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베리페스타 라인업을 정주행해봤더니, 실내 페스티벌의 맛이 꽤 또렷했다

처음엔 드라마처럼 라인업부터 보게 되더라
얼마 전 사운드베리페스타 이름을 다시 봤는데, 이상하게 드라마 새 시즌 공개됐을 때처럼 출연진부터 훑게 됐다. 페스티벌도 결국 캐스팅 싸움이잖아. 누가 첫 회를 열고, 누가 중반 텐션을 끌어올리고, 누가 엔딩을 가져가느냐에 따라 하루의 인상이 완전히 달라진다.
사운드베리페스타는 2015년에 실내 뮤직 페스티벌로 출발한 브랜드로 알려져 있고, 이후 사운드베리씨어터 같은 형태로도 이어져 왔다. 2024년 봄 사운드베리씨어터는 KBS아레나에서 3월 16일과 17일 양일간 열렸고, 10CM, 멜로망스, 하현상, 적재, 로이킴, 너드커넥션 등이 이름을 올렸다. 당시 일일권 99,000원, 양일권 129,000원으로 공개됐다는 점도 눈에 들어왔다. 참고한 공개 자료는 스포츠경향 보도와 예매처 안내 기준이다.
2025년 사운드베리페스타는 7월 19일과 20일, 고양 킨텍스 제2전시장 9홀에서 열린 구성으로 소개됐다. 일일권 115,000원, 양일권 159,000원 수준으로 알려졌고, 라인업에는 쏜애플, 원위, 애쉬 아일랜드, 제미나이, 김성규, 10CM, 엔플라잉, 이무진, 최유리, 루시, 하현상 등이 언급됐다. 해마다 세부 라인업과 시간표는 바뀌니 실제 예매 전에는 공식 SNS나 예매처 공지가 제일 정확하다.
이 페스티벌의 관전 포인트는 ‘밖’보다 ‘안’에 있다
솔직히 여름 페스티벌 하면 잔디, 돗자리, 물, 선글라스 같은 그림이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사운드베리페스타는 실내형이라는 성격이 꽤 크게 작동한다. 이게 호불호 포인트다. 야외 페스티벌 특유의 탁 트인 맛을 기대하면 조금 얌전하게 느껴질 수 있다. 반대로 더위, 비, 먼지, 화장실 동선 때문에 공연 몰입이 깨지는 걸 싫어하는 사람에겐 꽤 현실적인 선택지가 된다.
특히 킨텍스나 KBS아레나처럼 대형 실내 공간에서 열리는 공연은 체력 배분이 다르다. 한여름 낮 공연을 버틴다는 느낌보다, 긴 러닝타임의 음악 예능을 한 자리에서 보는 감각에 가깝다. 무대 전환이 빠르고, 조명 연출이 잘 받으면 방송 무대 보는 재미도 난다. 다만 실내라고 무조건 편하다는 뜻은 아니다. 스탠딩 밀도, 음향 반사, 입퇴장 동선에 따라 피로감이 크게 갈린다.
라인업은 감성 보컬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폭이 넓다
사운드베리라는 이름 때문에 처음엔 달달한 보컬 페스티벌 이미지가 강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라인업을 보면 생각보다 장르 폭이 넓다. 10CM, 멜로망스, 적재, 로이킴처럼 대중적인 감성 보컬 라인이 있고, 하현상, 최유리, 이무진처럼 서사 있는 목소리를 가진 아티스트도 자주 보인다. 여기에 쏜애플, 루시, 엔플라잉, 원위, 너드커넥션 같은 밴드 계열이 섞이면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예능으로 치면 고정 패널이 전부 순한 맛은 아닌 구성이다. 앞부분은 귀에 잘 들어오는 곡으로 문을 열고, 중간에는 밴드 사운드로 리듬을 바꾸고, 후반에는 떼창 가능한 팀이 분위기를 가져가는 식이다. 그래서 사운드베리페스타는 ‘내 최애 한 팀 보러 간다’보다 ‘취향 비슷한 팀들을 한꺼번에 찍먹한다’는 마음으로 가면 만족도가 올라간다.
- 감성 보컬을 좋아하면 10CM, 최유리, 하현상, 이무진 계열 무대가 잘 맞는다.
- 밴드 사운드를 좋아하면 루시, 엔플라잉, 원위, 쏜애플 쪽이 확실히 존재감 있다.
-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견하는 재미를 원하면 초반 시간대 라인업을 놓치지 않는 편이 낫다.
스포 없이 말하는 현장 취향 체크
공연 후기를 드라마 리뷰처럼 말하자면, 사운드베리페스타는 큰 반전으로 밀어붙이는 작품은 아니다. 대신 장면마다 온도가 다른 옴니버스에 가깝다. 내가 좋아하는 팀의 무대가 예상보다 짧게 느껴질 수도 있고, 별생각 없이 본 팀에서 플레이리스트가 늘어날 수도 있다. 그게 페스티벌의 재미다.
근데 호불호는 분명하다. 여러 팀이 나오는 만큼 단독 콘서트처럼 한 아티스트의 깊은 서사를 따라가기는 어렵다. 팬이라면 대표곡 중심 세트가 반갑지만, 희귀곡이나 긴 멘트를 기대하면 아쉬울 수 있다. 또 실내 페스티벌은 시야가 좋을 때 만족도가 확 올라가지만, 뒤쪽에서 보면 무대보다 전광판 의존도가 커질 수 있다. 그래서 티켓값을 생각하면 자신이 ‘여러 팀을 넓게 보는 재미’를 좋아하는지 먼저 따져보는 게 좋다.
나라면 이렇게 즐길 것 같다
내 취향 기준으로는 사운드베리페스타를 하루만 간다면 라인업의 톤이 더 잘 맞는 날짜를 고를 것 같다. 밴드와 록 색이 강한 날은 체력 소모가 있어도 현장감이 좋고, 보컬 중심의 날은 귀가 편해서 오래 듣기 좋다. 양일권은 확실히 페스티벌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맞는다. 하루에 8시간 안팎으로 이어지는 공연을 이틀 연속 보는 건 생각보다 진짜 체력전이다.
그래도 이 페스티벌이 계속 언급되는 이유는 알겠다. 라인업이 너무 낯설지도, 너무 뻔하지도 않은 중간 지점을 잘 잡는다. 대중적인 이름으로 입문 장벽을 낮추고, 밴드와 싱어송라이터를 섞어서 취향 확장 여지를 만든다. 드라마로 치면 주연 배우만 믿고 틀었다가 조연 캐릭터에 마음을 뺏기는 타입이다. 사운드베리페스타는 그런 발견의 재미가 꽤 큰 행사라서, 음악 취향이 조금 넓은 사람일수록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참고 자료: 스포츠경향 2024 사운드베리씨어터 보도, NOL 티켓/인터파크 예매처 공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