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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이상보, 향년 44세 비보에 출연작을 다시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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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이상보, 향년 44세 비보에 출연작을 다시 떠올렸다

드라마를 정주행하다 보면 주인공만큼 오래 기억에 남는 배우가 있다. 배우 이상보의 별세 소식을 접하고 떠오른 것도 이름보다 먼저 익숙한 얼굴과 목소리였다. ‘미스 몬테크리스토’의 오하준, ‘우아한 제국’의 나승필. 두 작품 모두 갈등이 거센 일일드라마인데, 그 안에서 서로 다른 결의 인물을 연기했다는 점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갑작스러운 비보 앞에서 작품을 이야기하는 일이 조심스럽지만, 그가 화면에 남긴 장면들을 돌아보고 싶었다.

향년 44세, 확인된 소식부터

소속사 코리아매니지먼트그룹은 2026년 3월 27일 이상보 배우의 별세를 알렸다. 1981년생인 고인의 향년은 44세다. 소속사는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사인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고, 유가족을 보호해 달라는 뜻도 전했다. 여기까지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내용이다. 사망 경위를 짐작하거나 과거의 일을 이번 비보와 연결하는 이야기는 보태지 않는 편이 맞겠다.

이상보는 2006년 KBS 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로 데뷔했다. 이후 ‘며느리 전성시대’, ‘못된 사랑’, ‘사생활’ 등을 거쳐 ‘미스 몬테크리스토’와 ‘우아한 제국’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다. 작품 제목을 이어 놓으면 한 장르에만 머문 배우가 아니었다는 게 보인다. 특히 일일드라마를 챙겨 본 시청자라면 최근 두 작품 속 인물이 더 선명하게 떠오를 듯하다.

‘미스 몬테크리스토’에서는 오하준을 보게 된다

2021년 방송된 ‘미스 몬테크리스토’는 믿었던 사람들에게 삶을 빼앗긴 고은조의 복수를 중심에 둔 드라마다. 이상보가 연기한 오하준은 제왕그룹의 인물이자 은조를 둘러싼 관계와 갈등에 깊이 관여한다. 처음 접하면 복수극 특유의 강한 사건들이 눈길을 끌지만, 계속 보다 보면 하준이 누구의 말을 믿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도 궁금해진다.

이 역할에서 재미있는 지점은 하준을 단순히 ‘주인공을 돕는 사람’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데 있다. 집안의 이해관계와 자신의 감정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상보는 그 변화를 큰 설명보다 표정과 말투의 온도 차이로 보여준다. 솔직히 일일드라마 특유의 빠른 전개와 잦은 갈등은 취향을 탈 수 있다. 그래도 인물들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는 흐름을 좋아한다면 하준을 따라가는 맛이 있다.

스포일러 없이 관전 포인트를 꼽자면 하준과 은조가 서로를 대하는 거리감이다. 둘이 가까워지는 장면만 볼 게 아니라, 같은 사건을 두고도 각자가 무엇을 먼저 지키려 하는지 보면 관계가 더 또렷해진다. 복수의 결과를 미리 알기보다 그 과정에서 하준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지켜보는 쪽을 권하고 싶다.

‘우아한 제국’의 나승필은 또 다른 얼굴이다

2023년 시작된 KBS 일일드라마 ‘우아한 제국’에서 이상보는 나승필을 연기했다. 앞선 작품의 오하준을 기억한다면, 이번에는 인물이 놓인 자리가 다르다는 점부터 보일 것이다. 나승필은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배경으로 얽힌 관계 속에서 움직인다. 누가 누구를 이용하고 또 누구를 지키려 하는지 따라가게 만드는 작품이라, 등장인물의 말 한마디가 다음 장면의 분위기를 바꾸곤 한다.

제가 이 작품에서 눈여겨볼 부분으로 꼽는 건 나승필이 상대에 따라 보이는 태도다. 드라마 전체가 욕망과 배신을 크게 밀어붙이는 만큼, 한 사람의 반응에도 긴장이 실린다. 다만 이런 속도가 편한 시청자도 있고, 갈등이 쉼 없이 이어져 피로하게 느끼는 시청자도 있을 것이다. 잔잔한 생활극을 기대하면 맞지 않을 수 있지만, 관계가 뒤집힐 때마다 배우의 반응을 보는 재미를 찾는다면 눈여겨볼 만하다. 이후 전개에 닿는 장면은 여기서 더 적지 않겠다.

비보보다 오래 남았으면 하는 장면들

이상보의 이름을 떠올릴 때 2022년의 마약 투약 의혹이 함께 검색되는 것도 사실이다. 당시 정밀 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이 나왔고 경찰은 사건을 불송치했다. 이 사실은 분명하게 기억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그 일을 별세 원인처럼 엮어 말할 근거는 없다. 소속사가 사인을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추측이 앞서면 고인의 연기보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더 크게 남을 수 있다.

그래서 다시 작품을 고른다면 ‘미스 몬테크리스토’에서는 오하준의 변화를, ‘우아한 제국’에서는 나승필이 관계 속에서 취하는 태도를 보고 싶다. 두 드라마의 분위기도, 인물이 갈등을 마주하는 방식도 다르다. 같은 배우가 그 차이를 어떻게 채웠는지 비교해 보는 일이 가장 조용하고도 선명하게 그를 기억하는 방법 같다. 뒤늦게 화면을 다시 켰을 때 익숙한 얼굴이 반갑다가도 허전해질 것 같다. 그 마음까지 포함해, 이상보 배우가 남긴 연기를 오래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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