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터틀맨 무대를 다시 봤더니 노래가 다르게 들렸다

얼마 전 거북이의 옛 무대를 연달아 틀어 놓았는데, ‘비행기’에서 한참을 멈췄다. 분명 신나는 노래라 어깨가 먼저 움직이는데, 화면 속 터틀맨을 보고 있자니 가볍게 넘길 수가 없었다. 예전에는 후렴만 따라 불렀다면 이번에는 세 사람이 어떻게 한 곡을 주고받는지 보게 됐다. 거북이 터틀맨을 다시 만나고 싶다면 노래 한 곡보다 무대 몇 개를 이어 보는 편이 훨씬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터틀맨의 목소리를 듣고 무대를 보니
거북이는 터틀맨 임성훈, 지이, 금비가 함께 활동한 혼성 그룹이다. 터틀맨의 낮은 랩이 곡을 끌고 가면 지이의 랩이 속도를 붙이고, 금비의 보컬이 후렴을 시원하게 열어 준다. 셋의 역할이 뚜렷해서 화면을 오래 보지 않아도 다음에 누구 목소리가 나올지 기다리게 된다. 드라마에서 성격이 다른 세 인물이 한 장면을 주고받을 때처럼, 노래에도 대화하는 맛이 있다.
내 취향에는 터틀맨의 목소리가 가장 먼저 귀에 걸린다. 무게감이 있지만 노래를 지나치게 심각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랩이 끝나고 후렴으로 넘어가는 순간의 온도 차도 좋다. 그렇다고 거북이의 매력을 터틀맨 혼자 만든 것처럼 듣고 싶지는 않다. 옛 방송 무대를 보면 지이와 금비가 각자 자기 자리를 채우기 때문에 그 목소리도 더 또렷하게 남는다.
사계부터 비행기까지 이어서 듣는 재미
처음부터 길게 볼 시간이 없다면 ‘사계’, ‘왜 이래’, ‘빙고’, ‘비행기’, ‘싱랄라’의 무대를 차례로 골라 보는 흐름을 권하고 싶다. 한 곡씩 따로 들으면 익숙한 히트곡 모음인데, 이어 놓으면 거북이가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을 들뜨게 했는지 느껴진다. ‘빙고’에서는 함께 외치고 싶은 흥이, ‘비행기’에서는 어디론가 떠나는 듯한 설렘이 먼저 온다. 나는 특히 ‘비행기’의 밝은 분위기에 오래 머문다.
2006년 발표한 4집의 ‘비행기’는 당시 음원 차트와 방송 횟수 차트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그 기록을 모르고 봐도 관객이 왜 이 노래에 반응했는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후렴이 나오기 전부터 무대가 들썩인다. 다만 옛 음악 방송 화면은 지금처럼 표정과 손짓을 촘촘히 잡아 주지 않을 때가 있다. 나는 그 투박한 화면까지 포함해 즐기는 편이지만, 무대의 세부 동선을 보는 재미를 기대한다면 조금 아쉬울 수도 있다.
다시 한번을 볼 때 마음에 남는 장면
노래를 듣고 나서 엠넷의 ‘다시 한번’ 거북이 편으로 넘어가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2020년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터틀맨의 생전 목소리와 모습을 기술로 재현해 금비, 지이와 함께하는 무대를 선보였다. 방송의 큰 설정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두 멤버가 그 시간을 받아들이는 표정과 말은 직접 보는 편이 좋다. 여기서는 그 장면의 순서나 마지막 무대의 감정까지 자세히 적지 않겠다.
내가 오래 본 건 재현 기술 자체보다 금비와 지이가 터틀맨을 떠올리는 방식이었다. 노래를 만들고 함께 무대에 섰던 사람들의 기억이 얹히니, 화면 속 모습도 단순한 방송 장치로만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보는 내내 마음이 한쪽으로만 기울지는 않았다. 그리운 목소리를 다시 듣는 일이 반가운 사람도 있을 테고, 재현된 모습이 낯설어 거리를 두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둘 다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다시 한번’은 가벼운 추억 예능을 기대하고 켜기보다, 거북이의 옛 무대를 두세 개 본 다음 이어서 보는 쪽이 좋았다. 세 사람이 실제로 함께 섰던 무대를 먼저 기억해 두면 방송 속 재현 장면도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반대로 울컥하는 방송을 피하고 싶은 날이라면 ‘빙고’나 ‘비행기’의 옛 무대만 골라 봐도 충분하다. 터틀맨을 기억하는 방법이 꼭 하나일 필요는 없다.
신나는 노래를 슬픈 기억으로만 남기고 싶지 않아서
터틀맨은 2005년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치료를 거쳐 활동을 이어 갔고, 2008년 4월 세상을 떠났다. 그 사실을 알고 옛 무대를 보면 마음이 쓰인다. 그래도 거북이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의 마지막 시간부터 떠올리고 싶지는 않다. 화면 속 세 사람은 관객을 웃게 하고, 함께 노래하게 만드는 데 온 힘을 쓰고 있으니까.
솔직히 내게 가장 좋은 정주행 순서는 밝은 무대를 먼저 즐기고,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다시 한번’을 보는 것이다. 그렇게 보고 나면 ‘비행기’를 다시 틀었을 때 처음과는 다른 소리가 들린다. 터틀맨의 랩 뒤로 지이와 금비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세 사람이 함께 만든 신나는 무대가 끝까지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