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서울 일러스트코리아를 보고 취향을 생각했다

드라마를 정주행하다 보면 주인공보다 방 한쪽에 놓인 그림이나 노트가 오래 기억날 때가 있다. 저는 그런 소품을 보면 만든 사람이 어떤 장면을 좋아했을지 궁금해진다. 2026 서울 일러스트코리아 소식을 다시 찾아본 것도 그 때문이었다. 화면에서 스쳐 지나가던 그림을 작품, 문구, 책으로 만날 수 있는 자리라니 관심이 갔다.
다만 이 글은 현장에서 직접 관람한 후기라기보다, 주최 측이 공개한 행사 정보와 전시 구성을 바탕으로 적은 관전 포인트다. 실제로 어느 부스가 가장 붐볐는지, 어떤 작품이 마음에 남았는지까지 본 것처럼 말할 수는 없다. 그 선을 지키면서도 드라마·예능을 좋아하는 사람 눈에 무엇이 재미있을지는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다.
서울에서 두 번 열렸다는 것부터 챙겨야 한다
2026 서울 일러스트코리아를 검색할 때 가장 헷갈리기 쉬운 부분은 장소와 날짜다. 서울 행사는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코엑스 B홀에서 열렸고, 9월 4일부터 6일까지는 ‘2026 서울 일러스트코리아 in aT’라는 이름으로 양재 aT센터에서 열렸다. 같은 해의 서울 행사지만 일정과 장소가 다르다. 봄 행사 정보를 보고 가을 행사 입장료를 예상하면 숫자가 어긋나는 이유다.
코엑스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했고 입장 마감은 오후 5시 30분이었다. 일반 현장 입장료는 1만 2천 원이었다. aT센터 행사도 관람 시간과 입장 마감은 같았지만, 일반 현장 입장료는 1만 원이었다. 주최 측 관람 안내에는 aT센터 행사 사전 결제 가격이 5천 원으로 적혀 있다. 할인 정보는 당시 예매 기한이 붙은 기록이니, 지금 시점의 판매 안내처럼 읽지는 않는 편이 정확하다.
제게는 이런 차이가 단순한 실무 정보 이상으로 보인다. 좋아하는 드라마도 시즌과 특별편을 뒤섞으면 감상이 흐려진다. 행사 역시 어느 회차를 말하는지 먼저 짚어야 그때의 기획과 분위기를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다.
캐릭터만 보러 갔다가 책 앞에서 멈출 수도 있다
공식 전시 구성에는 일러스트와 캐릭터 디자인뿐 아니라 그래픽 디자인, 웹툰, 디자인 문구, 창작 굿즈, 북아트, 회화, 아트토이, 라이브 드로잉 등이 들어 있다. 드라마로 치면 장르가 여러 개인 편성표 같다. 귀여운 캐릭터에 끌려 들어가도 그림책이나 독립적인 디자인 작업 앞에서 발걸음이 길어질 수 있는 구성이다.
제가 가장 눈여겨보는 건 그림 한 장이 다른 물건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같은 캐릭터라도 엽서에 담기면 짧은 장면 같고, 다이어리 문구로 옮겨가면 매일 곁에 두는 조연처럼 느껴진다. 웹툰 컷에서는 표정과 대사가 먼저 보이지만, 아트토이에서는 형태와 색이 이야기를 대신한다.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림체인지, 캐릭터의 성격인지, 물건의 쓰임인지 스스로 알아차리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전시 품목이 넓다고 모든 취향에 고르게 맞는다는 뜻은 아니다. 원화나 제작 과정을 오래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굿즈 중심의 부스가 쇼핑 공간처럼 느껴질 수 있다. 반대로 손에 쥐고 쓸 물건을 찾는 사람에게는 그 다양함이 장점이다. 저는 둘 다 보되,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과 물건을 고르는 시간을 따로 생각하는 쪽이 편하다.
제가 고른 관전 포인트는 작가의 ‘다음 장면’이다
드라마 리뷰에서 줄거리만 따라가면 아쉬운 것처럼, 일러스트 행사도 예쁜 그림만 빠르게 훑으면 기억이 금방 섞일 것 같다. 제 관전 포인트는 한 작가가 같은 색이나 캐릭터를 여러 작업에 어떻게 이어 쓰는지 보는 것이다. 엽서에서 익숙해진 표정이 책 표지에 다시 나오면, 말없이 이어지는 후속 장면을 발견한 기분이 든다.
공식 소개에는 작가와의 만남, 협업 굿즈, 체험을 통해 작품을 즐길 수 있다고 안내돼 있다. 이런 요소가 있다면 완성품 뒤에 있던 선택을 듣는 재미가 생긴다. 왜 이 색을 썼는지, 어떤 장면에서 캐릭터가 시작됐는지 한두 마디만 들어도 그림을 보는 속도가 달라진다. 다만 특정 작가의 출연이나 체험 진행 여부까지 모든 날짜에 같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aT센터 행사의 주제는 ‘In Your Eyes’였다. 남들이 인기 있다고 고른 그림보다 내 눈이 자꾸 돌아가는 그림에 집중하라는 말처럼 읽혔다. 예능을 볼 때도 화제의 참가자보다 이상하게 응원하게 되는 사람이 생기지 않나. 그림 앞에서도 그런 사적인 선택이 생기는 순간이 재미있다.
굿즈를 좋아한다면 지갑보다 기준을 먼저
현장에서 고르는 물건은 화면으로 보는 사진보다 훨씬 매력적일 수 있다. 종이의 두께, 인쇄 색, 크기처럼 사진에 덜 담기는 요소가 있으니까. 그래서 저는 이런 행사 소식을 볼 때 미리 두 가지를 생각한다. 오래 두고 볼 작품을 원하는지, 매일 쓸 문구를 원하는지. 비슷한 그림이 마음에 들더라도 이 기준에 따라 손이 가는 물건이 달라진다.
가격을 따져보는 일도 감상의 일부다. 작은 물건 여러 개는 부담이 덜해 보여도 합치면 금세 커진다. 처음 눈에 든 물건을 기억해 두고 다른 작업을 본 뒤 다시 떠올려 보면 취향이 더 또렷해질 듯하다. 물론 한정 수량 상품이라면 기다리는 사이 품절될 수 있다. 그 선택까지 포함해 전시장을 걷는 리듬은 사람마다 다르다.
2026 서울 일러스트코리아의 두 서울 일정은 이미 지났다. 그래도 전시 구성을 다시 읽으니 제가 왜 드라마 속 소품을 유심히 보는지 조금 알 것 같다. 누군가의 세계관이 화면 밖에서 책 한 권, 작은 카드 한 장으로 이어지는 장면이 좋다. 다음에 비슷한 자리에 간다면 가장 유명한 캐릭터보다 오래 눈이 머무는 그림부터 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