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서뭐하게 쪽갈비 장면이 유독 기억난 이유

먹방 예능을 보다 보면 음식보다 그 앞에 앉은 사람들이 더 오래 기억날 때가 있다. tvN STORY ‘남겨서 뭐하게’ 41회 쪽갈비 편이 딱 그런 구성이었다. 이영자와 박세리가 현주엽을 맞아 쪽갈비를 먹고, 뒤이어 우지원까지 등장하는 ‘라이벌 한 상’이다. 메뉴는 화려한데 대화의 중심에는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만이 만들 수 있는 편한 분위기가 있다. 남겨서뭐하게 쪽갈비를 검색하게 된 사람이라면, 고기가 어느 장면에서 나오는지뿐 아니라 이 조합이 왜 재미있는지도 궁금할 것 같다.
쪽갈비 100뼈라는 숫자가 만든 구경거리
이 회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치는 ‘갈비 100뼈 도전’이다. 쪽갈비는 접시에 놓인 양보다 먹고 난 뒤 쌓이는 뼈가 훨씬 직관적인 음식이다. 그래서 100이라는 숫자를 듣는 순간 화면 밖에서도 대략의 규모가 그려진다. 누가 몇 개를 먹었는지 세세히 따지지 않아도, 접시가 비고 뼈가 늘어나는 모습만으로 장면에 리듬이 생긴다.
솔직히 먹방에서 큰 숫자를 앞세우면 금세 승부에만 시선이 쏠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 편의 재미는 기록 자체보다 이영자, 박세리, 현주엽이 한 상에 앉았다는 데 있다. 잘 먹는 출연자들이 서로의 속도에 반응하는 모습, 한 점 더 집어 들게 되는 분위기가 숫자에 생기를 준다. 도전의 결과를 미리 알고 보기보다 그 흐름을 따라가는 편이 즐겁다. 여기서는 성공 여부를 밝히지 않겠다.
가마 초벌 쪽갈비와 수육, 같은 부위의 다른 표정
tvN STORY가 소개한 메뉴를 보면 제주 쪽갈비를 300도 황토 가마에서 초벌하고, 쪽갈비 수육도 함께 낸다. 한 상에서 같은 부위를 구이와 수육으로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구이는 표면의 색과 굽는 장면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반면 수육은 뼈 주변 살이 어떤 식감으로 익었는지에 시선이 간다. 화면으로 맛을 확인할 수는 없어도, 두 접시가 주는 기대는 분명히 다르다.
방송에 소개된 식당은 서울 신림동의 머시기쪽갈비 신림점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 회차를 식당 정보만 얻으려고 보면 조금 아까울 수 있다. 쪽갈비를 손으로 잡고 먹는 음식이라는 특성이 출연자들 사이의 거리까지 좁혀 준다. 말이 잠깐 끊겨도 어색하지 않고, 누군가 고기를 뜯는 사이 다른 사람이 이야기를 받는다. 반듯한 코스 요리보다 이런 메뉴에서 출연자들의 평소 호흡이 더 잘 보일 때가 있다.
내 취향은 화면에서 가장 자극적으로 보이는 양념보다 고기 자체의 익힘을 볼 수 있는 쪽이다. 그래서 가마 초벌 구이에 먼저 눈이 갔다. 반대로 달고 매운 양념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수육 장면이 다소 얌전해 보일 수도 있다. 한 메뉴를 두 방식으로 보여 주니 시청자도 자연스럽게 자기 취향을 고르게 된다.
현주엽과 우지원의 재회가 음식에 이야기를 얹는다
쪽갈비 다음에 이어지는 한우 대창·곱창·특양 한 상은 분위기를 한 번 바꾼다. 현주엽과 우지원은 오랜 라이벌로 소개되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건 누가 더 뛰어났는지를 가리는 일이 아니다. 예전부터 서로를 알아 온 두 사람이 지금 같은 밥상에 앉아 어떤 표정으로 말을 주고받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과거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식사가 흐름을 이어 주니 토크가 지나치게 무겁게 가라앉지 않는다.
다만 스포츠 스타들의 오랜 인연에 큰 관심이 없다면, 후반부 대화보다 쪽갈비 먹방이 더 강하게 남을 수 있다. 반대로 음식 소개만 빠르게 이어지는 예능이 심심했다면 이 관계가 반갑다. 한 끼를 대접한다는 프로그램의 형식과 ‘라이벌 한 상’이라는 이름이 여기서 맞물린다. 경쟁하던 사이도 세월이 지나면 같은 음식을 두고 웃을 수 있다는 장면이 꽤 좋다.
배고플 때 보기 좋은데, 사람 이야기까지 듣게 된다
남겨서뭐하게 쪽갈비 편을 고른다면 41회를 찾으면 된다. 앞부분은 가마 초벌 쪽갈비와 수육, 100뼈 도전의 시각적인 재미가 크다. 뒤로 갈수록 현주엽과 우지원의 관계, 그리고 한우 내장 메뉴를 둘러싼 대화가 비중을 얻는다. 한 회에 음식 종류가 여럿 나와서 화면은 풍성하지만, 쪽갈비 한 접시를 오래 파고드는 리뷰를 기대했다면 음식 이야기가 조금 빨리 넘어간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래도 내가 이 편에서 좋아하는 방향은 분명하다. 쪽갈비를 크게 뜯는 장면에 끌려 들어갔다가, 결국 밥상 앞에서 편해지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 것. 먹방의 양보다 그 자리에 흐르는 말과 표정이 남는 회차라, 배고픈 저녁에 틀었다가 생각보다 오래 보게 될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