, 죽음이라는 주제의 반복, 대량 생산처럼 보이는 방식까지 얽혀 있다. 드라마로 치면 작품 안 서사와 배우의 실제 이미지가 함께 소비되는 경우와 비슷하다. 순수하게 작품만 떼어놓고 보려고 해도, 작가의 이름값이 계속 따라붙는다.

개인적으로는 이 지점이 꽤 흥미로웠다. 좋아서 감탄한 작품도 있었고, 너무 세게 밀어붙인다고 느낀 작품도 있었다. 그런데 전시장을 나오고 나서도 ‘나는 왜 어떤 작품 앞에서는 멈췄고, 어떤 작품 앞에서는 불편해서 빨리 지나갔을까’라는 생각이 남았다. 좋은 전시가 꼭 기분 좋게만 끝나야 하는 건 아니니까.

이 전시가 잘 맞을 사람, 조금 힘들 수 있는 사람

현대미술을 자주 보지 않는 사람이라도 데미안 허스트 전시는 진입 장벽이 아주 높지는 않다. 이미지가 강하고 주제가 직관적이라서, 설명문을 전부 읽지 않아도 일단 반응이 온다. 다만 그 반응이 ‘예쁘다’보다 ‘뭐지?’나 ‘불편하다’에 가까울 수 있다는 점은 알고 가는 게 좋다.

죽음, 생명, 종교적 상징, 소비문화 같은 키워드에 관심이 있다면 꽤 볼거리가 많다. 반대로 전시에서 힐링을 기대하거나, 조용히 아름다운 색감만 감상하고 싶은 날이라면 컨디션을 조금 탄다. 나도 피곤한 날 갔다면 몇몇 작품은 버거웠을 것 같다.

  • 추천: 강한 이미지의 현대미술을 좋아하는 사람
  • 추천: 전시를 보고 나서 이야기 나누는 걸 즐기는 사람
  • 비추천에 가까움: 잔잔하고 편안한 감상을 기대하는 사람
  • 주의: 죽음이나 박제 이미지를 불편해하는 사람

데미안 허스트 전시는 친절하게 감동을 떠먹여주는 타입은 아니었다. 대신 전시장 밖으로 나와서도 계속 말을 걸어오는 작품들이 있었다. 내 취향으로는 완전히 사랑스럽다기보다, 이상하게 신경 쓰이는 전시에 가까웠다. 드라마로 치면 최애작은 아닐 수 있는데, 보고 나서 주변 사람 붙잡고 한참 떠들게 되는 작품. 그래서 이 전시는 예쁜 인증샷보다 관람 후 대화가 더 오래 남는 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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