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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서 작품을 몰아봤더니, 왜 자꾸 눈이 가는지 알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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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서 작품을 몰아봤더니, 왜 자꾸 눈이 가는지 알겠더라

얼마 전 노윤서가 나온 작품들을 이어서 봤는데, 이상하게 장면을 많이 가져가는 배우라기보다 장면 안의 온도를 바꾸는 쪽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사량이 많지 않아도 표정이 먼저 들어오고, 인물이 속으로 버티는 감정이 얼굴에 오래 남는 타입이랄까요. 2022년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로 데뷔한 뒤 <20세기 소녀>, <일타 스캔들>, <택배기사>,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영화 <청설>까지 이어지는 필모를 보면 아직 작품 수가 아주 많다고 하긴 어렵지만, 캐릭터 인상은 꽤 또렷하게 쌓였습니다.

데뷔작부터 너무 쉬운 길은 아니었다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노윤서가 맡은 방영주는 그냥 풋풋한 학생 캐릭터로만 소비되기 어려운 역할이었어요. 학업, 가족, 연애, 임신이라는 무거운 갈림길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인물이라 감정을 과하게 밀면 부담스럽고, 반대로 덜어내면 서사가 힘을 잃을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노윤서는 그 사이를 꽤 차분하게 지나갑니다.

특히 영주는 겉으로는 똑 부러지지만 속은 계속 흔들리는 인물이에요. 신인 배우가 첫 작품에서 이런 균형을 잡는 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눈물을 크게 터뜨리는 장면보다, 말문을 닫고 상대를 바라보는 순간이 더 오래 남았어요. 이때부터 노윤서의 장점은 ‘청량함’만이 아니라 ‘버티는 얼굴’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이틴 얼굴인데 감정은 꽤 현실적이다

<20세기 소녀>에서는 김연두 역으로 등장합니다. 이 작품은 1999년 감성, 첫사랑, 우정 같은 키워드가 강한 영화라 자칫하면 인물이 예쁜 추억 속 장식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연두는 생각보다 얄밉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뒤늦게 마음을 알아차리는 순간에는 미안함도 남는 캐릭터입니다.

솔직히 <20세기 소녀>는 김유정의 보라가 중심을 크게 잡고 가는 작품이라 노윤서의 분량이 압도적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연두가 없으면 이야기의 감정선이 성립하지 않아요. 친구의 마음과 자신의 마음이 엇갈리는 지점에서 연두가 너무 가볍게 보이지 않게 잡아주는 게 중요했는데, 노윤서는 그 부분을 과장 없이 처리합니다.

<일타 스캔들>에서 대중성이 확 올라왔다

많은 사람들이 노윤서를 확실히 기억한 작품은 역시 <일타 스캔들>일 가능성이 큽니다. 남해이는 전교권 성적, 가족사, 입시 경쟁, 어른들의 욕망 한가운데에 놓인 인물이에요. 드라마 자체가 로맨틱 코미디의 밝은 기운과 입시 스릴러의 긴장감을 오가다 보니, 해이가 너무 어둡기만 해도 안 되고 너무 평면적이어도 안 됐습니다.

여기서 노윤서는 ‘착한 우등생’이라는 흔한 틀을 조금씩 비틀어요. 해이는 예의 바르고 씩씩하지만, 사실 속으로는 눈치를 많이 보고 상처도 누적된 아이입니다. 전도연, 정경호 같은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도 밀리지 않고 자기 박자를 지킨 점이 인상적이었고, 이 작품으로 2023년 제59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 신인연기상을 받은 것도 납득이 갔어요.

  • 입시물 특유의 과열된 분위기 속에서도 캐릭터가 과장되지 않는다.
  • 가족 서사와 학원가 서사를 연결하는 감정축 역할을 한다.
  • 밝은 장면보다 참는 장면에서 존재감이 더 선명하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지점도 있다

물론 모든 작품에서 노윤서의 연기가 완전히 같은 밀도로 느껴지는 건 아니에요. 아직은 학생, 청춘, 성장형 인물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어서 비슷한 결의 캐릭터가 반복된다고 느끼는 시청자도 있을 수 있습니다. 맑고 깨끗한 인상이 장점인 동시에, 장르가 거칠어질수록 얼마나 다른 얼굴을 보여줄지가 관전 포인트가 되겠죠.

<택배기사>나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처럼 톤이 다른 작품에 들어갔을 때는 분량과 캐릭터 활용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배우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작품이 노윤서를 얼마나 입체적으로 쓰느냐의 문제에 가까워요. 그래서 저는 노윤서가 센 설정의 캐릭터보다, 감정이 천천히 쌓이고 나중에 한 번에 드러나는 역할을 만났을 때 더 빛난다고 봅니다.

<청설> 이후가 더 궁금해진 이유

영화 <청설>에서 노윤서는 여름 역을 맡아 수어와 로맨스, 가족 서사를 함께 끌고 갑니다. 이 작품에서 흥미로운 건 사랑의 설렘보다 생활감이에요. 동생을 챙기고, 일하고, 자신의 감정은 뒤로 미루는 인물이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을 통해 조금씩 넓어지는 흐름이 노윤서의 이미지와 잘 맞습니다.

노윤서는 아직 폭발형 배우라기보다 누적형 배우에 가까워 보여요. 한 장면에서 크게 휘어잡기보다, 여러 장면을 지나고 나면 어느새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와 있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정주행할 때 더 잘 보입니다. 회차를 띄엄띄엄 보면 지나칠 수 있는 작은 표정과 말끝의 망설임이 이어서 보면 꽤 선명하게 연결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노윤서가 앞으로 멜로만 해도 좋겠지만, 생활형 미스터리나 현실적인 가족극에서도 꽤 좋은 얼굴을 보여줄 것 같아요. 너무 반짝이는 청춘 이미지에만 묶이지 않고, 조금 피곤하고 예민하고 때로는 못되게 굴 수 있는 인물까지 만나면 배우로서 폭이 더 크게 보일 듯합니다. 지금까지의 필모는 짧지만 방향은 분명해요. 노윤서는 예쁜 신인에서 끝나는 배우라기보다, 장면의 감정을 오래 붙잡는 배우 쪽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노윤서 작품을 몰아봤더니, 왜 자꾸 눈이 가는지 알겠더라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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