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연금술사 다시 봤더니 형제의 선택이 남았다

얼마 전 강철의 연금술사를 다시 틀었다가 첫 몇 화만 보고 자려던 계획이 무너졌다. 에드워드와 알폰스 형제가 잃어버린 몸을 되찾으러 떠난다는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다시 보니 다음 사건이 궁금해서라기보다, 두 사람이 매번 어디까지 감수할 수 있을지 궁금해서 재생을 멈추기 어려웠다. 아래 이야기는 두 형제의 출발점까지만 언급한다. 이후의 반전과 결말은 건드리지 않겠다.
몸을 되찾는 여행인데 선택의 값이 더 눈에 들어온다
형제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되살리려다 연금술의 금기를 어긴다. 그 대가로 에드워드는 몸의 일부를, 알폰스는 몸 전체를 잃는다. 알폰스의 영혼이 갑옷에 깃들어 있다는 설정은 그림만 보면 근사한데, 막상 이야기를 따라가면 꽤 쓸쓸하다. 갑옷이 커다랗고 든든해 보일수록 그 안에 평범한 몸이 없다는 사실이 더 선명해진다.
이 작품에서 자주 나오는 ‘등가교환’도 다시 들으니 느낌이 달랐다. 무언가를 얻으려면 같은 값의 무언가를 내놓아야 한다는 원칙이지만, 사람이 치른 손실까지 깔끔하게 계산할 수 있을까. 에드는 빠르게 답을 내리고 앞으로 달려가는 편이고, 알은 한 번 더 상대의 처지를 헤아리는 편이다. 둘의 대화를 듣다 보면 형제애를 응원하면서도 둘이 같은 선택을 하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그 작은 간격이 꽤 재미있다.
초반에는 표정과 대화를 챙겨보게 된다
첫 정주행 때는 연금술 장면만 기다렸다. 손뼉을 맞대고 물질을 바꾸는 동작은 지금 봐도 시원하다. 그런데 두 번째에는 액션 직후의 얼굴이 더 오래 남았다. 누가 자기 판단을 자신 있게 말하는지, 누가 말을 삼키는지 살피면 장면의 온도가 달라진다. 형제가 만나는 사람들도 단순히 다음 목적지를 알려주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저마다 바라는 게 있어서, 같은 연금술을 보고도 다른 판단을 내린다.
특히 에드가 ‘강철’이라는 별명에 발끈하는 순간들은 웃기면서도 유용한 숨구멍이다. 무거운 사건이 이어지는 사이에 형제의 평소 말투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다만 그 코미디가 모든 장면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감정이 가라앉기도 전에 과장된 표정이 끼어들면 흐름이 끊긴다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나는 둘이 아직 어린 형제라는 감각을 붙잡아 주는 쪽으로 받아들였지만, 취향이 갈릴 지점이다.
2003년판과 2009년판은 같은 길의 앞부분을 공유한다
애니메이션을 고르다 보면 두 판본 앞에서 잠깐 멈추게 된다. 2003년판은 TV 시리즈 51화, 2009년판인 FULLMETAL ALCHEMIST는 64화다. 출발점과 주요 인물은 겹치지만 이야기가 뻗어가는 방향은 다르다. 원작 만화의 큰 흐름을 따라 끝까지 보고 싶다면 2009년판이 편하다. 형제의 상실감과 음울한 분위기를 길게 느끼고 싶다면 2003년판도 매력이 있다.
내 취향은 2009년판에 조금 더 가깝다. 등장인물이 늘어난 뒤에도 각자의 선택이 큰 이야기와 맞물리는 맛이 좋았다. 대신 초반에는 사건이 빠르게 이어져 형제에게 마음을 붙일 틈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 2003년판은 초반 감정에 머무는 시간이 더 길어서, 비슷한 장면을 두 판본에서 보면 인상도 달라진다. 하나를 본 뒤 다른 하나를 틀 때는 ‘같은 이야기의 보충편’을 기대하기보다, 익숙한 형제에게서 시작하는 별개의 전개로 받아들이는 편이 즐거웠다.
끝까지 보게 만든 건 누가 곁에 서느냐였다
강철의 연금술사는 형제 둘만 따라가도 충분히 흥미롭지만, 정주행할수록 주변 인물에게 눈이 간다. 윈리의 손길이 필요한 순간, 머스탱이 군인으로서 판단해야 하는 순간처럼 각자가 서 있는 자리가 다르다. 그래서 형제를 돕는다는 말도 누구에게나 같은 뜻은 아니다. 누군가는 당장 손을 내밀고, 누군가는 멀리 보고 불편한 말을 한다. 나는 이런 차이가 쌓일 때 인물들이 한 팀처럼 움직이는 장면이 더 반가웠다.
물론 어두운 사건과 상실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 작품이라, 편하게 웃으며 밤새 보기 좋은 애니라고 권하기는 어렵다. 한두 화씩 끊어 보고 싶은 날도 있었다. 그래도 다 보고 나면 화려한 연금술보다 형제가 상대를 위해 무엇을 택했는지가 남는다. 예전에는 빨리 몸을 되찾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봤다면, 이번에는 그 길에서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떤 마음을 지키는지가 더 궁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