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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중 파노라마를 다시 들어봤더니, 노래보다 먼저 장면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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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중 파노라마를 다시 들어봤더니, 노래보다 먼저 장면이 떠올랐다

처음엔 앨범 제목부터 꽤 드라마 같았다

얼마 전 플레이리스트를 뒤적이다가 김호중의 클래식 정규 2집 파노라마를 다시 눌러봤는데, 제목이 참 잘 붙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파노라마라는 말 자체가 한 장면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시야를 넓게 펼쳐서 보여주는 느낌이 있지 않나. 이 앨범도 딱 그렇다. 한 곡으로 승부를 보는 앨범이라기보다, 김호중이라는 보컬이 지나온 감정의 폭을 여러 장면처럼 이어 붙인 쪽에 가깝다.

김호중을 떠올리면 많은 사람이 성악 기반의 묵직한 발성, 트로트 무대에서 보여준 호소력, 그리고 팬덤과 함께 만든 서사를 같이 떠올린다. 파노라마는 그중에서도 클래식과 대중음악 사이를 오가는 지점을 꽤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처음 듣는 사람에게는 조금 진지하게 느껴질 수 있고, 반대로 김호중 특유의 큰 감정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선물 같은 앨범처럼 다가온다.

왜 ‘정주행’하듯 들어야 하는 앨범인가

사실 음악 앨범을 드라마나 예능처럼 정주행한다는 말이 조금 어색할 수도 있다. 그런데 김호중 파노라마는 곡을 하나씩 골라 듣는 것보다 흐름대로 듣는 쪽이 훨씬 잘 맞는다.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감정의 높낮이가 꽤 분명하고, 보컬의 질감도 계속 달라진다. 어떤 곡은 공연장 조명이 천천히 켜지는 느낌이고, 어떤 곡은 엔딩 크레딧 뒤에 남는 여운처럼 느껴진다.

특히 이 앨범의 재미는 장르를 하나로 고정하지 않는 데 있다. 클래식한 편곡이 중심에 있지만, 대중가요처럼 쉽게 감정선이 잡히는 곡들도 있다. 그래서 성악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생각보다 진입 장벽이 낮다. 다만 모든 곡이 가볍게 흘러가는 스타일은 아니다. 배경음악처럼 틀어두기보다, 목소리와 편곡을 같이 듣게 되는 앨범이다.

  • 김호중의 성악적 발성을 좋아한다면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 잔잔한 노래만 기대하면 중간중간 감정이 과하게 느껴질 수 있다.
  • 드라마 OST처럼 장면을 상상하며 듣는 재미가 있다.
  • 팬이 아니어도 보컬의 스케일을 확인하기 좋은 앨범이다.

관전 포인트는 목소리의 크기보다 ‘감정 조절’

김호중 노래를 들을 때 자꾸 큰 성량이나 고음만 이야기하게 되는데, 파노라마에서는 오히려 감정을 얼마나 눌러 담느냐가 더 눈에 들어온다. 물론 폭발하는 구간도 있다. 그런데 계속 세게 밀어붙이는 앨범은 아니다. 낮게 깔고 들어가다가 어느 순간 확 열리는 방식이 많아서,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감정이 차곡차곡 쌓이는 느낌을 받는다.

드라마로 치면 매회 눈물 장면이 있는 작품이라기보다, 조용히 쌓아두다가 특정 장면에서 한 번에 터뜨리는 멜로에 가깝다. 그래서 호불호도 여기서 갈릴 수 있다. 감정을 크게 표현하는 보컬을 좋아하면 몰입이 잘 되고, 담백한 톤을 선호하면 다소 진하게 느껴질 수 있다. 솔직히 나는 이런 진한 맛이 김호중 음악의 정체성 중 하나라고 본다.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 부담까지 포함해서 캐릭터가 선명하다.

예능형 매력과 무대형 매력이 같이 보인다

김호중은 방송을 통해 친근한 이미지도 많이 쌓아온 가수다. 무대 밖에서는 편하고 사람 냄새 나는 분위기가 강한데, 노래가 시작되면 확실히 다른 결로 바뀐다. 파노라마를 들으면 그 간극이 꽤 흥미롭다. 예능에서 보던 친숙한 얼굴과, 클래식 무대 위에서 힘을 주고 노래하는 보컬리스트의 얼굴이 동시에 떠오른다.

이 지점이 팬들에게는 큰 매력일 것이다. 단순히 노래를 잘해서가 아니라, 사람이 가진 서사와 목소리가 함께 소비되는 타입이다. 그래서 이 앨범은 음악만 따로 떼어놓고 들어도 좋지만, 김호중이라는 인물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조금 알고 들으면 감정이 더 진하게 붙는다. 드라마 주인공의 과거 회차를 알고 난 뒤 현재 장면을 보는 느낌이랄까.

처음 듣는다면 이런 순서로 접근하면 좋다

김호중 파노라마를 처음 듣는다면 처음부터 평가하려고 들기보다, 앨범 전체의 온도를 느끼는 쪽이 낫다. 가볍고 산뜻한 앨범은 아니지만, 대신 한 번 빠지면 오래 남는 장면들이 있다. 출퇴근길에 빠르게 넘기며 듣기보다는 밤에 이어폰으로 천천히 듣는 쪽이 잘 맞는다.

개인적으로는 김호중의 목소리가 가장 크게 빛나는 순간이 단순히 고음이 올라갈 때가 아니라, 문장 끝을 길게 끌고 가며 감정을 남길 때라고 느꼈다. 그 잔향이 이 앨범의 분위기를 만든다. 그래서 파노라마는 팬서비스용 앨범으로만 보기엔 아깝고, 김호중이 왜 장르 경계에 서 있는 가수로 이야기되는지 확인하기 좋은 작품이다.

다만 취향은 꽤 탄다. 담백하고 미니멀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감정선이 진하게 느껴질 수 있고, 반대로 무대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보컬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꽤 만족스러운 선택지가 된다. 나는 이 앨범을 들으며 ‘잘 부른다’보다 ‘장면을 만들 줄 안다’는 쪽에 더 마음이 갔다. 그래서 제목처럼, 한 컷이 아니라 길게 펼쳐지는 풍경으로 남는 앨범이었다.

김호중 파노라마를 다시 들어봤더니, 노래보다 먼저 장면이 떠올랐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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