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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인 tvN 드라마 ‘반의반’ 조기종영 소식 다시 봤더니 남는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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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인 tvN 드라마 ‘반의반’ 조기종영 소식 다시 봤더니 남는 아쉬움

요즘 다시 꺼내 보니 더 또렷한 ‘반의반’의 애매한 매력

얼마 전 정해인 출연작을 다시 훑다가 tvN 드라마 ‘반의반’에서 손이 멈췄다. 방영 당시에도 조용한 멜로라는 말은 많았는데, 지금 다시 보면 이 작품은 이상하게 예쁜 장면은 많은데 시청자를 오래 붙잡는 힘은 약했던 드라마로 기억된다. 정해인, 채수빈 조합에 이상엽 PD 연출,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이숙연 작가라는 조합만 보면 기대치가 낮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2020년 3월 23일 첫 방송을 시작한 뒤, 당초 16부작으로 기획됐던 작품이 12부작으로 압축 편성되면서 조기종영 흐름을 탔다.

공식적으로는 ‘작품의 속도감을 높이기 위한 압축 편성’이라는 설명이 나왔다. 다만 시청자 입장에서 체감한 분위기는 조금 더 복잡했다. 첫 회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2.4%였지만, 이후 1%대로 내려앉았고 마지막 회 역시 1.214%로 마무리됐다. 숫자만 놓고 보면 tvN 월화극으로서는 꽤 뼈아픈 성적이었다. 솔직히 배우 이름값이나 제작진 기대치를 생각하면 더 아쉬운 수치였다.

왜 조기종영 이야기까지 나왔을까

‘반의반’은 인공지능 프로그래머 하원과 클래식 녹음 엔지니어 서우의 관계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소재만 보면 굉장히 섬세하다. 누군가를 오래 그리워하는 마음, 목소리와 기억, 마음의 잔상 같은 것들이 드라마 곳곳에 깔려 있다. 문제는 이 섬세함이 매력으로 닿기 전에 진입 장벽으로 먼저 느껴졌다는 점이다.

초반부는 감정선이 아주 천천히 움직인다. 느린 드라마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나 ‘봄밤’처럼 정해인이 강점을 보였던 멜로도 큰 사건보다 미세한 감정 변화로 밀고 가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반의반’은 인공지능 디바이스, 과거의 짝사랑, 여러 인물의 상처가 한꺼번에 얽히면서 초반 몰입이 쉽지 않았다. 멜로를 보러 들어온 시청자에게는 설정이 어렵고, 설정을 따라가려는 시청자에게는 감정의 속도가 느리게 느껴지는 식이었다.

특히 ‘짝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한 인공지능’이라는 장치는 낭만으로 읽힐 수도 있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집착처럼 보일 여지도 있었다. 이 지점이 호불호를 크게 갈랐다. 누군가에게는 시적이고 아련한 장치였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게 로맨틱한가?”라는 거리감이 생겼을 법하다. 드라마가 원하는 온도와 시청자가 받아들이는 온도가 달랐던 셈이다.

정해인의 멜로 이미지, 장점이자 부담

정해인은 이 작품에서 하원을 맡았다. 조용하고 깊게 누군가를 바라보는 눈빛, 말보다 침묵으로 감정을 쌓는 연기는 확실히 잘 맞았다. 문제는 시기였다. 정해인은 앞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봄밤’으로 안방극장 멜로 이미지를 강하게 남긴 상태였다. 그래서 ‘반의반’까지 이어지자 일부 시청자에게는 비슷한 결의 남자 주인공처럼 보였을 수 있다.

물론 자세히 보면 하원은 이전 캐릭터들과 다르다. 더 고립돼 있고, 더 오래 과거에 묶여 있으며, 감정 표현도 훨씬 안쪽으로 말려 있다. 하지만 드라마 초반이 느린 만큼 그 차이가 또렷하게 전달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16부작이었다면 후반부에서 인물의 결이 더 풍성해졌을지도 모르지만, 12회로 줄어들면서 캐릭터의 여운도 압축될 수밖에 없었다.

채수빈이 연기한 서우 역시 좋은 순간이 있었다. 녹음실이라는 공간, 소리를 다루는 직업, 타인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는 이 드라마의 결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다만 두 사람의 로맨스가 본격적으로 힘을 받기 전에 이미 시청률 하락과 조기종영 이슈가 작품 바깥에서 더 크게 말해진 느낌이 있었다. 드라마를 보는 동안에도 “이제 빨리 이야기를 밀어야 하나?”라는 제작 환경의 압박이 살짝 느껴지는 구간이 있었다.

스포 없이 말하는 관전 포인트

아직 안 본 사람에게 너무 많은 내용을 말하고 싶지는 않다. ‘반의반’은 반전으로 승부하는 드라마라기보다 분위기와 감정의 누적으로 보는 작품이라, 장면의 맥락을 미리 많이 알면 재미가 줄어든다. 그래도 관전 포인트는 분명하다.

  • 정해인의 낮은 목소리와 정적인 감정 연기를 좋아한다면 초반의 느린 호흡이 꽤 잘 맞을 수 있다.
  • 녹음실, 클래식, 눈 내리는 풍경처럼 감각적인 연출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화면 보는 맛이 있다.
  • 빠른 전개와 선명한 갈등을 선호한다면 초반 4회 안팎에서 답답함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 인공지능과 감정 기억을 연결한 설정은 신선하지만, 로맨스로 받아들이기까지 취향 차이가 크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실패작’이라고 딱 잘라 부르기는 아깝다고 느낀다. 다만 대중적인 월화극으로는 출발선이 너무 조용했고, 감정의 문을 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드라마가 가진 여백이 누군가에게는 깊이였지만, 누군가에게는 빈칸처럼 보였던 거다.

그래도 다시 볼 이유가 있는 드라마

조기종영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작품 전체가 실패한 것처럼 낙인찍히기 쉽다. 그런데 ‘반의반’은 시간이 지나 다시 보면 방영 당시보다 덜 억울하게 보이는 부분도 있다. 요즘은 자극적인 사건, 빠른 전개, 강한 엔딩 훅이 많은 드라마가 워낙 익숙하다. 그런 흐름 속에서 ‘반의반’처럼 아주 낮은 목소리로 감정을 말하는 드라마는 확실히 튄다. 좋은 쪽으로든, 아쉬운 쪽으로든.

특히 정해인의 필모그래피 안에서 보면 이 작품은 꽤 흥미로운 지점에 있다. 멜로 장인 이미지가 가장 강하게 소비되던 시기의 작품이면서, 동시에 그 이미지가 부담으로 돌아온 사례이기도 하다. 시청률 1%대와 16부작에서 12부작으로 줄어든 편성은 분명 아픈 기록이다. 그래도 배우의 눈빛, 음악과 공간을 활용한 연출,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은 꽤 오래 남는다.

저라면 ‘반의반’을 정해인 입문작으로 추천하진 않겠다. 처음 본다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나 ‘봄밤’ 쪽이 훨씬 편하다. 하지만 정해인의 조용한 멜로 연기를 좋아하고, 빠른 사건보다 감정의 잔향을 따라가는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다시 꺼내볼 만하다. 흥행 성적과 별개로, 이 드라마가 하려던 말의 온도는 꽤 선명했고 그 온도가 맞는 사람에게는 생각보다 오래 남을 작품이다.

정해인 tvN 드라마 ‘반의반’ 조기종영 소식 다시 봤더니 남는 아쉬움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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