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쇼츠
한국의 모든이야기

못미더운 악녀를 정주행해봤더니, 미워하려다 자꾸 멈칫한 이유

Last Updated :
못미더운 악녀를 정주행해봤더니, 미워하려다 자꾸 멈칫한 이유

첫인상은 분명 악녀였는데 이상하게 찝찝했다

얼마 전 정주행 리스트를 훑다가 ‘못미더운 악녀’라는 키워드에 꽂혔는데, 사실 처음엔 전형적인 악역 캐릭터를 떠올렸다. 주인공 앞길을 막고, 뒤에서 판을 흔들고, 표정 하나로 분위기를 싸하게 만드는 그런 인물 말이다. 그런데 막상 회차를 이어서 보다 보면 이 악녀가 생각보다 단순하게 미워지지 않는다. 분명 못된 선택을 하는데, 그 선택의 이유가 아주 얄팍하지만은 않아서 보는 쪽도 자꾸 멈칫하게 된다.

보통 악녀 캐릭터는 둘 중 하나로 갈린다. 처음부터 끝까지 미움받기 좋게 설계된 인물, 혹은 사연이 밝혀지며 연민을 끌어내는 인물. ‘못미더운 악녀’가 흥미로운 건 그 중간 어딘가에 있다는 점이다. 믿자니 불안하고, 완전히 버리자니 신경 쓰인다. 그래서 정주행할 때 감정선이 꽤 바쁘다.

관전 포인트는 ‘악행’보다 ‘흔들리는 태도’다

이런 유형의 악녀를 볼 때 제일 재밌는 지점은 큰 사건보다 작은 반응에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해놓고도 잠깐 시선을 피한다거나, 자기 이익을 챙기면서도 끝까지 당당하지는 못한 표정을 보일 때가 있다. 그 짧은 순간 때문에 시청자는 고민하게 된다. 이 사람이 정말 끝까지 나쁜 사람인지, 아니면 나빠지는 법만 배운 사람인지.

드라마나 예능형 서사에서 이런 캐릭터는 분위기를 흔드는 역할을 한다. 주인공이 선명한 목표를 향해 간다면, 못미더운 악녀는 그 길 위에 감정적인 안개를 깔아둔다. 덕분에 시청자는 단순히 “저 사람 왜 저래?”에서 끝나지 않고, “저 정도까지 몰린 이유가 있나?”까지 생각하게 된다.

  • 말과 행동이 자주 어긋나는 장면
  • 타인을 이용하면서도 완전히 차갑지는 않은 순간
  • 자기변명이 반복될수록 드러나는 열등감
  • 주인공보다 현실적인 욕망을 보여주는 대사

솔직히 이런 포인트가 잘 살아나면 악녀가 등장하는 장면이 오히려 더 기다려진다. 착한 인물들만 있을 때보다 화면이 확실히 살아난다.

호불호는 꽤 갈릴 수밖에 없다

근데 이 캐릭터가 모든 사람에게 매력적으로 보이진 않을 것 같다. 특히 악행의 수위가 높거나, 피해자가 분명한 상황에서 사연을 너무 늦게 보여주면 피로감이 커진다. “이제 와서 이해하라고?” 싶은 순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나도 중반부쯤에는 몇 번 멈춰서 쉬었다. 감정적으로 설득되기 전에 사건이 먼저 쌓이면 캐릭터가 입체적이라기보다 그냥 답답하게 느껴진다.

반대로 이런 복잡한 인물을 좋아하는 시청자라면 꽤 맛있게 볼 수 있다.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의 선이 또렷한 이야기보다, 각자 자기 방식으로 살아남으려는 인물들이 부딪히는 이야기를 선호한다면 특히 그렇다. 못미더운 악녀는 주인공을 괴롭히는 장치이면서 동시에 작품의 온도를 올리는 인물이기도 하다.

좋았던 부분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캐릭터가 늘 자신만만하지 않다는 점이다. 대놓고 강한 척하지만 어딘가 불안하고, 남을 밀어내면서도 인정받고 싶어 한다. 이런 모순이 쌓이면 시청자는 싫어하면서도 계속 보게 된다. 배우의 표정 연기가 중요해지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대사보다 눈빛이 먼저 설명하는 순간이 꽤 많다.

아쉬웠던 부분

다만 사연을 보여주는 방식이 과하면 힘이 빠진다. 악녀에게도 이유가 있다는 건 좋지만, 모든 행동에 변명을 붙이면 긴장감이 흐려진다. 이 인물은 이해받기보다 의심받을 때 더 매력적이다. 믿을 수 없는데 신경 쓰이는 거리감, 딱 그 정도가 가장 잘 맞는다.

비슷한 캐릭터를 좋아한다면 더 잘 맞는다

‘못미더운 악녀’가 끌리는 사람은 대체로 인물 관계의 미세한 균열을 보는 걸 좋아하는 쪽일 가능성이 크다. 누가 누구를 속였는지보다, 왜 하필 그 타이밍에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따지는 재미 말이다. 막장식 자극만 기대하면 조금 심심할 수 있고, 심리전과 감정선을 따라가는 걸 좋아하면 꽤 오래 씹어볼 만하다.

특히 정주행으로 보면 장점이 더 잘 보인다. 한 회씩 끊어 볼 때는 답답한 행동이 크게 느껴지는데, 이어서 보면 감정의 누적이 보인다. 초반의 날 선 말투, 중반의 자기방어, 후반의 흔들림이 한 줄로 연결된다. 물론 그 연결이 완벽하진 않다. 그래서 더 현실적인 면도 있다. 사람은 늘 반듯하게 변하지 않고, 못된 사람도 매 순간 같은 강도로 못되진 않으니까.

  •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좋아한다면 추천
  • 권선징악이 또렷한 이야기를 원한다면 답답할 수 있음
  • 배우의 미묘한 표정 연기를 보는 재미가 큼
  • 스포 없이 보는 편이 감정 변화가 더 잘 느껴짐

미워하다가도 자꾸 돌아보게 되는 인물

나는 이런 악녀 캐릭터가 완전히 선해지는 것보다, 끝까지 조금 불편한 채로 남을 때 더 오래 기억에 남는 편이다. ‘못미더운 악녀’도 딱 그쪽에 가깝다. 믿음직하지 않고, 선택도 자주 틀리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다. 그런데 동시에 그 인물이 왜 그렇게 버티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서 마음이 이상해진다.

스포를 피해서 말하자면, 이 작품의 재미는 악녀가 벌을 받느냐 아니냐보다 그 인물을 바라보는 내 감정이 계속 바뀐다는 데 있다. 처음엔 미웠고, 중간엔 피곤했고, 어느 순간엔 조금 안쓰러웠다. 그래도 완전히 편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 애매한 감정이 남아서, 정주행을 끝낸 뒤에도 몇몇 장면이 다시 떠올랐다.

못미더운 악녀를 정주행해봤더니, 미워하려다 자꾸 멈칫한 이유 - 요약
못미더운 악녀를 정주행해봤더니, 미워하려다 자꾸 멈칫한 이유 | 코리아쇼츠 korshort : https://korshort.com/959
한국의 모든이야기
코리아쇼츠 © korshort.com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