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ss than a lover를 드라마 보듯 끝까지 봤더니 남는 애매한 설렘

얼마 전 제니의 less than a lover 뮤직비디오를 틀어놓고 보는데, 이상하게 2분대 짧은 영상인데도 한 편짜리 청춘 로맨스 스페셜처럼 느껴졌습니다. 노래만 들으면 나른한 여름 팝인데, 영상까지 붙여서 보면 관계의 온도차가 꽤 선명하게 보이더라고요. 연인이라고 부르기엔 가볍고, 친구라고 넘기기엔 분명히 더 가까운 사이. 딱 그 애매한 지점을 계속 문지르는 작품입니다.
제목부터 이미 관계 서사가 시작된다
less than a lover라는 말이 재미있는 건, 사랑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보통 로맨스 서사는 ‘사귀느냐, 아니냐’로 갈리는데 이 곡은 그 사이에 머물러요. 연인보다는 덜하지만, 아무 사이도 아닌 건 아닌 상태. 드라마로 치면 고백 직전 회차보다 더 위험한 구간입니다. 서로 마음은 아는데 이름 붙이는 순간 깨질까 봐 일부러 천천히 걷는 분위기죠.
2026년 7월 24일 공개된 싱글이라는 점도 계절감과 잘 맞습니다. 여름 노래인데 막 시원하게 터지는 타입은 아니고, 해가 거의 진 뒤에 바람이 살짝 불 때 어울리는 쪽입니다. 전작들처럼 무대 중앙을 크게 장악하는 제니가 아니라, 카메라 가까이에서 낮은 목소리로 사적인 이야기를 흘리는 제니에 가깝습니다.
드라마처럼 보면 관전 포인트가 더 잘 보인다
뮤직비디오는 스페인 해안가의 빛과 거리, 차 안, 바다, 보트 같은 장면을 이어 붙입니다. 사건이 크게 벌어지지는 않아요. 그런데 오히려 그래서 보는 사람이 빈칸을 채우게 됩니다. 둘이 언제부터 가까웠는지, 왜 확실히 붙잡지 않는지, 이 관계가 끝난 뒤에도 서로를 떠올릴지 같은 것들이요.
상대역으로 등장하는 모델 카이와의 장면도 과한 멜로 연기보다 순간의 친밀감에 기대고 있습니다. 웃고, 걷고, 가까이 서고, 시선을 주고받는 식인데 그게 꽤 현실적인 설렘으로 보입니다. 드라마에서 대사보다 눈빛이 더 많은 장면 있잖아요. 여기서도 그런 방식이 통합니다. 설명을 줄인 만큼 보는 사람의 경험이 끼어들 틈이 생깁니다.
- 노래 길이가 짧아 반복 재생하기 좋다
- 로파이 기타와 빈티지한 키보드 질감이 관계의 느슨함을 만든다
- 뮤직비디오는 명확한 서사보다 감정의 잔상에 집중한다
- 제니의 보컬은 힘을 빼면서도 거리감을 섬세하게 남긴다
좋았던 지점과 호불호 갈릴 지점
솔직히 저는 이 곡의 가장 큰 장점이 ‘덜어낸 태도’라고 봤습니다. 제니에게 기대하는 화려함, 강한 비트, 선명한 훅을 일부러 낮춘 느낌이 있거든요. 그래서 더 사적인 곡처럼 들립니다. 누군가에게는 심심할 수 있지만, 저는 그 심심함이 곡의 방향과 맞아떨어진다고 느꼈습니다.
다만 호불호는 확실히 갈릴 만합니다. 강한 퍼포먼스형 팝을 기대하고 누른 사람에게는 너무 잔잔하게 지나갈 수 있어요. 후렴이 폭발하기보다 미끄러지듯 반복되고, 감정도 크게 울부짖지 않습니다. 드라마로 비유하면 16부작의 클라이맥스가 아니라, 여름 특별편의 한 장면을 길게 바라보는 쪽입니다. 그래서 취향에 따라 ‘분위기 좋다’와 ‘조금 더 보여줬으면’이 동시에 나올 수 있습니다.
스포 없이 즐기는 감상 순서
처음에는 노래만 먼저 듣는 편이 괜찮습니다. 사운드가 얼마나 가볍게 설계돼 있는지, 제니가 문장 끝을 어떻게 흐리는지 먼저 잡히거든요. 그다음 뮤직비디오를 보면 장면들이 노래의 빈 공간을 채웁니다. 특히 해안가와 보트 장면은 단순한 예쁜 배경이라기보다, 관계가 어딘가로 흘러가고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가사 해석을 너무 빠르게 확정하지 않는 것도 좋았습니다. 이 곡은 ‘우리는 이런 사이야’라고 못 박는 노래라기보다, 이름 붙이기 전의 감정이 얼마나 달콤하고 불안한지를 보여주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 애매함을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요즘 로맨스 콘텐츠에서 자주 보이는 현실적인 감정선과 맞닿아 있다고 봤습니다.
이런 취향이면 잘 맞을 가능성이 크다
- 큰 사건보다 분위기와 눈빛으로 가는 로맨스를 좋아한다
- 여름밤 감성의 잔잔한 팝을 자주 듣는다
- 명확한 답보다 여운이 남는 관계 서사를 선호한다
- 제니의 화려한 이미지보다 편안한 보컬 톤이 궁금하다
less than a lover는 모두를 한 번에 설득하는 곡이라기보다, 특정한 기분을 아주 정확하게 건드리는 곡에 가깝습니다. 확실한 고백보다 애매한 눈빛이 더 오래 기억나는 순간이 있잖아요. 저는 이 노래와 뮤직비디오가 딱 그 순간을 붙잡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드라마 리뷰어 입장에서는 러닝타임 짧은 뮤직비디오인데도, 보고 나면 이상하게 다음 장면을 상상하게 되는 작품으로 남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