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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영 그림체로 다시 본 그리스로마신화, 어릴 때 재미가 아직 남아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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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영 그림체로 다시 본 그리스로마신화, 어릴 때 재미가 아직 남아있을까

책장 구석에서 다시 만난 이름, 홍은영

얼마 전 오래된 책장을 뒤지다가 그리스로마신화 홍은영이라는 조합을 보고 순간 멈칫했다. 어릴 때 이 시리즈를 본 사람이라면 알 텐데, 제우스가 그냥 신화 속 왕이 아니라 ‘어딘가 얄밉지만 눈을 못 떼는 캐릭터’처럼 느껴졌던 건 홍은영 작가의 그림 덕이 꽤 컸다.

사실 그리스로마신화는 내용만 놓고 보면 꽤 복잡하다. 신 이름도 많고, 관계도 꼬여 있고, 사건은 또 은근히 막장 드라마 같다. 그런데 홍은영 작가가 그린 버전은 어린 독자도 따라갈 수 있게 인물의 표정과 감정선을 또렷하게 잡아줬다. 그래서 ‘신화 공부’라기보다 거의 장편 판타지 드라마를 정주행하는 느낌이 났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캐릭터 얼굴이다. 아프로디테는 아름다움이 바로 설득되고, 헤라는 자존심과 분노가 한 컷 안에 들어오고, 아테나는 단단한 분위기가 확 살아난다. 텍스트로만 읽으면 헷갈릴 수 있는 신들의 성격이 그림체로 먼저 각인되는 방식이었다.

왜 유독 홍은영 그림체가 오래 기억날까

이 시리즈를 다시 떠올리면 줄거리보다 먼저 장면이 생각난다. 황금사과, 트로이 전쟁, 프로메테우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같은 에피소드들이 이미지로 박혀 있다. 그건 단순히 예쁘게 그렸다는 얘기와는 조금 다르다. 인물의 감정이 과장되지만 납득 가능한 선에서 표현됐고, 장면 전환도 드라마처럼 끊어줬다.

예능으로 치면 출연자 캐릭터를 빨리 잡아주는 편집이 있고, 드라마로 치면 첫 회부터 인물 관계도를 몸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연출이 있다. 홍은영 작가의 그리스로마신화는 딱 그 지점이 강했다. 제우스는 제우스답고, 헤라는 헤라답고, 아폴론은 아폴론답다. 이름을 외우기 전에 이미지가 먼저 들어온다.

  • 복잡한 신들의 관계를 표정과 의상으로 구분하기 쉽다.
  • 비극적인 장면도 어린 독자가 받아들일 수 있게 완급을 조절한다.
  • 에피소드마다 주인공이 바뀌어도 시리즈 전체의 분위기가 유지된다.
  • 신화 특유의 잔혹함과 로맨스를 만화적 재미로 중화한다.

근데 솔직히 지금 다시 보면 호불호도 있다. 일부 장면은 감정 표현이 꽤 극적이고, 여성 캐릭터의 아름다움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다만 그 시대 아동 만화 문법과 신화 원전의 성격을 같이 생각하면, 왜 그렇게 그렸는지는 이해가 된다.

스토리는 어린이용인데, 내용은 꽤 어른스럽다

그리스로마신화가 재미있는 이유는 신들이 완벽하지 않아서다. 질투하고, 속이고, 사랑에 휘둘리고, 복수한다. 어린이 만화로 접했을 때는 그냥 사건이 많아서 재미있었는데, 다시 보면 거의 인간관계 리뷰 콘텐츠에 가깝다.

예를 들어 헤라를 어릴 때는 무서운 여신으로만 봤다. 그런데 다시 읽으면 계속 배신당하는 배우자의 분노, 권력자의 체면, 신이라는 위치 때문에 더 크게 터지는 감정이 보인다. 물론 그렇다고 헤라의 행동이 전부 이해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캐릭터가 납작하지 않다.

트로이 전쟁 쪽으로 가면 더 드라마 같다. 파리스의 선택은 단순한 미인대회처럼 시작되지만, 그 뒤에는 욕망과 자존심, 정치적 이해관계가 줄줄이 따라온다. 그래서 이 작품을 정주행할 때는 ‘누가 착하고 누가 나쁘다’보다 ‘왜 저 인물이 저 선택을 했을까’를 따라가면 훨씬 재미있다.

스포를 피하면서 보는 관전 포인트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주요 사건의 결과를 미리 찾아보지 않는 쪽을 추천하고 싶다. 신화라 이미 알려진 이야기가 많긴 해도, 에피소드마다 감정의 방향이 생각보다 세다. 특히 사랑 이야기처럼 시작했다가 비극으로 휘어지는 순간들이 많아서, 결과를 모르고 보면 장면의 힘이 더 살아난다.

  • 신들의 선택이 인간 세계에 어떤 파장을 만드는지 보기
  • 같은 인물이라도 에피소드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지점 찾기
  • 아름다운 장면 뒤에 숨어 있는 권력 관계 읽기
  • 어릴 때 좋아했던 캐릭터가 지금도 같은지 비교하기

지금 다시 봐도 추천할 만한가

개인적으로는 추천 쪽이다. 다만 ‘고증이 완벽한 신화 해설서’를 기대하면 아쉬울 수 있다. 이 작품의 매력은 학술적인 정확성보다 입문용 서사와 캐릭터 해석에 있다. 신화를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 문턱을 낮춰주고, 이미 아는 사람에게는 추억과 함께 다시 읽는 재미를 준다.

비슷한 소재의 책이나 영상이 많아진 지금 기준으로 봐도, 홍은영 작가의 버전은 확실히 기억에 남는 개성이 있다. 요즘 웹툰처럼 빠른 컷 전환과 자극적인 대사로 밀어붙이는 타입은 아니지만, 한 컷 한 컷이 인물 소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천천히 넘겨도 지루하지 않다.

단점도 분명하다. 신화의 폭력성이나 성별 관계를 현대 감각으로 보면 불편한 장면이 있고, 어린 시절의 추억 필터가 강하게 작동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지점까지 포함해서 다시 보는 재미가 있다. 예전에는 그냥 멋있어 보였던 신들이 지금은 꽤 문제 많은 인물들로 보이고, 그래서 오히려 이야기가 더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추억으로 시작했는데 캐릭터 리뷰가 되어버렸다

그리스로마신화 홍은영이라는 키워드는 단순히 한 작가의 그림을 떠올리는 말이 아니라, 많은 독자에게 ‘신화를 처음 드라마처럼 본 경험’에 가깝다. 제우스의 변덕, 헤라의 분노, 아테나의 냉정함, 아프로디테의 존재감이 어린 시절 책장 안에서 꽤 오래 살아 있었다.

다시 읽어보면 완전히 순수한 추억만 남지는 않는다. 불편한 장면도 보이고, 예전엔 몰랐던 인물들의 이기심도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바로 그 변화가 재밌다. 같은 책인데 나이가 들수록 다른 드라마처럼 보인다는 것, 그게 홍은영 작가의 그리스로마신화가 아직도 회자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홍은영 그림체로 다시 본 그리스로마신화, 어릴 때 재미가 아직 남아있을까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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