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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페 2026 라인업을 정주행하듯 따라가봤더니 취향표가 먼저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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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페 2026 라인업을 정주행하듯 따라가봤더니 취향표가 먼저 갈렸다

요즘 공연 라인업을 보면 드라마 편성표 보는 기분이 들 때가 많다. 서재페 2026도 딱 그랬다. 2026년 5월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 동안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제18회 서울재즈페스티벌은 이름은 재즈인데, 실제 체감은 재즈를 중심에 두고 소울, 팝, 힙합, 인디, K팝, 밴드 사운드까지 한꺼번에 펼쳐놓은 시즌제 예능 같았다. 회차마다 게스트가 다른데 묘하게 세계관은 이어지는 그런 구성 말이다.

공식 라인업 기준으로는 총 60팀 규모였고, 하루권 가격은 18만 9천 원, 3일권은 47만 원으로 알려졌다. 가격만 보면 가볍게 산책하듯 들를 페스티벌은 아니었다. 그래서 더 취향표가 중요했다. 누구를 보러 가는지, 어느 시간대에 체력을 쓸지, 잔디밭에서 느긋하게 볼지 돔 공연처럼 집중할지에 따라 만족도가 꽤 갈릴 수밖에 없는 판이었다.

첫날은 화려한 오프닝 회차였다

5월 22일 금요일 라인업은 첫 장면부터 힘이 있었다. 자넬 모네, 아투로 산도발, 트롬본 쇼티 & 올리언스 애비뉴, 레저, DxS 도겸X승관, 씨엔블루, 제네비브, 에밀리 킹, 마마스 건, 장범준까지 이름만 놓고 봐도 장르 이동 폭이 꽤 크다. 드라마로 치면 1회부터 주연과 조연을 아끼지 않고 다 보여주는 타입이다.

개인적으로 첫날의 관전 포인트는 ‘재즈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을 어디까지 넓게 받아들일 수 있나’였다. 아투로 산도발이나 트롬본 쇼티 쪽은 라이브 연주 맛이 확실한 축이고, 자넬 모네는 무대 장악력과 콘셉트로 관객을 끌고 가는 쪽이다. 여기에 도겸과 승관, 씨엔블루, 장범준이 들어오면서 대중적인 접근성이 확 올라갔다. 솔직히 순수 재즈 팬 입장에서는 라인업이 넓어졌다고 느낄 수 있고, 반대로 페스티벌 입문자에게는 훨씬 들어가기 쉬운 구성이었다.

  • 라이브 에너지를 기대한다면 자넬 모네와 트롬본 쇼티 쪽이 강했다.
  • 보컬 중심 무대를 좋아한다면 에밀리 킹, 제네비브, DxS가 눈에 들어왔다.
  • 한국 관객 떼창 분위기는 씨엔블루와 장범준 타임에서 살아났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날은 취향 충돌이 제일 재밌는 날이었다

5월 23일 토요일은 존 바티스트, FKJ, 코리 헨리 & 더 펑크 어파슬스, 알파 미스트, 에픽하이, 백예린, 프렙, 태용, 해찬, 페더 엘리아스, 최유리, 스텔라장 등이 묶인 날이었다. 사실 이 날은 표가 빨리 빠질 만했다. 그래미 수상 경력의 존 바티스트부터 루프 퍼포먼스로 유명한 FKJ, 감성 소비층이 두터운 백예린과 최유리, 팬덤 동원이 강한 태용과 해찬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근데 여기서 호불호도 분명히 생긴다. 페스티벌에서 여러 장르가 섞이는 건 장점이지만, 이동 동선과 타임테이블이 빡빡하면 그 장점이 바로 고민으로 바뀐다. 예능으로 치면 출연진은 너무 좋은데 편집점이 빨리 지나가서 ‘잠깐만, 이 조합 더 보고 싶은데?’ 하는 느낌이다. 특히 FKJ처럼 몰입형 무대는 중간에 끊기면 아쉽고, 에픽하이처럼 가사와 호흡을 따라가는 무대도 자리와 분위기가 중요하다.

둘째 날을 고른다면 이런 취향에 맞았다

  • 재즈와 팝 사이를 부드럽게 넘나드는 무대를 좋아한다.
  • 힙합, R&B, 인디 보컬을 한날에 몰아서 보고 싶다.
  • 라인업의 다양성을 장점으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나는 이 날을 가장 ‘정주행형’으로 봤다. 한 팀만 보고 끝내기보다 오전부터 밤까지 감정선을 이어가야 제맛인 날. 다만 체력 배분을 못 하면 중후반부에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어서, 욕심을 조금 덜어내는 사람이 오히려 더 잘 즐겼을 것 같다.

셋째 날은 깊게 꽂히는 엔딩 회차였다

5월 24일 일요일은 허비 행콕이 있는 것만으로도 무게감이 달랐다. 여기에 오브 몬스터즈 앤 맨, 메데스키 마틴 앤 우드, 엘라 마이, 혁오, 실리카겔, 웨이브투어스, 시마펑크, 프리 내셔널스, 한로로, 대니 구, 디 새크리드 소울즈 등이 이어졌다. 라인업만 보면 첫날이 화려한 오프닝, 둘째 날이 취향 대폭발이라면 셋째 날은 여운을 깊게 남기는 엔딩에 가까웠다.

허비 행콕은 14회 그래미 수상 경력이 언급될 만큼 상징성이 큰 인물이고, 그 이름이 페스티벌 전체의 무게 중심을 잡아줬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 옆에 혁오, 실리카겔, 웨이브투어스 같은 한국 밴드들이 놓였다는 점이다. 이 조합은 단순히 ‘대가와 젊은 팀’의 대비가 아니라, 지금 한국 관객이 어떤 사운드에 반응하는지 보여주는 장면처럼 보였다.

솔직히 셋째 날은 취향을 좀 탄다. 잔잔한 감성만 기대했다면 실리카겔의 에너지가 세게 느껴질 수 있고, 반대로 폭발적인 밴드 무대만 기다린 사람에게는 허비 행콕의 무게감이 조금 어렵게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페스티벌의 좋은 점이 바로 그 지점이다. 내가 평소에 따로 듣지 않던 음악이 야외 공기와 섞이는 순간, 생각보다 쉽게 마음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서재페 2026이 갈린 지점도 분명했다

서재페 2026을 좋게 본 사람들은 ‘라인업이 넓어서 하루 종일 지루할 틈이 없었다’고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아쉬웠던 사람들은 ‘재즈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에 비해 장르가 너무 퍼졌다’고 느꼈을 수 있다. 둘 다 이해된다. 요즘 페스티벌은 특정 장르만 고집하기보다 관객층을 넓히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서재페도 그 흐름 안에 있었다.

또 하나는 가격과 체력이다. 3일권 47만 원이면 드라마 한 편 결제하듯 가볍게 누르는 금액은 아니다. 여기에 이동, 식음료, 굿즈, 교통비까지 더하면 체감 비용은 더 커진다. 그래서 ‘유명한 팀이 많다’만 보고 들어가면 생각보다 피곤할 수 있다. 보고 싶은 팀 3~4팀을 먼저 정하고, 나머지는 발견하는 재미로 남겨두는 쪽이 훨씬 편하다.

  • 재즈 입문자라면 둘째 날처럼 장르가 섞인 구성이 접근하기 좋았다.
  • 연주 중심 팬이라면 첫날과 셋째 날의 레전드급 무대를 눈여겨볼 만했다.
  • 페스티벌 경험이 적다면 전일권보다 하루권 선택이 덜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내 취향표로 고르면 이런 느낌이다

내가 딱 하루만 고르라면 둘째 날에 마음이 간다. 존 바티스트와 FKJ가 중심을 잡고, 에픽하이와 백예린, 최유리, 스텔라장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너무 좋다. 음악을 ‘장르’보다 ‘기분’으로 듣는 사람에게는 이 날이 제일 풍성했을 것이다.

그런데 오래 남는 장면을 상상하면 셋째 날도 자꾸 걸린다. 허비 행콕의 무대는 단순히 유명한 아티스트를 봤다는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페스티벌이라는 공간이 왜 필요한지 보여주는 순간이었을 것 같다. 화면으로 보는 공연과 현장에서 듣는 공연의 차이는 결국 공기와 박수, 옆 사람의 반응에서 생기니까.

서재페 2026은 모두에게 완벽한 라인업이라기보다, 각자 취향에 따라 전혀 다른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페스티벌이었다. 그래서 더 리뷰할 맛이 난다. 누군가에게는 자넬 모네의 쇼였고, 누군가에게는 존 바티스트의 날이었고, 또 누군가에게는 허비 행콕을 같은 시대에 직접 들었다는 기억이 됐을 테니까. 이런 페스티벌은 다녀온 뒤에도 플레이리스트가 한동안 바뀐다. 그게 제일 좋은 후유증이다.

서재페 2026 라인업을 정주행하듯 따라가봤더니 취향표가 먼저 갈렸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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