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솔로 영숙 사과를 다시 보니 오해의 시작이 보였다

나는 솔로 16기를 다시 보다가 광수와 영숙의 데이트 장면에서 또 한 번 멈췄다. 처음 볼 때는 누가 왜 화났는지 따라가기도 바빴는데, 흐름을 알고 보니 한마디가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는 과정이 더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영숙의 사과도 단순히 ‘했다, 안 했다’로 보기 어렵더라. 여기서 말하는 영숙은 2023년 방송된 16기 출연자다. 이후 기수에도 같은 이름을 쓰는 출연자가 있으니 먼저 구분해 둔다. 갈등 장면은 언급하지만 최종 선택 결과는 쓰지 않았다.
데이트가 끝나기 전부터 말이 어긋났다
8월 30일 방송된 16기에서 광수와 영숙은 랜덤 데이트를 했다. 광수는 영숙의 지난 경험을 가리키며 ‘산전수전’이라는 표현을 거듭 썼고, 영숙은 그 말이 불편하다는 뜻을 밝혔다. 광수에게는 상대를 이해하려는 말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듣는 영숙에게는 꺼내고 싶지 않은 사연을 자꾸 건드리는 말이었다. 결국 영숙은 데이트를 중단하고 혼자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갔다.
나는 이 장면에서 두 사람이 같은 대화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영숙은 더 이상 그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고, 광수는 자신이 왜 상처를 줬는지 바로 알아채지 못했다. 그렇다고 데이트 상대를 남겨두고 먼저 돌아간 행동까지 저절로 괜찮아지는 건 아니다. 상처받은 마음과 그 뒤에 한 행동을 나눠서 봐야 하는 장면이었다.
옥순과의 갈등은 말이 전해진 길에서 커졌다
숙소에 돌아온 뒤에는 또 다른 오해가 생겼다. 영숙이 정숙에게 데이트 일을 털어놓았고, 그 이야기를 들은 순자가 영숙을 위로했다. 영숙은 옥순이 자신의 일을 전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송에서 확인된 전달자는 정숙이었다. 옥순 입장에서는 하지 않은 일을 했다는 말을 듣게 된 셈이다.
여기가 16기를 정주행할 때 유독 답답한 대목이다. 시청자는 누가 누구에게 말을 전했는지 장면을 따라가며 볼 수 있지만, 그 자리에 있는 출연자들은 각자 들은 조각만 갖고 반응한다. 영숙도 순자에게 확인하는 과정에서 옥순이라는 이름을 들었다고 생각해 오해를 굳혔다. 그 사이 옥순은 자신을 의심한 데 대한 사과를 원했다. 같은 상황을 놓고 서로 붙잡고 있는 지점이 달랐던 거다.
방송 당시 영숙은 옥순에게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왜 옥순으로 짐작했는지를 함께 설명하며 자리를 떠났다. 옥순이 그 말을 충분한 사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수 있겠다고 느꼈다. 사과를 하는 사람은 자신의 이유를 말하고 싶고, 듣는 사람은 우선 자신이 겪은 일을 인정받고 싶으니까. 이 어긋남이 짧은 대화를 훨씬 길고 불편하게 만들었다.
방송 밖 사과에는 무엇이 담겼나
방송 이후인 9월 3일, 영숙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개 글을 올렸다. 세계일보가 전한 글의 내용에 따르면, 영숙은 광수와의 데이트에서 먼저 돌아간 일과 옥순이 말을 전했다고 오해해 화낸 일을 짚으며 미안하다고 했다. 방송을 보며 불편했을 시청자들에게도 사과했고, 상철에게 더 친절하게 대하지 못한 점도 돌아봤다. 방송 중의 짧은 말보다 어떤 행동을 미안하게 생각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힌 글이었다.
다만 공개 사과와 당사자가 사과를 받아들이는 일은 별개다. 당시 영숙은 옥순에게 직접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아 문자를 남겼다고 설명했다. 이건 영숙이 공개한 당시 설명이지, 그 시점에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눴다는 뜻은 아니다. 9월 6일 방송에서도 갈등을 풀어가는 장면이 나왔지만, 방송 장면과 방송 후의 관계를 같은 시간대의 일처럼 섞어 보면 흐름을 놓치기 쉽다.
사과 뒤에도 시선이 갈린 이유
내가 다시 보며 가장 오래 생각한 건 사과의 문장보다 그 앞에 쌓인 감정이었다. 영숙이 왜 예민해졌는지 이해된다는 시청자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불편함을 느낀 순간부터 광수와 옥순에게 보인 태도가 마음에 걸릴 수도 있다. 나 역시 두 생각이 함께 들었다. 누군가의 상처를 가볍게 다루면 안 되지만, 상처가 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서운함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니까.
그래서 16기 영숙의 사과를 볼 때는 ‘사과했으니 끝’이나 ‘방송에서 화냈으니 전부 진심이 아니다’처럼 단번에 판정하고 싶지 않다. 10월에는 옥순과 영숙이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갈등을 풀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렇다고 8월 방송에서 옥순이 느꼈을 당혹감이나 영숙이 털어놓은 불편함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이 이야기를 다시 본다면 누가 먼저 화냈는지보다 누가 어떤 말을 듣고 움직였는지 따라가는 편이 더 흥미롭다. 연애 예능인데도 오래 남는 장면은 결국 사람 사이의 대화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