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딴따라 무대 몰아봤더니, 익숙한 오디션이 갑자기 살아났다

얼마 전 오디션 예능 클립을 몇 개 이어서 보다가 ‘국악딴따라’라는 키워드에 꽂혔어요. 사실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은 포맷이 워낙 비슷해서 첫 소절만 들어도 다음 전개가 보일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국악 베이스를 가진 참가자들이 등장하면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목소리의 결이 다르고, 몸을 쓰는 방식도 다르고, 무엇보다 무대가 ‘잘한다’에서 끝나지 않고 ‘기억난다’ 쪽으로 넘어가더라고요.
제가 본 흐름에서 중심에 놓고 싶은 건 KBS2 ‘더 딴따라’입니다. 2024년 11월 1일 첫 방송한 이 프로그램은 박진영이 KBS와 함께 만든 스타 발굴 오디션이고, 노래·춤·연기·코미디·클래식·트로트까지 장르를 크게 열어둔 게 특징이었죠. 심사위원 라인업도 박진영, 차태현, 김하늘, 웬디로 꽤 선명했습니다. 여기서 국악 전공자들이 보여준 무대는 단순한 장르 변주가 아니라, ‘딴따라’라는 단어를 다시 보게 만드는 순간에 가까웠어요.
국악이 들어오면 오디션의 공기가 달라진다
대중 오디션에서 국악은 종종 ‘특이한 무기’처럼 소비되곤 합니다. 판소리 한 대목을 넣거나, 민요 창법으로 고음을 질러서 박수를 받는 식이죠. 그런데 국악딴따라의 재미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갈 때 생깁니다. 국악을 장식처럼 붙이는 게 아니라, 무대의 뼈대로 쓰는 순간 확실히 힘이 생겨요.
예를 들어 판소리 기반 보컬은 발성부터 다릅니다. 성량이 크다는 말로만 설명하기엔 부족하고, 소리가 앞으로 쭉 뻗는데도 어딘가 흙냄새가 남아 있어요. K팝식 깔끔한 보컬이 매끈한 유리컵이라면, 국악 보컬은 손으로 빚은 도자기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매끈함보다 질감이 먼저 들어와요. 그래서 호불호도 갈립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신선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과하게 느껴질 수 있거든요.
‘더 딴따라’가 국악 참가자를 살린 방식
‘더 딴따라’는 기본적으로 스타성을 보는 프로그램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노래만 잘해서는 부족하다는 점이에요. 무대 장악력, 표정, 몸의 선, 카메라가 잡았을 때 남는 인상까지 한꺼번에 봅니다. 국악 기반 참가자들에게 이 기준은 꽤 잘 맞았습니다. 왜냐하면 국악은 원래 소리와 몸, 표정이 따로 놀기 어려운 장르니까요.
특히 나영주와 이송현의 흐름은 국악딴따라라는 말과 잘 맞닿아 있습니다. 나영주는 판소리를 전공했고, 3대째 국악 집안이라는 배경까지 알려지며 ‘전통의 길에서 벗어난 선택’ 자체가 캐릭터가 됐죠. 이송현은 한국무용 기반의 움직임과 보컬을 함께 보여주며 무대의 그림을 만들었습니다. 두 사람이 이후 듀오 ‘도드리’로 데뷔했다는 점까지 보면, 방송 속 화제성이 실제 활동으로 이어진 사례라 더 흥미롭고요.
스포 없이 보는 관전 포인트
- 첫째, 국악 창법이 대중가요 멜로디와 만날 때 어색함이 남는지, 아니면 새로운 색으로 들리는지 보면 재미있습니다.
- 둘째, 심사평을 들을 때 ‘기술’보다 ‘스타성’이라는 단어가 어디서 나오는지 체크하면 프로그램의 방향이 보입니다.
- 셋째, 무대 의상과 동작이 전통 이미지를 빌리는 데서 끝나는지, 참가자 본인의 캐릭터로 바뀌는지 보면 차이가 커요.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
좋았던 건 확실합니다. 오디션 예능이 비슷비슷해졌다는 피로감 속에서 국악 참가자들은 귀를 다시 세우게 만들었어요. 특히 국악 특유의 꺾임과 장단감이 들어오면 같은 곡도 전혀 다른 곡처럼 들립니다. 기존 오디션에서 많이 보던 고음 경쟁, 눈물 서사, 반전 편집 사이에 진짜 무대의 결이 생기는 느낌이었어요.
다만 아쉬운 지점도 있습니다. 국악이 등장하면 제작진이 너무 빨리 ‘한국적인 감동’ 쪽으로 몰아갈 때가 있어요. 전통 악기, 한복풍 스타일링, 장중한 조명까지 붙으면 물론 보기 좋지만, 가끔은 참가자의 현재보다 배경이 더 커 보입니다. 저는 국악딴따라가 계속 살아남으려면 ‘우리 것이라서 소중하다’보다 ‘지금 들어도 세다’는 쪽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게 훨씬 오래 가요.
도드리로 이어진 다음 장면
방송 이후 나영주와 이송현이 ‘도드리’라는 듀오로 나온 건 꽤 자연스러운 확장처럼 보였습니다. 2026년 1월 첫 디지털 싱글 ‘꿈만 같았다’를 내고, 국악 선율과 팝 사운드를 합친 K-크로스오버 팝을 내세웠죠. 이름부터 국악의 도드리장단과 자유로운 감각을 함께 떠올리게 해서 방향성이 분명합니다.
솔직히 이런 팀은 초반에 기대와 부담을 동시에 안고 갑니다. 국악을 하면 너무 전통적이라고 하고, 팝에 가까워지면 국악 색이 옅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꼭 나오거든요. 그래서 중요한 건 ‘얼마나 국악답냐’보다 ‘이 팀만의 노래로 들리냐’일 겁니다. 무대에서 이미 증명한 에너지가 음원과 라이브 활동에서도 이어진다면, 국악딴따라는 잠깐의 오디션 화제어가 아니라 꽤 탄탄한 장르 감각으로 남을 수 있어요.
저는 이런 흐름이 반갑습니다. 예능은 결국 사람을 남기는 장르인데, 국악 기반 참가자들은 자기 이야기를 소리와 몸으로 동시에 보여줄 수 있다는 강점이 있거든요. 조금 덜 매끈해도 괜찮고, 취향이 갈려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그 낯섦 때문에 오래 기억나는 무대가 나오니까요. 국악딴따라라는 말이 촌스럽게 들리기보다, 이제는 꽤 당당한 이름처럼 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